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우리 동네 약국 약사 아저씨

한담 조회수 : 4,459
작성일 : 2012-06-30 10:33:23

동네 시장 모퉁이에 작은 약국이 있습니다. A약국이라고 할게요.

오래 된 약국인데 저는 거기 잘 가지 않았어요.

더 가까운 데 약국이 몇 개 더 있거든요.

 

그 약국 근처에

수족관 몇 개 밖에 두고 싸게 회 파는 가게가 있는데

싼값이지만 회가 좋다고 평이 좋아 늘 손님이 붐비는 잘 되는 가게가 있습니다.

이웃이 추천해줘 지난 겨울 어느날 회를 주문하려고

그 횟집 전화번호를 인터넷으로 검색하다가

중소상인 카페에서 그 횟집 주인을 인터뷰한 글을 발견했습니다.

사업에 망해서 빈털터리가 되었을 때

A약국 약사분이 고향분이라 사업자금 대주고

손님을 어떻게 대하는가 약국에 와서 보고 배우게 하며 도와줘서

이렇게 성공했다는 글을 봤어요.

 

대단하구나 생각하곤 잊어버렸다가

어제 병원에 갔다가 그 약국에서 들러서 약을 조제하게 되었어요.

장소는 협소한데 약사는 3명이나 되더군요.

 

한 아주머니가 조제약을 산 후

여자 약사가 비타민 음료를 서비스로 드렸어요.

그 아주머니가 자신은 이걸로 약을 먹어야 하는데

찬 음료는 싫다며 따뜻한 쌍화탕으로 바꿔 달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 태도가 좀 짜증을 내며 명령하는 분위기였어요.

바로 옆에 생수대도 있었는데 말이죠.

 

여자 약사가 온장고에서 쌍화탕을 드렸더니

이번에는 뜨거워 약을 못 먹겠다고 하면서

좀 덜 뜨거운 걸로 달라고 요구하더군요.

 

그러자 주인 약사가 나오셔서

아주 활기차고 쾌활한 목소리로

"맞아요. 뜨거우면 약 드시기 어렵죠. 아마 미지근한 게 있을 거예요."하면서

온장고에서 쌍화탕 이것 저것 만져보아 하나를 꺼내더군요.

그러더니 "아, 컵으로 드시면 더 드시기 좋을 거예요."하면서 종이컵까지 찾아 드리더군요.

 

짜증스럽던 아주머니 표정이 스윽 풀어지더군요.

 

작은 약국에 늘 손님이 많은 걸 오가면서 봤었는데

왜 그런지 알 것 같았어요.

 

주인 약사 태도가 마지 못해 뚱한 태도가 아니라 활기찬 느낌이었구요.

그리고 귀찮을 법한 요구에도 밝게 수긍하고 그 이상을 해주더군요.

긍정의 에너지가 본인의 사업에도 도움을 주고

방문한 손님의 기분도 좋게 해주는구나 느꼈어요.

 

IP : 175.114.xxx.35
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착한이들
    '12.6.30 10:36 AM (210.205.xxx.25)

    서비스는 친절을 파는것
    상대의 마음을 파악하는것 기본인데요.
    일본인들 유태인들 중국인들이 잘하죠.
    우리나라는 유교문화라 그걸 안한다는...그러다가 관광사업도 못하고 ...
    앞으로 좀 잘좀해야지요.

  • 2. 와~~
    '12.6.30 11:13 AM (211.36.xxx.243)

    대난하신데요
    손님끌기위한 친절이 아니란게 느껴지네요

    전 참을성이 없어서 그리 못할것 같아요

  • 3. ....
    '12.6.30 11:56 AM (121.163.xxx.149)

    서비스업에 너무 많은것을 기대하시네요.
    서비스 드링크면 자기가 알아서 종이컵에 따라서 식혀 먹을수 있는거고요.
    물론 거동이 불편하면 도와 달라고 할수 있지만요.
    전 너무 친절하거나 그런걸 바라는 사람이나
    그럴려고 하는것 둘다 불편해요

  • 4. 저런
    '12.6.30 12:03 PM (115.41.xxx.215)

    보통의 인간답지 않은 참을성과 친절이
    정말 다른 사람을 변화시킬까요?
    해달라는대로 몇번이고 다 해준다며 이용당하는 호구가 될까 걱정하는 제가 너무 세상에 찌든건가요?
    서로 배려하고 예의를 지키는 정도가 좋아요. 과레는 비례라 하잖아요.

