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서 '두 개의 문'보고 왔습니다.
이 시대는 무언가 제게 부채의식을 느끼게 합니다.
억울한 분들의 진실을 알리거나 힘을 보태는 일에 돌멩이 하나 쌓는 일이라도 해야 한다는 그런 생각이 떠나질 않네요.
예전에 그 모든 일들에 무관심 했던 나,
왜 그런 일이 생겼는지 굳이 알려 하지 않았던 나,
내 일이 아니니 무심코 넘어갔던 나.....
하지만 이제는 결코 그들이 가난하거나 힘없는 철거민이었기에 어쩔 수 없이 당했던 일이라고 생각되지 않습니다.
이렇게 자신들의 돈과 권력을 위해서는 뭐든 할 수 있는 정권 하에서는
언제라도 누구에게라도 불똥이 튈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내 일 아니라고 침묵했던 죄로, 나와 내 가족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계속 침묵한다면 우리 아이들이 살 세상이 암울해진다는 것을 느낍니다.
지난 4년간 우리는 마음 먹으면 밀어부치는 소위 '불도저 정신'이 얼마나 끔찍한 재앙을 초래했는지 몸서리치게 경험했습니다.
'불도저 정신'은 개인의 영달을 가져다 줄지는 모르나 그 곁에 있는 이들의 희생을 전제로 합니다.
입구도 모르고, 어느정도의 위험성이 있는지도 모르고 갑작스럽게 투입된 경찰특공대원들
농성 시작 하루만에 '대화와 협상의 대상'이 아닌 '섬멸해야 할 대상'이 되어
가족에게 시신도 넘겨지기 전에 후다닥 부검되어 버린 철거민들...
모두가 너무도 가엾은 우리 이웃입니다.
화염병, 돌멩이, 시너 때문에 그들이 폭도라고 한 때는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나나 내 가족이 그 처지에 놓였다면?
가진 것이라고는 조그만 가게 하나 뿐인데 재개발 한다고 땅값은 치솟아 오르는데
터무니 없는 보상금만 받고(그들은 법으로 보장된 보상금도 받지 못했다 합니다) 한겨울에 쫒겨나게 된다면?
내 가족이 하루아침에 숯덩이가 되었는데
가족에게 시신도 보여주지 않은채 서둘러 부검이 진행되고
검찰 경찰 사법부까지 똘똘 뭉쳐 증거와 기록을 은닉한채 남은 가족마저 철창 속에 가두어 버린다면?
생각보다 공권력과 언론(을 사칭하는 조중동)의 힘은 엄청납니다.
그들이 하고자 하면 지금 글을 읽는 당신을 범법자로 만들어 가두는 것은 일도 아니겠죠.
망루 안에서 갑자기 섬광이 솟아오를때,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습니다.
남대문에 불길이 솟았을때 느꼈던 불길함이 현실로 드러나는 신호탄이었습니다.
이 영화는 철거민을 편들기 위해 만들어지지 않았습니다.
당시의 영상과 증인의 발언과 재판 기록을 통해 우리의 생각을 돌아보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