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82 회원님들
몇달 전에 82 알고서 눈팅으로 삶의 지혜 배우는 중인 29살 여성입니다.
저희 언니 문제로 고민하다 조언이든 질타든 듣고 싶어 저도 글을 올려 봐요.
긴 글이 될테지만.. 어떤 것이든 의견을 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언니가 사회성이 많이 부족합니다. 마음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 되요.
가족들이 모르는 던 바는 아니였지만 언니가 얼마 전 퇴사하는 과정에서 터질 게 터졌습니다.
몇 주 전 엄마가 전화가 왔어요. 저는 가족과 떨어져 살고 있습니다.
언니가 아침에 출근을 안하길래 물어보니 회사를 그만 뒀다고 했대요.
언니는 31살 미혼입니다. 간판 등 홍보물을 만드는 소규모 사업장에 다니고 있었습니다.
사장하고 한바탕하고 그냥 나왔다고 하더래요.
자세한 설명은 없었고 다만 월급도 퇴직금도 필요 없으니 내일부터 안나온다 하고 박차고 나왔다고 했대요.
엄마는 월급을 왜 포기하냐고 다그치며 내가 사장에게 전화해서 그 돈 받겠다고 했어요.
언니는 자존심 상한다고 절대 하지 말라고 소리쳤답니다.
남은 급여 계산하려고 물어본 월급날과 입사일 등은 모른다고 했대요.
"저렇게 여물지 못해서 어떻게 세상을 살라하노" 언니를 이렇게 생각하던 엄마는 "속이 상해 죽겠다"고 하셨어요.
술 먹고 와서 언니는 밤새도록 울었대요.
일한 댓가 받는 건 오히려 니 자존심 위한 것이라고, 언니가 모아둔 돈은 정기예금 돼 있는데
그거 깨지 말고 급여 챙겨서 너 하고 싶은 거 해라.
이렇게 언니를 설득?했고 언니도 완전 부정하진 않았대요.
전화했습니다. 하지만 사장님한테서 들은 얘기는 엄마를 더 충격에 빠뜨렸어요.
요약하면 사무실에서 언니는 극도로 개인적이고 분위기를 흐리며 일도 잘 하지 못하는 직원이었다는 겁니다.
돈은 줄 수 없답니다. 언니가 회사를 나가면서 컴퓨터 작업하던 걸 끄는 바람에 입힌 손해가 크다고요.
언니는 7월 중에 퇴사할 뜻을 전한 적이 있는데 사장은 잡았다고 합니다. 언니는 마음을 바꾸지 않았고요.
사장은 5명 남짓한 직원들을 모아놓고 'ㅇㅇ씨가 언제까지 일 한다. 그때까지 다 같이 열심히 하자'라고 했답니다.
이게 발단이었습니다.
그런 말을 왜 직원들 앞에서 하냐고 언니는 소리를 질렀고 그 이후는 앞에서 말한 대로 입니다.
사장 말로는 본인은 직원들한테 큰소리도 한번 안치고 다독이면서 가족처럼 일하려고 하는 사람이랍니다.
그리고 언니는 '출근해서 퇴근할 때까지 말 한마디 안하고, 밥 먹을 때는 같이 먹는 음식(찌개 같은)엔
손도 안대고, 입사 3개월 된 직원보다 일 처리에 대한 개념이 없는' 직원이었답니다.
좀 더 설명이 있었는데 제가 생각이 잘 나질 않네요.
언니는 경력으로만 치면 3~4년 된 거 같아요.
'저도 힘들었겠지'하며 중간에서 속 끓이시던 엄마는
내가 잘못 키운 거냐며 탄식 중이십니다.
저는 곪았던 문제가, 가족들이 알면서도 언니가 나가선 좀 낫겠지 하며 넘긴 게 터진 거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언니 쉬면서 제 3자한테 적극적으로 상담 받도록 해야될 것 같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일단 그렇게 말했지만.. 저것이 방법인지 저도 모르겠습니다.
뒤틀린 마음을 고치려면 누굴 찾아야 되고, 주변에선 뭘 해야하는지 실질적으로 아는 게 없어요.
제 딴에는 고심했지만 교과서대로 읊었을 뿐인 것도 같아요..
집에서 언니는 소극적이고 다소 폐쇄적입니다.
이건 제 표현이고 엄마 식 으로는 '답답하다', 아빠 표현으로는 '맹하다'입니다.
친구와, 얼마 전에 헤어졌다는 남자친구와는 어땠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싹싹하다. 활발하다. 유연하다. 사교적이다' 같은 것의 대척점인 건 분명합니다.
집에서는 부모님과 거의 대화가 없어요. 이방인처럼 행동해요.
본인이 집에서 맡기 싫은 것, 불편한 자리, 어색하지만 참고 웃고 있는 것, 잘 하지 못해요. 피해다닙니다.
전 직장에서는 뭔가 어울리지 못해서 크게 상처받았던 것 같아요.
스스로 '자기는 사람들과 어울리는 거 잘 못한다, 잘하는 게 없다'고 말했었고
회사 안 다니고 살림하면 안되냐고 엄마에게 말한 적 있답니다.
예전부터 자기 방에서 통곡(운다기 보단 이 표현이 맞을 것 같습니다)한 적 많았습니다.(그걸 듣는 전 마음이 무겁고 아프고 했고요..)
이런 말 하고 있는 저도 언니와 문제가 있습니다.
십대 때 싸운 걸 여지껏 풀지 못하고 서로를 투명인간으로 대하고 있어요.
제 잘못이죠.. 이제는 생각도 안 나는 싸움의 원인을 누가 제공했든
풀기 위해 나설 사람은 누가 봐도 전데.. 중간에 시도가 없던 건 아니지만 결과적으론 못했습니다.
언니 성격이 저렇게 형성될수록 저는 저대로 집에서 더 활기차고
부모님 마음 헤아리는 애가 되려고 했어요.
우애 좋은 자매가 되지 못한 것에 대한 죄책감 때문에요.
이것조차 근본적 해결은 피하면서 당장의 죄책감을 덜려는 제 이기적 행동이지만요..
하지만 언니 마음의 문제에 진심으로 마음 아픈 사람 역시 저입니다.
자라온 환경은 지방에 자가 주택이 있고
언니는 사립대 미대, 저는 지방 사립대 빚 없이 나왔습니다.
경제적 문제에 맞서 부모님 열심히 사셨습니다.
달리 말하면 돈이 최대 문제라고도 할 수 있고요.
정서적인 교감, 가족 문화 같은 건 상대적으로 없이 자랐습니다.
그래서 좋게 말하면 부모님 간섭 별로 없었습니다. 적절한 관여를 못하신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가족사를 털어놓자면 너무 길어 질 것 같아서..
혹시 조언을 주시는 데 궁금한 게 있으시다면 뭐든 알려주세요..!
잃어버린 자존감과 눈으로도 보이는 어두운 마음을 언니가 조금씩 고칠 수 있도록 나서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뭐든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이런 걸 전문적으로 상담해주는 곳이 있다면(정신과 랄까요?)
어딜 통해 알아볼 수 있는지도 아신다면 좀 알려주세요.
좋은 상담가 알 수 있는 팁이나 경험.. 뭐든지요.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