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밤에 운동다녀오는 길 제 시야에 큰 소리가 나서 주목하게 되었는데요.
길가 횡단보도 앞에서 엄마로 보이는 아주머니가 딸애를 혼내고 있었습니다. 딸아이는 커봤자 초등학교 2~3학년?
그런데 그 주위로 쌍둥이로 보이는..3~5살 사이 아이가 아슬아슬하게 놀고 있더라구요.(제가 아이가 없어서 나이를 잘 몰라요. 어린아기였어요.)
근데 너무너무 놀랐던게 애엄마가 딸애를 다그치는 이유였어요.
"왜 애 똑바로 안보냐. 애는 한순간에 잘못될 수 있다. 눈을 어디에 뒀냐" 등등. 제가 말을 잘 못 옮겨 그 욕지기가 섞인 격한 말투와 억양이 잘 표현이 안되지만 삿대질을 코앞에 대고 심하게 하고 주위 사람이 한번씩 고개 돌려 쳐다볼 만한 소리였습니다.
같이 있던 과묵한 남편조차 교양없다고 할정도였어요...
제가 놀랐던 건..애는 애엄마가 봐야하는거 아닌가요?커봤자 초3~4인 여자애가 무엇을 안다고 말 안듣는 아이 안봤다고 그렇게 크게 혼나야 했을까요. 그 여자애가 빈손도 아니었어요. 양손에 과일박스를 들고 있었어요. 순전히 말로 그 쪼끄만 아이를 케어해야 하는 입장이던데요...
남동생들은 암것도 모른체 볼라드 주위에서 아슬아슬하게 잡기놀이 하고 있었구요. 그자리에서 큰애 혼내는거보다 횡단보도앞에서 애나 잘 보시지...본인도 잘 못하시면서...
집에 오는 길 왠지 눈물이 나더라구요. 그 애는 평소에도 육아를 엄마와 나눠지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요. 그 여자아이가 너무 안쓰러웠어요.
다시 생각해도 울컥하네요. 길에서 그렇게 큰 소리로 모질게 혼낼 정도면 집에선 어땠을까 싶고...
그렇게 크게 혼나던 와중에 울지도 않고 멍하니 먼산만 보던 그 여자아이 얼굴이 자꾸 아른거리고 마음이 아파요. 제가 누굴 불쌍해 할 주제는 아니지만...어제 본 그 모습은 단편적인 모습이겠죠?
제가 너무 오바하는 걸까봐 쓸까말까 했는데...만 하루가 지났는데도 멍한 얼굴이 떠오르고 안쓰러워요.
저도 아이를 기다리는 입장이고 하나던 둘이던 낳는다면...큰애가 여자애더라도 그렇게 하지는 않고 싶어요. 안해봐서 쉽게 생각하는 걸 수도 있지만요.
횡설수설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뭔지 모를 마음의 짐을 털고 싶은가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