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이 많이 강한 어느 봄날
아파트에 누렁이 한마리가 목줄을 질질 끌면서 돌아다니고 있어요
잔디나 나무사이를 탐험하고 있는것도 아니고 그냥 말그대로 방황.....
하루를 보고 이틀을 봐도 방황해요 . 주인도 없어보였어요.
며칠을 그렇게 돌아다니니 아파트안에 쌩쌩 달리는 차도 위험하고
어린 아이들이 막 소리지르며 쫒아오고 자기네나름 귀엽고 재밌다고 그러지만
누렁이는 놀래서 막 도망가느라 또 차도에 뛰어들고 ..........
그것을 보다못한 경비아저씨가 경비실 입구에 묶어놓으셨어요.
다행이다 싶었지요 . 주인이 언능 데려가야할텐데하구요.
그러고 일주일정도 지났나요? 여전히 경비실 앞에 있습니다.
보다못해 가서 여쭈어보니 주인 안나타난다고 ...본인이 키울수도 없으니 보호소에 보낸답니다.
보호소에 알아보니 주인 안찾아가면 안락사 시킨다고해요.
애가 순하고 착해보이는데 마음이 아파 무작정 집으로 데려옵니다.
저희 식구들은 모두 직업전선에 있는터라 아침에 모두 나가고 밤 9시에 한명 들어올까 말까에요.
그러니 ...엄마에게 무지하게 욕 많이 배부르게 먹고
다시 경비실에 갖다줘라~부터 시작해서 주변에 강아지 키울사람 없나부터 막 물어보시구요.
일단 너무 더러우니 목욕을 시킵니다.
엥?? 누렁이 아닙니다. ㅎㅎㅎ 순종은 아니지만 말티네요.
목욕시켜놓고 말간 눈으로 쳐다보니...넌 내꺼다 싶습니다.
그런데 무서워해요. 불러도 안오고 밥줘도 안먹고 오줌 똥도 안쌉니다.
집을 모두 비우면 밥먹고 볼일 다 보고 그럽니다.
그래 너도 무섭겠지....이름을 지어 매일매일 많이 불러줍니다. 눈도 맞추고 먹을것으로 현혹도 하고
그러면서 혹여나 주인이 애타게 찾을까 전단지 500장 만들어 아르바이트 아주머니 고용해서 온동에 붙이고
사이트에도 여러군데 올려놓았지만 주인은 연락없고
개장수가 연락옵니다. 몇킬로나 되냐고 ;;;
하루가 지나고 ..한달이 지나고 ...어느덧 얼마전 1주년을 치렀습니다.
너의 새로운 생일이다 하면서 찐감자와 고구마와 닭가슴살 주고 후식으로 오이도 줍니다.
발발거리며 좋아죽고 뱅글뱅글 또 좋아죽고 ...정말 맛있어요~~라고 눈빛을 숑숑 쏩니다.
이젠 눈만 마주쳐도 썡 달려오구요~100 평은 아니지만 널직한 집에서 아무리 멀리 있어도
이름의 첫 자음만 소리내도 썡~~~~와서 여깄어요 합니다. ^^
퇴근하고 오면 뱅글뱅글 돌면서 자기먼저 봐달라 애교피고
친구랑 전화하거나 티비본다고 잠시 자기를 잊으면
앞발로 제 다리를 툭툭 치면서 자기를 만지라하구요
마치 뒤집어진 벌레처럼 배까고 누워서 자기 배 만지라고 아르릉 거리다가 배 만져주면 시체놀이하고
다시 배에서 손떼면 또 아르르릉 하고 ~
침대에 올라가 있으면 뛰어올라올줄 알면서 안아서 올려달라고 아랫쪽에서 앙앙 거리고 엄살피고있어요.
누워있으면 제 배위에 올라와 자기도 엎드려 잡니다.
순종이 아니라 그런지 참 묵직한데 ;;; 한여름에도 거부할 수 었는 그 따뜻함.
사료도 정말 와작와작 잘 먹지만 피부가 너무 안좋아 시작한 생식
오이 상추 감자 고구마 사과 배 등..정말 가리지 않고 잘 먹어주니 너무 기특합니다.
화장실에 넣고 문닫아주면 볼일 보는 것으로 교육이 되었는데
손님이 오셔서 방에 넣고 잠시 문을 닫아두었는데 방에다 응가와 오줌을 해둡니다.
일단 볼일을 방에 봐뒀기에 야단을 치니 눈빛이
왜요?? 제가 뭘 잘못했나요~억울합니다. 하는 눈빛이에요
생각해보니 문만 닫으면 싸야되는줄 알고 제딴에는 아주 없는똥 있는똥 노력해서 싼거더라구요 ㅎㅎㅎ
아침에 다 싸서 쌀게 없는데도 말이지요.
누렁인줄 알만큼 너무 관리가 안되어 있었는데
세번 쫙쫙 털을 밀어줬더니 뽀얀 반질반질한 이쁜 털이 올라와 ..이젠 누가 봐도 까만눈코의 하얀 아가에요
아~보여드리고 싶네요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 걱정되지만
클래식 채널 틀어놓고 시간되면 티비켜지고 ..시간되면 형광등 켜지고 ...나름 혼자 잘 노는것 같습니다.
어디서 살았는지 이름이 뭔지 몇살인지 아무것도 모르지만
그놈도 저를 모르기엔 마찬가지겠지요.
그저 우린 지금부터 시작이다....라고 말하며 매일매일 예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