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10년차 주부입니다.
지지고 볶고 해도 아직 남편이랑은 그럭저럭 사이가 나쁘진 않구요.
뭐...불만을 말하자면 이것저것 말할 수 있겠으나,
요즘 제 고민은 그게 아니라서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남편은 키가 168cm이구요(본인은 170이라 했으나, 군대가기전 신체검사표를 우연히 발견! 2cm올려말했더라구욯ㅎ).
전 160cm입니다.
결혼전, 저는 특별히 남자 키를 따지진 않았어요.
나보다 크면 됐다!는 주의였습니다.
남편과 연애 전, 178cm의 남친과 연애를 했었고, 이 놈이 심한 또라이(?)라서 아주 심하게 데이고 이별한 후
지금의 남편을 만나 연애했고, 그때도 키는 따지지도 않았었어요.
남편은 여자의 외모를 심하게 따지는 편입니다.
(근데 왜 나랑 결혼했는지 모르겠네요 -_-)
암튼, 매일 편한 티셔츠에 면바지, 운동화 신고다니던 제가
남편과 연애할 당시에 빨간 립스틱에 미니스커트에 매일 눈화장하고,...남편이 좋아하는 스타일대로
멋을 내기 시작했고, 제 스스로도 저의 변화가 나쁘지 않았어요.
오히려 뒤늦게 멋내기에 눈뜨게 되어, 내가 왜 진작 이러고 다니지 않았을까? 후회할 정도 ㅎㅎ
아마 이때부터였던 것 같아요, 외적인 부분에 신경을 쓰기 시작한게요...
아, 물론 제가 키를 따지지는 않았다고 했지만, 나름 이상형은 있었어요.
키 크고 덩치가 크면 일단 좀 혹~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손가락 길고 예쁜 남자, 목소리 좋은 남자...
하지만 이상형과 실제 연애상대자는 아주 많이 다를 수 있다는 걸 일찌감치 깨닫고
남자를 사귀는데 있어서는, 재지도 따지지도 않았답니다.
아 서론이 너무 길었나요??
콩깍지가 씌워 3년 연애하고, 결혼 후 벌써 10년이 되었는데요,
문제는 제가 조금씩 조금씩 남편의 외모에, 특히 키에 불만이 생긴다는 거예요.
이런 현상을 느끼게 된 건,
결혼 후 바로 애 낳고, 2년후 또 바로 둘째낳아 키우면서 근 5~6년은 거의 집에만 있다시피 했어요.
그러니까 남자래봤자 집에서 남편만 본거죠....
어느날 외출했다 돌아와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다가,
안에 타고 계셨던 분이 급하게 내리느라 저랑 맞딱드리게 됐는데,
제가 그 분의 가슴께에 얼굴이 있더라구요.
참~나, 얼굴도 모르고 누군지도 모르는 남자 가슴팍을 보고 있으면서
갑자기 '아...남편이 키가 크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이 드는 겁니다.
그리고, 예전 남친이 아마 저 정도였지...라는 기억도 슬금슬금 나면서요 -_-
남편과 같이 외출할때면, 아이들때문에 저는 유모차 근처에 있고 남편만 멀리가서 뭘 사오게 될 때가 많았는데
멀리 군중속에서 나를 향해 걸어오는 남편을 객관적으로 보고 있자니,
너무 작아보이고 초라해보이는 거예요.
사람 외모가지고 이 얼마나 치사하고 나쁜 생각인 거 아는데도 자꾸 그런 생각이 들어요.
그러니까 고민인거죠.
오죽하면 친정에 가서 오랫만에 남동생들을 만났는데 (한 놈은 180이고 또 한 놈은 182예요.),
얘네들이 이렇게 키가 컸었나? 거인으로 보이는 거 있죠. 올케들이 부럽기까지...ㅜ.ㅜ
얼마전 끝난 인현왕후의 남자를 보니까,
지현우가 키가 커서 유인나를 안아줄 때 허리를 굽혀서 안던데,...
이 장면만 봐도 막 부러워 미치겠구요.
울남편은 저 뒤에서 백허그도 못해요...ㅠ.ㅠ
제가 왜이럴까요?
이제와서 무슨 소용이라고!
아마 우리 남편도 제 외모에 불만 많을거예요.
예~전에 한번, 남편이랑 계단 올라가다가 남편이 한 계단 위에 있고 제가 밑에 있을때
그때 키 차이가 너무 좋아서, "와...자기 키 크네? 진짜 자기가 이만했음 좋겠다"했더니
"내 키가 이만하면, 내가 너를 왜 사귀냐?" 하대요 ㅋㅋㅋㅋㅋㅋ
어른들 말씀하시잖아요.
결혼하면 키 같은 건, 외모같은 건 하나도 중요하지 않다고.
전 오히려 결혼전엔 이런 생각이었어요. 그런데 결혼 후 바뀌었어요.
외모 상당히 중요한 것 같아요.
싸우고 나서 남편의 그 짧고 뭉뚝한 손가락만 보면 화가 더 나요.
싸웠더라도 키 크고 멋있는 (내 눈에) 사람이 눈앞에 있으면 화가 풀릴 것 같아요.
아휴휴...
요즘 일과입니다.
-내가 왜 이 사람을 사랑하게 되었는가.
-내가 반한 우리 남편의 장점은 무엇인가.
-내가 미혼여성이라 하더라도 키 크고 잘생긴 남자를 사귈수나 있는가.
-자기 보다 키 큰 여자랑 결혼한 사람도 많다.(예. 종신옹. 저 종신옹 좋아해요^^)
-남편도 걸그룹보다가 내 얼굴보며 '오징어'라고 느낄 수 있다.
이런거 적어놓는 거요.
자꾸 남편의 장점을 기억해 내려 노력하는거죠.
제가 이런 짓을 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진짜 불만이 생기고 있다는 반증같아서 더더욱 고민이네요.
아 진짜 키 큰 남자...좋아요. ㅜ . 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