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예정대로라면 집에 4시면 도착했어야 하는데요, 중간 경유지에서 천둥, 번개로 공항이 약 40분간 닫히고 짐은 왜 그랬는지 시카고에 묶이는 바람에 이렇게 저렇게 늦어져서 6시 좀 넘어서야 도착했어요. 작년에 보스턴 갈 땐, 차와 집 열쇠를 왜 그랬는지 짐에 넣어 부치는 바람에 꼼짝없이 공항에서 밤까지 기다리는 일이 생겨서, 이번엔 정신 차리고 열쇠를 들고 탔거든요..그나마 천만 다행이죠.
집에 오는길에 닭가슴 살과 혹시 몰라, 보미 새끼들 화장실 모래를 샀죠. 뭉치는 모래는, 어린 새끼들에겐 아주 안 좋아서, 뭉치지 않는걸로 사야한다고 어디서 봤거든요. 다 큰 고양이들도, 뭉치는 모래가 좋지 않다는 말은 자주 있는거 같아요. 그래서, 우리나비도 언젠가 자연산 소나무 톱밥으로 사 줬더니, 이게 무겁지도 않고 전 참 좋더라구요. 근데 나비는 다른 모래로 덮을 때 처럼 무거운 느낌이 없어서 그런지 한참을 어색해 하더라구요.
나비는 좋을때 내는 목소리 있거든요. 근데 그게 썩 이쁜목소리는 아니예요. 다른 집 고양이들도 그러는지요..오랫만에 절 보더니 그 소리를 온 종일 내고 다녀요. 안는거 싫어하는데도, 안아주니 가만히 있구요. 사람에 굶주렸던거 같아요. 우리 나비가 무슨 이유에서인지, 남자는 공포스러워 하면서 무조건 피해요. 창문으로 내다보다가도 저 멀리 남자가 지나가면 부지런히 내려와서 숨어요. 그 다음 못마땅해 하는게 아이들이예요. 귀찮은거죠. 그래도 괜찮은 건 성인 여자거든요. 근데, 지니왈 그 집 첫째아들이 만졌는데도 가만히 있더래요.
나비를 열심히 아는 척을 한 후, 창 밖을 보니 보미가 없어요. 늦어서 6시쯤 왔는데두요. 곧 나타날지 몰라 닭가슴살을 익혀 들고 나갔는데도 없어요. 새끼도 없고. 여기저기 살펴보니, 옆 집 지하실 공간을 막아둔 틈,,그리로 작은 넘 하나가 나와있다가 내가 다가가니 재빨리 들어가요.
그리곤, 더 이상 안보여서 체념하고 들어 갔더니, 약 30분후에 보미가 나타났어요. 검은 색 남편 대동하고..요즘 이녀석이 늘 쫒아다녀서 조만간 중성화를 빨리시켜줘야 할 거 같아요.
먹이를 먹고나서, 보미야..새끼들 어디있니 하니까.. 알아 들어서 그런건지 아닌지 모르겠는데 옆 옆 집으로가요. 이집이 지금 비었는데 (보미 살던곳 말구요), 그 집 지하에서 새끼 두마리가 나오는거예요. 그러더니 요녀석들이 나오다 말고 절 보더니 또 순식간에 사라져요. 보미도 따라들어가더라구요.
그러니, 다 찾아도 3마리. 게다가 잡는것도 막막하고..어떻게 잡을까 옆집과 의논 중..옆집 아들 둘이, 6살, 10살인데요..자기네가 잡겠다며 그 구멍으로 들어갔어요. 지하가 꽤 넓으니 빠른 새끼들이 잡히겠나요. 결국 못잡고 그냥 나왔는데, 그 안에 있던 보미와, 검은 고양이는 견디다 못해 나왔어요. 애들이 휘 저어 놓으니.
옆 집 남자가 제안하기를, 어미를 우리에 가두래요. 그럼 새끼들이 어디서고 다 몰려들거라고. 그래서 보미를 이제 쉽게 만질수 있으니, 케이지에 넣었죠. 그랬더니, 첨엔 좀 울어요..그러더니 곧 울지도 않고 가만히 있더라구요. 이젠 제가 익숙해서 가둬도 무슨 큰일이야 나겠냐..그런 마음이었나봐요. 첨에 검사받으려고 케이지에 잡았을땐 병원가는 내내, 검사받고 집에 올 때까지 울었거든요.