  • 5. ...
    '12.6.30 12:11 PM (112.156.xxx.127)

    비록 손님이 무례하고 잘못했을 때라도 영업하는 사람들의 얼굴에서
    못마땅하고 불쾌한 기분이 읽혀지면 다시는 그 가게에 가기 싫어지던데,..
    제가 잘못하는 걸까요?
    하여튼 그래지더라고요.

  • 6. 대단하네요
    '12.6.30 12:13 PM (210.93.xxx.9)

    정말 영업마인드가 대단하신 분이네요!
    친절은 거친 손님을 온순하게 만들지요^^

  • 7. ....
    '12.6.30 12:45 PM (108.14.xxx.245)

    그 분이 원래 그런 심성을 가진 분이든 비지니스 마인드로 하는 행동이든 현명한 분이네요.
    '나 vs 상대'로 생각하기 않고 '문제해결'로 접근하면 좋은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 것 같아요.

  • 8. 와우
    '12.6.30 7:06 PM (211.207.xxx.157)

    원글님 눈썰미나 통찰력이 있으니 눈에 쏘옥 들어온거죠.
    그 약사분이요, 내면의 힘이 있는사람은 상대의 짜증에 말려들지 않는 거 같아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29747 대출금~~~ 대출 2012/07/16 836
129746 청소하다 암흑천지 ㅠㅠㅠㅠㅠ 3 그냥 불을 .. 2012/07/16 1,199
129745 아파트 옆집 개가 유리집 앞에다 쉬를 해요2 13 어째 2012/07/16 2,162
129744 돼지갈비 돼지갈비 2012/07/16 837
129743 7세 남아 방문피아노 2012/07/16 730
129742 전세대출 알려주세여 2 돈이왠수 2012/07/16 1,046
129741 북유럽에 사시는 분들 계신가요? 1 .. 2012/07/16 1,408
129740 며칠전 여행 팁 .... 2012/07/16 1,298
129739 요즘 시계 약 어디서 가나요? 2 .. 2012/07/16 1,027
129738 홈쇼핑 콜센타는 어떤가요? 1 돈이 뭔지.. 2012/07/16 1,421
129737 영어공부 3 중학생 2012/07/16 1,311
129736 예전에 문성실 공구 르쿠르제 부페 캐서롤 22 cm가격 아시는 .. 1 단지궁금 2012/07/16 2,389
129735 미드나잇 인 파리에서 누가 부르니인가요??(스포인가?) 3 누규 2012/07/16 1,235
129734 시댁 가까이 있으면 아이도 가끔 맡기시나요? 4 성격차이 2012/07/16 1,888
129733 초등4 남자아이 공부에 관해서는 넘 무기력해지네요 4 bb 2012/07/16 1,681
129732 여자들이 반하는 남자들의 매너 2 넘실거려 2012/07/16 2,210
129731 부모 유산을 빨리 받는 게 나쁜가요? 1 참맛 2012/07/16 1,822
129730 지방에서 코엑스몰 구경을 가려는데... 8 주차 2012/07/16 1,573
129729 드디어 커피머신이 왔는데요~~~++;; 14 아놔 2012/07/16 3,759
129728 영어 박사님들 질문드려요 ㅠㅠ 4 ... 2012/07/16 1,117
129727 피 뽑을때 혈관찾기가 어려워서 미치겠어요 7 ... 2012/07/16 11,218
129726 오토비스 어떤가요 2 청소 2012/07/16 1,109
129725 여자 직업 은행원은 10 궁금 2012/07/16 4,943
129724 큰솥구입?? ..... 2012/07/16 771
129723 일인당 백만원 안쪽에서 갈만한 해외여행지 좀 추천좀요...;; 7 3인 가족,.. 2012/07/16 2,5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