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뚱하다고 할까요 아니면 무심하다고 할까요? 때때로 사람을 미치게 만듭니다.
이를테면 지난달에 통장에 돈이 얼마 남았는데 제가 분명히 남편에게 통보하고 이러저러하게 그 돈을 썼다면 며칠이나 한 달이 지난 후 꼭 “통장에 돈이 얼마 있지? 그걸 꺼내와.” 이런 식으로 말을 해요. 제가 그 돈을 이러저러하게 썼다고 말하면 왜 자기한테 말하지 않고 썼느냐고 화를 내요. 저는 분명히 말을 했는데. 고집도 황소 저리 가라 할 정도라 이럴 때면 꼭 대판 싸움이 벌어지곤 해요.
어제도 또 다퉜어요. 느닷없이 제가 산 주식이 얼마 올랐냐고 묻는거에요. 저 주식 산 적 없거든요. 주식 사려고 백만 원 모아두었었는데 그 돈을 남편 친구가 빌려갔어요. “그 돈 당신 친구가 빌려갔잖아”. 제 말을 안 믿다가 기어이 통장 이체 기록까지 보고난 후 기껏 한다는 말이 “왜 나한테 얘기 안했어?”. 그 돈 지가 친구한테 빌려주고 내가 얘기 안했다고 뭐라 하다니, 진짜 뚜껑 열리는 줄 알았어요.
근데 더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은 딸도 가끔 그런다는거에요. 이를테면 그제 저녁에 삼겹살에 상추쌈을 맛있게 먹었다면 이삼일 지난 후면 “엄마, 삼겹살 남은거 있잖아. 나 점심에 그거 먹을래” 이런 말을 해요. 분명히 그날 저녁에 싹싹 다 먹고 고기가 부족하다고 투덜대기까지 했으면서 그래요. 제가 “그날 다 먹은 거 너도 알잖아” 하면 제 말을 안 믿고 냉장고를 뒤져서 확인해요. 얘도 고집이 만만치 않은지라 지가 틀렸는데도 울면서도 끝까지 우겨요.
대체 왜 이럴까요? 정말 기억 못하는 걸까요 아니면 그냥 고집이 센 걸까요? 왜 이 사람들의 뇌에는 정보가 엉뚱하게 입력되는 걸까요? 부녀가 세트로 이럴 때면 정말 집을 뛰쳐나가고 싶습니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