그래서, 이 방법도 될거같지도 않았어요. 설사 소리를 낸다고 해도 저런 울음소리면 새끼들이 공포심에 더 안나올거 같았거든요. 떠나오기 전 날 보니, 특유의 새끼부르는 소리가 있더라구요. 그 소리 없으면 보미가 저와 있을때, 새끼들이 어미를 보고도 곁으로 오질 않아요. 저 소리를 내야만 다 기어나오더라구요. 포기하고, 잡은 김에 보미를 집 안 으로 데리고 들어왔죠. 풀어놨더니 난생 처음 사람사는 집에 들어와, 긴장하는 빛이 역력하고 목을 길게 뽑고 이방저방 들여다 봐요. 우리 나비는 웬일로 보미가 아주 가까이 와서 얼굴을 대려고 하니 그때서야 한 번 하악거리더라구요.
속으로, 천만다행이다 싶었구요. 조금 후에 다시 내 보내줬죠.
오늘 아침 6시에 눈을 뜨니 보미가 뒷문에 앉아있어요. 치킨 구워서, 새끼들이 첨 있었다는 장소에 갔죠. 너무 신기한게요..음식을 들고가니 어미가 새끼들을 불러요. 순식간에 꼬물꼬물한 새끼들이 우르르 기어나오는데 정신 없어요.
님들, 제가 새끼가 6마리라고 했죠.. 여섯마리 다 있나 싶어서 세다보니 세상에 일곱 마리예요. 믿기지 않아 다시 세도 일곱마리..검은색이 한 마리 더 있어요. 검은녀석 세 마리인거죠. 검은 녀석들은 닮긴 왜 그렇게 못생긴 아빠를 다 닮았는지. 젖은 여섯개인데 일곱마리니, 보미도 힘들고, 그래서 새끼 중 몇 몇은 좀 많이 작은가 봐요. 그리고, 밝은 아침에 보니까, 처음 본 날도 알았지만, 눈병이 거의 5마리가 걸린 거 같아요. 그런데, 새끼들이 하도 많고 색이나 무늬가 같은게 5마리니, 제가 어느 놈이 눈을 못뜨는지 잘 봐둔다고 하고도 헷갈려요.
한쪽눈이 완전히 감긴 놈들에, 양눈이 눈꼽이 덕지덕지 한 놈들..이게 제발 큰 눈병이 아니었으면 하구요. 제가 없는 일주일 사이에 더 악화 된 거 같아요. 첨에 두 눈 뜨고 사진 찍었던 턱시도 녀석도 눈병이 와 한쪽눈은 풀로 붙인 듯 완전히 달라붙었어요. 게다가 이 녀석은 온 몸에서, 일년 목욕 안 한 사람에게서 나는 냄새있죠. 그 시큼한 냄새 그게 진동을 해요. 어서 내일이 와야겠어요. 오후 3시에 동물병원 예약을 해 뒀거든요. 병원에가서, 헷갈리지 않게 사진과 함께 도, 레, 미, 파, 솔, 라, 시..이렇게 이름 지어줘야겠어요.
제가 좀 움직이거나 만져보려고 하면 두 마리가 하악거려요. 발버둥 치고..그리고 경계도 좀 심하구요. 근데, 이런 걸 직접보니 참, 신기하더라구요. 하악거릴때 보미가 또 소리를 내면요. 이넘들이 잡혀서도 하악질을 안 해요. 이렇게 아침 6시부터 11시까지 커피 한잔 만들어가지고 나와 꼼짝을 안하고 그자리에서 보미랑 새끼들하고 있어줬어요. 어떻게나 마당에서 이리뛰고 저리뛰는지. 똥도 그 작은 발로 파파팍 파더니만, 엉덩이를 요리조리 씰룩대고 앉아서 일을 보는데..고양이 하는 짓은 다 해요.
그러다 점 점 날이 더워오니, 아무래도 낼 아침에 잡는거 보다 오늘 잡는게 낫겠단 생각이 들어서 두마리를 살포시 집어 올려 집에 데리고 왔어요. 그렇게 다섯마리를 집 안 으로 날랐죠. 그리곤 한 5분 지체하고 나가니 보미가 없어졌어요. 더워와서 어딜 갔나봐요. 새끼 두마리는 당연히 그 후론 빼꼼 쳐다보고 나오지 않구요.
