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재미들렸나봅니다. 자꾸 쓰네요.
아직 이렇다할 소식이 없네요. 어디 깊은 곳에 새끼들을 숨겨놨을거라 믿고 싶어요.
내일 4시면 집에 도착할테니, 잘 버티고 있기만 바랄뿐이죠.
우리 나비는 검정색인데, 마당에서 어슬렁 대는 걸 방에서 보고 있노라면 흑표범이 연상돼요.
고양이는 개와 다른게, 혼자 어디 골똘히 쳐다보면 옆에서 굿을 해도 모르는거 같아요. 밖에 새를 쳐다 보거나 할땐, 제가 옆에서 불러도 눈도 깜빡 안하고 밖을 응시를 하거든요. 개들은 아무리 흥미있는 게 앞에 있어도 주인이 이름을 부르면 반응을 하잖아요.
제가 그래서 옛날엔 고양이는 주인도 못알아보는 동물, 충성심이 없어서 싫어했거든요.
그런데, 고양이 뒤통수를 보면 그게 다 용서가 돼요. 전 우리나비 뒤통수가 왜 그렇게 귀여운지. 여러 만화에 등장하는 고양이 앉은 뒷모습 있잖아요. 호리병모양에 긴 꼬리..이뻐 죽겠어서 뒤에서 좀 껴안아주면, 먀~ 하고 피해요. 나쁜녀석.
그러면서, 또 자기 아쉬우면 저 일하는데 키보드 위로 올라와 철퍼덕 누워요.
제가 가만히 컴퓨터 앞에 앉아있는 걸 제일 싫어하고, 제가 움직여서 뭘 하고 있는 걸 좋아해요.
설겆이를 하면 싱크대쪽 창문에 올라와서 눈이 뚫어지게 쳐다보구요. 어떨땐 정말 얘가 나중에 보고 따라하는 거 아닐까 싶을 정도로 뚫어지게 관찰을 해요.
구경이 지루해지면, 집 이 끝에서 저 끝까지 우다다 하면서 뛰거든요. 물소리에 왜 흥분하는지 모르겠어요.
그럴땐, 전 아이는 없지만 마치 엄마가 음식 장만하고 부엌에서 일할때 아이들이 신나하잖아요. 그런 장면이 연상되곤 해요.
어제 제가 우리나비가 첨 집에 들어온 날을 잘못 썼어요. 세월이 너무 쏜살처럼 지나가서, 년도수가 헷갈렸나봐요. 2010년 11월 처음 만났죠. 그 때 사진과 동영상을 보면, 정말 많이 컸어요. 지금도 여전히 활동적이고 노는걸 좋아하지만, 저 땐 정말 어린티가 줄줄 나더라구요.
소파에 솜털같은 검은 게 뭉텅이로 있는걸 보고, 첨엔 그게 뭔지도 몰랐다가 털인걸 알고 혼비백산..얘가 피부병이걸렸나 걱정을 했는데 알고보니 털갈이었어요. 고양이가 첨이라 아무것도 몰랐었죠. 나름 열심히 정보를 얻어도 일단 한 일년은 키워봐야 이것저것 아는 거 같아요.
나비는 숨박꼭질을 참 좋아하는데요, 어디 있다 제가 지나가면 우다다 뛰어나와서 딱 멈춰요..마치 놀랬지? 이러는 거 같아요. 그럼 좀 호들갑스럽게 반응해줘야 얘가 좋아하거든요..전, 어머나,,우리나비 때문에 깜짝놀랬네..아휴 놀래라,,그러면서 힐금힐금 쳐다봐 주면서 앞으로 가요..그럼 또 부지런히 앞에가서 숨어요..그리고 지나가면 또 같은행동을..
이런 건 개들에게 못보던거라, 너무 신기하고도 귀여워요. 거실에서 방으로 들어가는 곳 벽 뒤에 숨어있다가 나비가 나타나면, 이번엔 제가 우리나비 잡자 하고 팔을 벌리고 따라가면, 먀아~ 하면서 내가 잡을까봐 도망가거든요. 근데 이런 놀이를 엄청 좋아해요..뻔한건데 전 이짓을 한 열번 반복해주죠. 그럼 당분간 좀 덜 귀찮게 굴거든요. 하는 짓이 딱 2-3살 어린아이들 같아요.
이젠 이녀석 목소리를 들으면 어쩌자는 건지 알수있어요. 고양이소리가 야옹..하나인 줄 알았는데 참 다채로워요. 제가 뒷마당에 나가서 덩쿨잡초 뽑는 걸 아주 좋아하죠. 왜냐면 그걸로 놀아주니까요. 저 땐, 덩쿨이 몸에 닿으면 또 들어보지 못한 묘한 소리를 내는데, 제 일방적 해석이지만,,아이 이거뭐야 징그러워 좀 치워..이러는 듯 해요. 그러면서도 또 좋아하는거 있죠.
아기 엄마들은 모이면 아이들 이야기고, 남자들은 군대이야기라는데, 전 나비와 살게 된 이후,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집에 고양이 키우시나요? 하고 물어보게 돼요. 그렇다고 하면 그 때부터 마치 여자들, 임신하고 아이낳으러 병원 들어가는 이야기 하는 것 처럼, 전, 내가 우리나비를 어떻게 만났고 어쩌고 저쩌고..이렇게 된답니다.
오늘은 우리나비 좀 컸을때 사진을 올려볼께요.
참, 제가 작년 9월 제게 밥먹으러 오던 노란 길 고양이를 화장시 킨 후 처음 이곳에 글을 올렸었는데요. 지금은 재가 되어 제 작은 방에 놓여있는 야옹이 사진도 올려볼께요. 이녀석은, 제 마음속 두번째 고양이랍니다. 보미는 세번째가 되겠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