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며칠 전 부터 어깨죽지가 아프다고 했어요.
저도 처음엔 왜 아플까? 많이 아파? 묻기도 하고 마사지도 해 주고
파스 붙인다고 하면 파스도 붙여주고 그랬어요.
그러다가 어제 밤엔 친구들 만나고 늦게 들어와서 늦게 잤어요.
보통 아침에 큰애 어린이집 등원은 남편이 시켜주는데
오늘은 아침 밥 잘 먹고 애 씻기기만 하면 되는 찰나에
어깨도 아프고 온 몸이 쑤시다며 다시 또 침대에 누워요.
그래서 제가 큰애 등원시키고 오는 길에 병원에라도 한번 가보라고..
그랬더니 좀 언성을 높이면서 집에 남은 파스 다 내놓으래요.
저는 남편이 파스 붙이고 아이 등원 준비할거라 생각하고
뒤돌아서 아침 먹은 설거지를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남편이 꽥 소리를 지르면서
"파스도 좀 붙여주고 하면 안돼?" 그러면서 파스를 집어던졌어요.
그러고는 자기는 아파서 짜증난다며 알아서 하라고 방에 들어가 그대로 누워 자네요.
아이 등원은 시켜야겠기에 일단 설거지 다 멈추고 저도 얼른 씻고 아이 옷 입혀 허둥지둥 늦지 않게 보내고 왔어요.
그렇게 집에 와보니 남편은 아까 누워 자던 그대로 코 골며 자고 있네요.
사실.. 저희 부부 지난 5월에 이혼하냐마냐 냉전치루고 애들 생각해서 이러면 안되지 싶어 풀고
다시 마주앉아 밥 먹은지 이제 한 일주일 되어가나요.. 저는 아직도 마음에 응어리진게 남아있지만
정말 그대로 보고 배우는 애들 생각해서 열심히 노력중인데.
오늘 아침에 남편이 느닷없이 저래버리니 딱 제 머리속에 드는 생각이..
우리는 정말 어쩔 수 없구나.. 그런 생각밖에 안들고 화도 안나고 그저 슬프기만 하네요.
제가 막 살갑고 애교많은 사람이 아니에요.
남편은 유난히 엄살도 많고 자기한테 신경 좀 덜 써 주면 아이처럼 떼쓰고 삐져요.
그래서 며칠 전부터 아프다고 할 때도 제 생각에는, 제 스타일에는..
그렇게 아프면 병원에 가서 원인을 찾고 안아플 방법을 찾아야 하는거지만
남편은 일단 파스 한번 붙여보고 견뎌보자.. 하는 사람이라 남편 뜻대로
파스 사다 붙여주고 아프다고 하니 관심가지고 물어보고 나름대로 노력한건데
오늘 아침 그 순간에 애들 노는 앞에서 성질내며 파스 집어던지고 짜증내고 드러누워버리니..
제가 어떻게 했어야 하는건가요.
다른 사람의 마음을 잘 읽어주시는 분들은 이런 경우에 어떻게 하시나요..?
저는 정말 그 방법을 모르겠어요. 마음 한편에는 남편이 어제 밤에 그렇게 늦게까지 놀고 들어오지만 않았어도
덜 피곤할테니 똑같이 아프더라도 저렇게 예민하게는 안했겠지.. 그러게 왜 뒷일 생각도 않고 늦냐.. 싶기도 하구요.
제 마음에 그런 생각이 들어있으니 남편이 아프다고 해도 제 반응이 다정하게 나오지도 않구요.
아마 오후 무렵엔 남편이 먼저 미안했다.. 아팠다.. 뭐 어쩌고 저쩌고 사과문자 보낼거에요.
그러면 또 저는 뭐라고 서운했단 말 좀 하고 이대로 그냥 끝나겠죠.
그런데 이런 일이 또 자꾸 일어날거에요. 저는 남편 마음이 바라는대로 해 주지 못하고
남편은 그게 또 서운해서 짜증내고 저는 또 화가 나고 집안 분위기는 냉랭해지고.. 거의 이런식이에요.
지난 달에 남편이 본인 화를 다스리지 못해 큰 일이 있었는데 그 문제가 좀 풀어져갈 때 쯤
정신과 치료라도 한번 받아보고 싶다고 본인이 그랬어요. 저는 예전부터 남편이 그런 상담이라도 좀 받아봤으면 싶었는데
남편이 자기 자신도 그렇게 생각한다니 정말 이 기회에 왜 자꾸 화를 내는지, 왜 조그만 일에도 갑자기 짜증을 내는지
그 이유를 알고 앞으로는 좀 마음 편하게 살고 싶었는데 대충 일이 마무리 되어가니까 또
정신과 치료 받는게 자기 일 하는데 별로 안좋을거 같다.. 뭐 그러면서 유야무야됐구요.
오늘 아침에 그렇게 파스 구겨서 던져버리고 방문 닫고 들어가는거 보니까
아.. 정말 저 속에 뭐가 들어있나.. 정신과 치료까지는 아니어도 누가 좀 잘 아는 사람이 짚어주면 좋겠다.. 싶더라구요.
자꾸 아프다고 하니, 파스를 수십장 붙여도 계속 아프다고 하니, 병원에 가 보는게 어떻겠냐 하는게
그렇게 못할 말을 한건가요. 어쩌면 제 방법상의 문제였을 수도 있겠지만..
그러면 저는 어떻게 했어야 하는건가요.. 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