집 안에 들어와서 보니, 새끼들이 긴장을 해서 온통 구석에 다 몰려있어요. 들어갈 만 한 큰 구멍은 안그래도 미리 막았거든요. 못 빼 낼거같아서. 근데도, 그 좁은 책장뒤로 세마리가 꾸역꾸역 들어가요. 더 깊이 들어가면 난감해서 작은 책꽃이 하날 다 옮기고 빼내려니 다 들어갔어요.. 저녁에 나가니 보미가 마당에 있기에, 먹이 들고 갔니, 새끼 부르는 소리를 또 내요. 근데 한마리만 있더라구요. 냉큼 안아서 집에 들여놓고, 또 보미를 앞장세워 옆 집 지하실 근처로 가니까 또 새끼를 불러요..냥냥대며 빨빨대고 마지막 한마리가 거기서 나와요. 보미에게 고맙다고 하고 집어서 들어왔죠. 보미랑 같이.
다 한방에 넣고 보미가 새끼를 부르니 책꽃이 뒤에 있던 녀석까지 7마리가 쏜살같이 튀어나오는데 정말 장관이예요. 제가 문을 아예 큰 테이블을 옆으로 뉘여 막았거든요. 문 열때 순식간에 나올수도 있고, 낮으면 새끼들이 튀어나올테니. 그런데, 어미가 이 환경이 너무 낮선가봐요. 제가 있으니 안심 하면서도 많이 불안해 해요. 제가 짧은다리로 그 높은 곳을 오늘 얼마나 넘나들었는지 몰라요. 제가 안에 있으면 들어오거든요.
이제 겨우 새끼들은 잠을 자는데요..어미는 안달복달하는데, 천진난만한 새끼들은 그 새 잊었나봐요. 아주 방안에서 이리뛰고 저리뛰고 장난치느라고 바빠요. 그러다 어미가 부르면 놀다말고 쏜살같이 달려가요. 어미들이 새끼들을 이렇게 다뤄서 그 나마 그 많은 무리가 잘 다니는구나 싶어요. 전 어떻게 저 많은 넘들을 다 이리저리 데리고 다녔는지 정말 신기하거든요. 더운 낮엔 지하실 공간으로, 밤엔 위험하니 낮고 좁은 새끼만 들어갈수있는 공간으로.
훈련 받지도 않았건만 모래위에서 일을 다 보구요. 하나로는 모자라서 두 개를 뒀어요. 어떻게나 자주 올라가서 일 들을 보는지. 근데, 한마리가 계속 먹은걸 토해요. 저 작은몸에서 어떻게 그 만큼 많이 토하는지 걱정이 되고, 또 밖에 있다 들어가 보니 누군지 오줌을 밖에다 봤는데..양이 꽤 많아요. 아마 같은 냥이 새끼가 그런거 아닌가 싶은데 탈수가 걱정이 되네요.
조금 후에 나가서, 새끼용 젖꼭지나 주사기를 사서 설탕물이라도 조금 줘야겠어요. 어디서 보니, 어린새끼고양이는 하루 사이에도 위험하단 말도 있고, 탈수를 막아주는게 제일 중요하다고 해서요.
나비는 지금 처음에 괜찮은 듯 싶더니, 한 방에 새끼들 우탕탕 우글거리는 소리에, 보미는 들어와서 불편해서 야옹대고 새끼부르는 소리를 내니, 슬슬 짜증이 난거 같아요. 보미만 눈에 띄이면 하악거리고, 제가 안으려고 하니 소리소리 지르네요.
보미는 일단 밖에 나갔는데, 계단에 앉아있거나 마당을 서성거려요. 한번 더 들여놔 줬다가 내 보내야겠어요. 아직 집 안에서 자는 건 익숙한거 같지가 않아서요.
나비가 또 등뒤에서 양양대고 보채네요. 사진은 조금 후에 월맛에 다녀오고 올리겠습니다.
근데 이 꼬물거리는 것들 보고 있노라니 시간은 절로 가는데요, 뒷치닥거리 하기가 너무 힘드네요. 깨어있으면 화장실 청소도 거짓말 안 보태고 10분 마다 해야하구요. 어제 오늘 먹은거라곤 계란후라이 4개에, 우유 두 잔 과 커피..아까는, 뭐 사러 갈 시간도 없어서 동료가 닭가슴살과 어미용 사료를 사다 줬어요. 이제 새끼들이 조용하니 시간이 좀 나네요.
아이는 없지만, 새끼들 뒷치닥거리 하다보니 이곳 엄마들이 얼마나 애들 돌보느라 힘들겠는지 비교 불가 이겠으나 이해가 되네요. 아이 업고 밥먹어야 하는 엄마 그리고 아이 자는 시간에 뭘 다 해 놓아야 하는 거 까지..
우리나비는 그 새 또 제 발 밑에 누워있어요. 그렇게 사람이 좋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