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대희(安大熙·57)만큼 국민의 사랑을 받았던 법조인은 드물다. 8년 전 대선 자금을 파헤치던 그에게는 ‘국민 검사’ ‘안짱’ ‘잘 드는 칼’이라는 별명이 붙었고 팬클럽이 생겼다.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였기에 그의 존재감은 더욱 커 보였다.
대선 자금 수사를 성공리에 마친 안대희는 2006년 서울고검장에서 대법관으로 변신했다. 그리고 6년이 흘렀고, 사흘 뒤인 10일 퇴임식을 갖는다. 35년 공직생활을 마감하는 자리다.
안대희는 “판사는 관용과 겸손함을 갖고 오만과 편견에 사로잡히지 말아야 하며 검사는 원칙과 자존심, 순수함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했다.
―중간 간부 시절 화려한 경력을 가졌지만 검사장 승진에서 두 번 '물'을 먹었습니다.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째 도전에서 검사장 못 되면 옷 벗는 게 관행입니다. 하지만 이명재·송광수 선배가 남아 있으라고 당부하더라고요. 후배들도 말리고요. 안 나가고 버티자니 한없이 부끄러웠습니다. 1년 반 끊었던 담배를 다시 물었지요. 그때 담배 건넨 후배가 지금 중수부장인 최재경입니다."
―승진 못 한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요.
"원칙 주장하고 그러니 곱지 않게 본 사람들이 있었겠지요
홍대에는 누구랑 가서 뭐 합니까."대부분 집사람이랑 가요. 떡볶이, 오뎅 먹고 일본식 선술집도 들릅니다
―자상한 남편 같아 보입니다.
"대부분의 취미활동을 집사람과 같이해요. 마음 편하게 놀 사람이 아내밖에 없습니다. '대안이 없다'고나 할까요. 하하하."
―집안일도 많이 거들어줍니까.
"전혀. 어려서부터 어른들로부터 교육받은 게 있어서 부엌일 절대 안 합니다. 그 점은 집사람이 잘 이해해줍니다."
서대문구 홍은동 아파트에서 24년째 살고 있거든요. 두 동짜리 아파트 1층에 사는데 산비탈에 있어서 한쪽은 반지하 비슷합니다. 50평이지만 집값이 3억원도 안 될걸요. 이사하고 싶지만 아직 능력이 안돼요."―그러고 보니 재산 적은 법조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어머님 것까지 더해 8억~9억원쯤 됩니다. 그중 순수한 제 재산이 5억원 정도 됩니다. 주식과 부동산 투자는 한 번도 해본 적 없고요. 기껏 집사람이 새마을금고에 적금 들거나 펀드 상품 가입하는 게 유일한 재테크입니다. 그나마 펀드도 매번 손해 본다고 하더라고요."
―차관급인 검사장과 장관급인 대법관을 그렇게 오래 했는데 재산이 너무 적은 것 아닙니까.
"월급·수당 아껴서 착실히 저축했습니다. 5억원이면 많이 모은 거 아닌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