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전세로 살고 있는 세입자에요..
작년 여름이 끝나갈 무렵, 보일러 배관에 문제가 생겨서 누수 공사를 하게 되었어요.
부엌, 거실, 안방 바닥을 모두 뜯어내야하는 큰 공사였죠.
아기는 친정으로 피신시키고, 한 일주일을 계속 바닥을 뚫어대서 먼지도 엄청났고
정말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은 일이었어요.
그 때 보일러 공사 비용은 작업하시는 분과 집 주인을 직접 연결시켜서 해결하도록 했어요.
그런데, 저희도 부수적 비용이 꽤 많이 들어갔어요.
에어컨 재설치 비용, 인부들 식대, 간식값, 기타 등등...
그런데 다른건 제외하고, 에어컨 재설치 비용까지 집주인에게 청구를 하게 되었어요.
저는 망설이다 청구하지 말자고 했는데,
남편이 이건 자기네 재산에 하자가 발생해서 우리가 살면서 그걸 수리해주는거니,
제반 비용을 모두 주인이 부담해야한다고...
에어컨 재설치 비용이 십만원이었는데,
주인집에선 그건 못주겠다고 하고, 저희 남편은 받아야겠다고 하고...
그 때 주인 아저씨가 암 투병 중이셔서 주인 아주머니도 무척 경황이 없으셨을텐데...
저희 남편은 거기다 대고 주인 아주머니께 언성을 높였던 것 같아요.
직접 와보시라고, 우리가 얼마나 고생하고 있는지, 아기는 집에 오지도 못하고 있고,
나는 xx대 나온 사람인데, 쭈그리고 앉아서 시멘트 긁어대고 있어야하겠냐고..
저는 정말 그 말 주인 아주머니께 전해듣고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었어요..
아무리 전세라고 해도 자기 사는 집에 문제 생겨서 자기가 처리하는데 시멘트를 긁던 껌을 떼던
xx대 얘기가 왜 나오나요. -_-;;;
아무리 자기가 옳다고 생각해도 그렇지, 연세있으시고, 주인집이고, 상황도 상황이었는데,
10만원 받자고 꼭 그렇게까지 해야하냐고 남편하고 엄청 싸우기도 했어요.
결국 나중에 '조금' 무례했다고 사과는 하더라만.. 10만원 더 받아내더라고요...
그게 작년 늦여름 이야기인데...
오늘 또 일이 터졌어요. 너무 더워 처음으로 에어컨을 트는데 냉기가 하나도 없네요.
매립형 배관 어딘가가 터져서 배관을 다 빼내고 재설치해야된대요. -_-
그런데 이게 매립형이라 또 바닥을 뜯어야한다고...
바닥 안뜯으려면 관을 바깥으로 빼내서 확장한 베란다 쪽으로 구멍을 하나 더 뚫어야한다네요.
그건 저희 임의로 할 수는 없는거잖아요..
환기가 거의 안되는 구조라 올 여름을 날 자신이 없어서
오늘 주인집에 1년만에 연락을 했어요. 혹시 배관을 빼내야해서 그러는데, 베란다 쪽에 구멍 하나 더 뚫어도 되겠냐고요.
주인 아주머니한테 한 30분 욕만 잔뜩 얻어먹었네요.
우리집 평안했는데, 너네 전세로 들어오고나서부터 무슨 말도 많고 탈도 이리 많냐고.
작년에 나한테 어떻게 했는데, 그 난리를 쳐놓고 또 무슨 공사를 하겠다는거냐고.
이야기 들어보지도 않고, 구멍은 무슨 구멍, 난 모르니까 알아서들 하라고
작년 얘기만 30분 속사포처럼 하고 그냥 뚝 끊어버리셨어요.
30분 내내 죄송했다고 사과하고도 전화가 뚝 끊기자 너무 모욕적이고 속상해서 눈물이 나더라고요.
자초지종을 들어보려고도 하지 않는 아주머니가 야속하면서도, 그렇게 화를 내시는 입장이 너무도 이해가 되는겁니다..
주인집 아주머니한테보다 남편에게 더 화가 났어요.
남편은 아직도 그 아주머니가 경우없었던 거라면서 우깁니다...
그냥.. 내용없는 글이네요.
하루종일 덥고 힘들고...
남편의 태도와 생각이 너무 부끄럽고...
저 사람의 태도나 비뚤어진 생각 등은 앞으로 바뀌기 어려울텐데..
싶으니 더 덥고...
아기가 지금도 땀띠로 온몸이 벌건데, 에어컨 없이 여름을 어찌나나 싶기도 하고...
이게 집 없는 설움인가 싶기도 하고요.
놀아달라고 칭얼대는 아기에게 소리만 버럭버럭지르고..
눈치보다 칭얼대다 잠든 아기는 안쓰럽구요..
위로받고 싶고, 우울한 밤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