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 둘다 오래 전 재수할 때 친구였었죠.
각각 다른 대학으로 진학했지만 적어도 대학 2-3학년일 때까지 3명 혹은 다른 한 명이 더 껴서 4명이서 종종 만나서 수다떠는 사이였어요.
a는 지금 생각해보니 이성관이나 여러모로 허영끼가 좀 있는 타입이었는데 당시에는 말도 조심조심하는 스타일이었구요.
b는 능청스러운 유머도 잘 구사하고 여대로 진학했지만 털털하고 잘 안꾸미는 소탈한 타입이었답니다.
(별 뜻은 없지만 아무래도 여자들끼리만 있으면 화장스킬도 늘고 하는데 이 친구는 하도 화장도 잘 안하고 피부관리에도 관심 없었다가 나중에 피부과까지 간 적도 있어요. 의사가 그동안 각질이 너무 많이 쌓여있다고;;)
졸업 후 a는 b가 다니는 대학의 대학원으로 진학했고 b는 자신이 관심 있던 일쪽으로 아카데미를 다니면서 수련하더군요.
그 무렵 저도 첫 직장을 다니고 있었는데, 어느 날 대뜸 지하철에서 마주친 a가 말투가 예전같지 않더군요.
적어도 꽤나 친하다고 느꼈는데 제가 근무한다는 사실에 " 줄 잘 섰구나"라는 조롱조로 말을 하더군요.(하는 일의 특성상 일자리 수가 한정되어 있답니다)
얼마 후에 선으로 만난 남자랑 결혼하길래 그래도 친했었던 친구니까 결혼식까지는 갔었구요.
물론 그 후엔 연락이 뜸해졌죠. 저는 나름대로 바빴고, a 역시 자신의 인맥을 넓히는 것을 좋아하는 성격상 결혼전 친구까지 제대로 챙기기는 힘들었겠지요(라고 나름 이해하려 합니다)
당시 싸이가 활황이라서 가끔 들여다봐도 당장 어울려서 즐거울 수 있는 친구들만 이따금씩 만나는 게 한편으로 서운하고, 한편으로는 나도 바쁘니까 오히려 잘 되었구나 했었지요.
b는 넉살좋은 성격 덕분에 그게 장점일 때는 좋았지만 몇 년 전 저에게 결정적 실수를 한 적이 있는데요.
물론 본인은 지금도 실수라고 생각 못할지도 모르겠습니다. 2004년 경에 재미있는 것 알려주겠다면서;; 자신의 과 동기 중에 한 명이 저의 예전 남친이랑 결혼했다는 사실을 저에게 고맙게도 알려주더군요. 당하고 나서야 느낀건데, 그걸 알아내기까지 본인이 얼마나 제 얘기를 미주알고주알 실명으로 신상명세포함해서 여기저기에 흘리고 다녔는지 안봐도 훤합니다.
불필요한 에필로그까지 전해주더군요. 결혼 후에 왠 상자가 있길래 본인의 동기가 이게 뭐냐고 하다가 나중에 보니 저와 같이 찍었던 사진 옆서 등등 ㅎㅎㅎㅎㅎ
그 얘기를 친절하게 알려주면서 하는 말이 " 이래서 사람이 죄짓고는 못 산다" -_-
이건 알려주는 본인이 할말은 아니라고 느꼈습니다.
벌써 한참된 이야기군요. 끊겼다고 생각했던 친구들을 최근에 다시 겪은 후일담은요.
작년인가 a는 집 근처에서 우연찮게 마주쳤는데요. 산달이 얼마 안남았는지 엄청 배가 부른 상태였고, 좋은 소식 없냐는 표면적인 인삿말을 하더군요. 솔직히 연락도 안하는 사이인데 길에서서 몇 분간 저의 근황과 b와는 연락하느냐는 질문과... 질문하고는 답변도 자신이 " 아 너랑( 개랑 연락)안하지" 알면서 왜 물어본건지...
너무 오랫만인데 솔직히 반갑지도 않아서 그러고는 곧바로 헤어졌답니다.
b는 결혼후 남편따라 유럽간다고 몇 년간 못보느니 하더니만 a와 마주친 며칠 후 둘이 통화를 했는지 저에게 문자가 하나 오더군요. 솔직히 010으로 변경되서 b인줄도 몰랐는데 밑도끝도 없는 반말문자에 황당해서 누구시냐고 정중하게 물었더니 b라고 하더군요. 더 이상 귀찮아서 연락 안했습니다. 또 제 근황을 물어서 저 쪽에다 친절하게 안부 전해줄 것 생각하면 끔직하더군요.
아뭏든 저는 이런 경험으로 고교 친구까지만 친구라고 속으로 생각하는 버릇이 생겨버렸답니다. 어차피 20살 넘어서 만나는 사람들 죄다 이해관계로 엮이게 되니 적당한 선을 지키면서 사니까 별로 친해지지 않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