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하고있을 12회는 못보고
어제껄 지금에야 봤어요.
박경수작가 필력이 정말 대단하네요.
수많은 서회장과 강동윤,신혜라들의
'그저 앞으로 위로 나아가고 올라가려는 욕망'들이
지금 우리사회를 만든것 같아 간담이 서늘하더군요.
서지원(고준희 분) 캐릭터가 내부의 아킬레스건이 되는 설정이 작위적이긴 하지만
'세상으로 걸어나간 싯다르타'의 비유가 참 절묘하더군요.
아름답기만 한 그 저택안에서 보지못했던 이 세상의 진면목을 보고
아빠와 형부의 가슴에 비수를 꽂는 막내딸,
'가족의 손에 수갑을 채운 일의 선배'인 최검사의 가족사도 가슴 저미더군요.
자신에게는 원칙대로 되어야하는 것이었던 법이 우리 사회에서 얼마나 불공평하고 무섭고도 우스운 것인지를
차츰 깨닫게되면서 들었을 허망함과 아버지에 대한 미안함은 짐작이 되고도 남아 짠했죠.
류승수도 저런 캐릭터 참 잘 소회해요.
지원이가 그러는 동안
언니 지수가 반쪽짜리 어쩌면 껍데기 뿐인 행복
자신이 괴물같은 아버지를 가진 딸이어서 다른 괴물같은 남자의 손을 잡을수 있는
그 비극이 참 쓸쓸하더군요.
시인이 되었으면 훨씬 행복했을지 모를 오빠처럼,
'난 지수 네가 장인어른 딸이어서 이 손을 끝까지 잡고 갈꺼야.'
지수는 지난날을 회상하며
동윤에게 말했었죠.
톨스토이의 '인간에게는 얼마만큼의 땅이 필요한가'에 빗대어
그는 앞으로만 나아간 정말 그렇게만 살아온 사람이라고,
그렇게 사람들은 앞으로 가며 무엇인가 잃어가죠.
서회장네의 한때라도 단란했을지 모를 가족의 밥상은 그 단란한 공기가 사라져버리고
강동윤은 한때나마 먹었을지 모를 이런 썩은 세상을 바꾸겠다는 말이 헛구호가 되어버렸죠.
자신이 경멸했던 상대들을 닮아버린 그런 괴물이 된 사람.
신혜라는 자신의 꿈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말하지만 그것이 이미 자기합리화이고 그런 인간들의 미래가 어떤지를
우리는 현실정치를 봐서도 너무 잘알죠.
어쩌면 통합진보당의 당권파들이 어떤 오류를 범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캐릭터 같기도 하더군요.
서회장이 말한 이미 잊어버린 옆집소녀의 이름처럼요,
동시에 작가는 우리가 그렇다면
앞으로만 가는 대신 돌아가야 할 제자리가 어디인지를
백홍석과 그 곁의 사람들을 통해 보여줍니다.
10억원의 유혹앞에 한번 무너졌지만 그래서 미운 사람이지만
그런 황반장에게
지금은 그곁에 있겠다며 모기약을 뿌려주던 후배형사
도저히 얼굴을 마주보지 못하는 반장님에게
그럼 가만 계세요. 제가 반장님 얼굴 보면 됩니다 라며 위안을 주는 홍석씨.
그리고 법을 한번 믿어보라며 애쓰는 최정우검사.
혹시 이 드라마를 놓치고 계신 분이 있다면 한번 보시기를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