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을 길게 적지 못해 저렇게만 적었어요.
상황 설명을 할께요.
오후에 친정에 네살, 두살 제 아이들 데리고 다녀왔어요.
5시 무렵 비가 올까말까 하는 날씨라 그런지 아파트 놀이터에 애들이 아무도 없었죠.
친정아파트 놀이터에는 이리저리 미로로 연결되는 커다란 미끄럼틀과 흔들 목마만 두개 있어요.
미끄럼틀에 한번 올라가면 올라간 애들이 이리저리 마주치고 부딪힐 수 밖에 없는 그런 구조에요.
애들이 아무도 없으니 저희 큰애 혼자서 미끄럼틀을 오르내리면서 놀고 있었는데 한 아이가 왔어요.
나이 지긋한 여자분과 같이 나와서 할머니신가 했더니 베이비시터라고 하시더군요.
여섯살 먹은 잘 생긴 남자아이였어요. 그 애도 미끄럼틀에 올라탔구요.
저희 큰애는 미끄럼틀 위에서 오가며 놀고 있고 돌쟁이 둘째는 미끄럼틀은 못 타니 놀이터 바닥에서
제 언니가 미끄럼틀 타는걸 올려다 보고 있는 상황이었는데, 이 남자애가 자꾸 침을 뱉어요.
저는 처음엔 큰애가 미끄럼틀에서 넘어지지나 않을까 해서 큰애만 보고 있어서 그 애가 침 뱉는걸 못 봤는데
그 아이 베이비시터 아주머니께서 애기엄마.. 작은 애기 좀 잡아요.. 쟤가 자꾸 침을 뱉어서 튈거야.. 그러시더라구요.
이 아주머니가 그 남자애에게 침 뱉지 말라고 하지 않기에 제가 그 애한테 얘, 침 뱉는거 아니야 그러면 안되지. 그랬는데,
그러면서 보니까 애가 약간 달라요.. 그제서야 그 아주머니가 말씀하시는데
그 남자애가 발달 장애도 있고 자폐아라서 대학병원에 치료 받으러 나가는 길이었는데
놀이터에 다른 또래 아이가 있으니 좋아서 놀다가려고 한다고.. 몸만 컸지 속은 아기라서 노는 방법을 모른다고..
그 감정 표현의 하나로 침을 뱉는다고 하네요. 아주머니가 애한테 그러지마라고 한다고 애가 들을 상황도 아니었고..
그러더니 얘가 침도 탁탁 뱉고, 자기 앞에 저희 큰애가 서 있으면 툭툭 밀고 그러네요.
아이가 장애는 있지만 격하게 감정을 드러내는건 아닌지 거세게 밀거나 하지는 않구요.
제가 궁금한 것은요. 이런 상황이라면 다른 엄마들은 어떻게 하시는지.. 그거에요.
마음같아선 큰애한테 그만 놀고 들어가자 하고 싶었지만
일단 큰애가 놀이터에 오랜만에 와서 너무 신난 상황이라 가자고 해도 통하지 않았을테고
가자고 한들 뭐라고 하면서 가자고 해야 했을까요.. 저 오빠가 자꾸 침 뱉으니까 가자고?
저는 그 상황이 참 어렵더라구요.
왜냐면 저희 부모님이 두분 다 교사이셨는데, 교사 집안은 그런거 좀 있어요.
어려운 사람 도와라, 아픈 친구 보살펴라 등등 지극히 도덕적이긴 하지만
너무 어려서부터 약간 주입식으로 그런 것 들을 배우다 보니
예를 들어 오늘과 같은 상황이면 저는 당연히 그 남자아이는 약자라고 생각해서
저 아이가 침을 뱉으니 피하자, 놀지 말고 들어가자, 이런 생각이 속으로는 들지만
차마 그렇게 실행에 옮기지는 못하는.. 그런 성격이거든요.
일전에 정신장애가 있는 성인어른이 저희 애를 보고 이쁘다~ 하면서 막 달려드는데도
제 마음으로는 경계를 하게 되면서도. 아 저 사람은 장애인이지,
일부러 해를 끼치려고 그러는 것도 아닌데 내가 놀래서 피하면
저 사람한테 못할 짓일거야.. 하면서 주춤하게 되는.. 그런 상황도 있었구요.
네살 큰애는 왜 침을 뱉는지, 왜 자기를 미는지, 나쁜 오빠라고 하는데
저는 그냥 간단히 저 오빠가 마음이 좀 아픈데 아직 그런게 나쁘다는걸 잘 몰라서 그런다고,
그래서 지금 병원에 다니면서 의사선생님들하고 치료 받으면서 배우고 있는 중이라고.. 그렇게만 말해 줬어요.
그럴 때 아이에게 어떻게 설명을 해 주며, 어떻게 충돌을 피해주며, 어떻게 대처했어야 할지.. 어렵네요.
돌봐주는 아주머니가 아니라 그 아이가 엄마와 나왔다면 좀 달랐을까 싶기도 하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