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소녀의 기도'를 쳐달라던 암투병 친구 어머니.. 후회스러워요.

피돌이 조회수 : 2,289
작성일 : 2012-07-06 14:16:33

벌써 20년이 넘은 일이네요.

제가 초등학교 4학년 때,
아주 친한 친구는 아니었지만 다른반 친구네 집에 놀러 갔었어요.

친구 어머니가 아프셔서 누워계시더라구요...
삭발에 모자를 쓰시고... 암투병 중이시라고 들었던 거 같아요.

그 당시에는 전 너무 어리고 철도 없었고
암이 얼마나 무서운 병이신지도 몰랐었고
그냥 머리카락이 없는 친구 엄마가 낯설고 생소했어요.

갑자기 친구가.. '엄마.. 00(저)는 소녀의 기도 칠줄 안다~' 라고 말하더라구요. 

그랬더니, 친구 어머님이..
그래..? 엄마는 소녀의 기도를 듣는 것이 소원인데.. 아직 우리 00(친구)가 피아노 진도가 안나가서 못치는 곡인데...
네가 한번 쳐줄수 있겠니? ' 이렇게 저에게 말씀하셨었어요..
 
그 당시
소녀의 기도는 두 버전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해요.
소나티네 버전으로 쉽게 나온 거랑,
두 손을 벌려 옥타브로 쳐야하는 어려운 버전... 그 중 전 어려운 버전은 칠수가 없었거든요.
어린 마음에 쉬운 소나티네 버전을 치는 것은 없어보인다고 생각을 했어요.
참 우습죠.. 어린 애의 치기란... 그리고 어린마음에 왠지 남의 집에서 피아노를 치는게 쑥스럽기도 했었고요.

여하간 전 잘 못쳐서요... 라고 거절을 했어요.

그리고 어린 마음에 다른 집에 가면 엄마들이 간식이나 맛있는 거 마구마구 주는데..
쟤네 엄마는 아무것도 안주고.. 좀 이상해.. 이런 생각까지 했었어요.
얼마나 편찮으셨을텐데.. 그것조차도 몰랐을 정도로 철이 없었던 거죠.

하여간 그 친구는
아주 친한 친구가 아니라서 그 후 친구어머님에 대한 소식은 듣지 못했구요...

그치만 지금에야 암 생존률이 높지만,
당시였다면... 게다가 항암치료로 머리가 다 빠져계셨던 친구 어머님을 생각해보면
거의 모든 치료를 포기하고 집에서 마지막을 정리하고 계셨던게 아닐까 싶어요..

제가 요즘 아이를 낳고 보니까.. (아기가 4개월 되었어요)
왜 그렇게 그때 친구 어머님께 피아노를 못쳐드린게 후회가 될까요...
생각만해도 막 눈물이 날거 같고요.

다른 곡도 아니고 소녀의 기도인데...
친구 어머님은 소녀가 기도한다는 내용의 그 곡을 통해서 기쁨을 얻고 싶으셨을텐데..
너무 마음이 아파요.

그 때 일만 생각하면 눈물이 그렁그렁해지는데..
제 4개월된 아기를 보면서  
제가 아픈데없이 건강해야겠다고 다짐 또 다짐하네요..


 

IP : 124.243.xxx.151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저도요
    '12.7.6 2:34 PM (116.37.xxx.141)

    누구나 살면서 후회되는 일이 한두가지쯤 있겠죠
    그 대상이 가족이면 더 가슴 아프고.

    님이 아이 낳고 어른되서 철 드나봐요 ^^

    저는 신세 지거나 미안함을 꼭 그 사람이 아닌 주변에서 맘을 쓰려 해요
    그렇게 돌고 돌고.... 세상사가 그렇더라구요
    너무 자책 마세요
    그땐 너무 어렸잖아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26803 우편세관 6 황당* 당황.. 2012/07/11 989
126802 (끌어올림)서울에서 경기도로 이사갈 경우, 어떻게 하는게 좋을까.. 12 고민 2012/07/11 2,432
126801 백화점에서 할인하는 옷 살까요 말까요 1 갈등 2012/07/11 1,248
126800 서초강남 일반고 중에서 예체능반 별도 운영되는 고등학교?? 1 고교진학고민.. 2012/07/11 2,206
126799 서울이나 서울인근 장어요리 저렴하면서 잘하는곳 있나요 11 ,, 2012/07/11 2,247
126798 많이 먹는분 오신다는 글 뒷이야기 있었나요? 2 얼마전 2012/07/11 1,847
126797 요즘 양천구에 뱀이 출몰 한다면서요?누가 풀어 놓은 걸까요? 6 ... 2012/07/11 2,551
126796 까맣고 동남아필 나서.. 별로...?? 15 이런.. 2012/07/11 3,300
126795 한전 전기 기술직 월급 약한가요? 7 ? 2012/07/11 7,972
126794 중1 영어 어찌해야 하는지요 가르쳐 주세요(부디) 9 중1 영어-.. 2012/07/11 1,967
126793 머리나쁜 여자가 나중에 자기애들이 딩크 먹여살린다고 하죠 48 딩크 2012/07/11 16,011
126792 10키로 가까이 살을 뺐어요. 음냐.. 2012/07/11 2,235
126791 이동식에어컨 사용하시는 분 계신가요? 8 공부방 2012/07/11 3,994
126790 요즘 유행하는 앞트임 고무 신발이 땀차고 답답하지 않으세요? 11 크록스이미 .. 2012/07/11 3,346
126789 20점대 아이는 도대체 어떻게 해야할까요 8 초3수학 2012/07/11 1,654
126788 국제 이슈화되는 ‘일본군 위안부’..‘성노예’ 표현 확산 세우실 2012/07/11 1,199
126787 어떤가요 msc브레인.. 2012/07/11 758
126786 사교육 없이 정녕 힘들까요? 11 ... 2012/07/11 2,801
126785 아파트 현관문...... 7 대박공주맘 2012/07/11 2,732
126784 고등학교 고민.. 6 2012/07/11 1,537
126783 체크카드로 결제하는데 부가세 붙나요? 29 ... 2012/07/11 15,436
126782 아이 입시때문에 철학원이나 점집에 가보셨던 분 -- 도움이 .. 10 용하다? 2012/07/11 7,509
126781 비 한방울 안맞고 장보는 분들 참 부러워요.. 10 이렇게 비오.. 2012/07/11 4,316
126780 성인용품 그리고 야구 순위~ 일본여자 2012/07/11 1,289
126779 유치원 아이 잠시라도 맡길 사람 없으면 풀타임잡은 힘든가요? 4 엄마 2012/07/11 1,4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