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올해 33살 먹은 총각입니다.
그동안 82는 눈팅만 했는데...
남자들만 가는 게시판보다는 여기 올리는 게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해서...
얘기를 어디서부터 하는 게 좋을지...
일단 저와 여자친구는 6살 차이입니다.
작년에 동료 소개로 만나 사귄 지 1년이 조금 넘었구요.
결혼 얘기를 먼저 꺼낸 건 여자친구였습니다.
6개월 정도 지났을까요...조금 당황스러웠지만
성격 맞고, 유머 코드 맞고, 예의도 바르고
무엇보다 지금 제 상황이 좋지는 않은 편인데
저 하나 믿고 결혼을 생각하니 고맙기도 하고 저도 더 아껴주고 싶은 마음이 생겨서
결혼하기로 마음을 먹었죠.
그래서 서로 부모님을 만나뵈어서 식사를 했구요.
저희 부모님께서도 제 여자친구를 마음에 들어하셨고,
여친 부모님도 저를 좋아라 하신다고 했습니다.
위에 제가 상황이 안 좋다는 건 경제적인 문제입니다.
회사는 꽤 알려진 기업에 다니고 적지않은 연봉을 받지만
아버지가 사업하다가 쓰러지셔서 중간에 급하게 사업을 정리하면서
남아있던 빚을, 저랑 형이 다 정리하느라 지금 모아놓은 돈이 3천만원 정도 됩니다.
그리고 빚도 좀 남아있구요. 이건 얘기하면 길어지는데...친척들 문제가 걸려있어서
땅이랑 빚이 양쪽으로 남아있습니다. 땅을 팔아서 빚을 처분하려고 하는데 땅이 안 팔려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빚에 대한 이자가 40만원 정도씩 나갑니다.
그 외 집 생활비를 제가 대느라 적금을 월 100만원 정도밖에 못 붓고 있어요.
그리고 여친은 사교육 관련 회사에 다니는데...월급은 제 반 정도 됩니다.
그래도 검소해서 여친도 월 100씩 적금을 붓고 있구요.
여친은 제 상황이 이러니 결혼을 빨리 해서 돈을 모아나가자고 했습니다.
여친이 결혼을 빨리 하고 싶어하더라구요.
위에서 말한 경제적인 면도 있고, 이쁠 때 결혼하고 싶고
애기를 워낙 좋아하는 애라 아이도 빨리 낳고 싶은 마음이 있어합니다.
그렇지만 여친 부모님은, 어찌보면 당연히겠지만 빠른 결혼을 반대하십니다.
저를 반대하는 건 아닌데, 돈을 더 모아서 대출받지 말고 결혼하라는 거죠.
여친 부모님께 결혼하고 싶다고 말씀드리니, 내년까지 사귀고 그 후에 생각해보겠다
그 전엔 결혼 얘기 꺼내지 말라고 하십니다.
그래서 여친이 중간에서 힘들어합니다.
결혼은 빨리 하고 싶은데 부모님 반대가 심하고
그렇다고 틀린 말씀 하시는 것도 아니고...
설상가상으로 회사도 경기불황타고 요즘 안 좋아서 야근도 많이 합니다.
제가 옆에서 위로해준다고 위로해주는데...
사회 생활 2년하니, 작년엔 보이지 않던 사회의 무서움이 점점 느껴지는지...
"그렇게 돈 나갈데가 많은데, 우리 애 낳으면 평생 집 못 산다"라는 뉘앙스의 말도 늘어났구요...
저는 제가 야근하고 주말근무하면 40~50만원씩 더 벌 수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마라, 라는
식으로 계속 달래고 있어요...
어제도 밤에 통화하면서 '사는 게 참 어렵다...'라면서 우는데...
괜찮다, 나만 믿어라, 힘들 때 나한테 기대라라는 말 밖에 못 했습니다...
후우...사실 어떻게 보면 저보다 더 힘든 사람도 많은데...
그렇다고 남들처럼 집 한 채 떡 사가거나, 전세라도 대출 안 끼고 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니...
답답합니다. 도움 안 되는 여친한테 미안하기도 하구요...
어떻게 하면 힘든 여친이 덜 힘들어할까요...
여성분들의 입장에서 조언 좀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