어쩌다 순식간에 결혼이란 걸 했어요.
그것도 굉장히 이상하고, 보편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지금 생각하면 죽었다 깨도 그렇게 못할 것 같은데.
결혼에 대한 청사진도 없고, 경제적인 상황이나, 심지어 양가 가족 상황까지 아무것도 안보이더군요.
그렇다고 죽도록 사랑했냐 하면 그것도 아니고. 그냥 이 남자랑 결혼을 하겠구나 하는 느낌만 들었어요.
어느덧 정신 차리고 보니 3년이 흘렀고,
애가 벌써 둘.
가끔씩 너무 신기해요.
20대 중반에 앞이 캄캄하고 아무것도 안보일 때,
산사에 찾아가 일주일을 스님들 공양을 도왔어요. (말이 도왔다지, 놀러간 것)
그중 친분있던 스님한테 농담처럼
"스님 저 결혼이나 할까요? 팔자에 애는 있을까요?"
그랬는데 "당연히 있지. 아들딸. 지난 세월 고생했지만 이후 삶은 로또 당첨"아럭고 하셨어요. 근데 진짜 아들 딸 낳고 로또 당첨한 듯, 맘씨좋고 능력 있는 남자랑 살아요.
운명은 있는 걸까요...?
자는 아이들 얼굴 보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