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박사가 어린이 김치를 개발하게 된 건 7년전 SBS `우리아이가 달라졌어요`에 출연해 어린이 놀이치료를 담당하면서다. 그는 편식하는 아이들, 특히 김치를 먹지 않으려고 도망 다니는 아이와 먹이려고 따라 다니는 부모를 가리켜 `김치 전쟁`이라고 표현했다.
지난 해 성균관대에서 유아교육학으로 정식 박사학위를 취득한 김종석 박사는 김치를 먹지 않는 어린이들한테서 비만,과잉행동증후군 등 건강의 적신호가 나타나는 것을 확인하고 자신이 나서서 김치 전도사가 돼야겠다고 결심했다.
"편식은 어린이들에게 가장 심각한 문제예요. 패스트푸드와 서구화된 식습관은 소아비만, 소아 성인병을 유발하죠. 실제로 모 대학병원에서는 햄버거나 컵라면으로 주로 끼니를 때웠던 중3 짜리 아이가 위암 판정 한달 만에 사망하는 일도 있었어요. 김치가 몸에 좋다고 하지만 어린이들은 어른들의 입맛에만 맞춘 맵고 짠 김치를 좋아하지 않아요. 김치는 몸에 좋은 성분들이 많이 들어 있지만 입조차 대지 않는 어린이들에게는 무용지물인 셈이지요. 어린이들의 입맛에 맞는 김치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어린이가 건강하게 자라야 대한민국의 미래가 밝을 것 아닙니까."
김 박사는 김치공장을 찾아 다녔다. 그가 찾아낸 곳은 까다로운 일본인들의 품질 기준을 맞춰 생산량 전부를 일본으로 김치를 수출하는 전문회사 였다. 매운 것을 상대적으로 잘 못먹는 일본인들의 입맛에 맞춰 훨씬 덜 매웠고, 위생상태도 좋았다. 그는 어린이들의 편식 문제를 지적하며 어린이용 김치를 개발하자고 제안했다.
김 박사는 지난 3월 생딸기를 넣은 어린이 김치를 개발해 선보였다. 김 박사가 개발한 김치는 기존의 김치 담그는 방식과 전혀 다르다. 어린이들의 입맛에 맞춰 맵지 않은 고춧가루를 사용했다. 재료는 철저하게 국산만 쓰고 위생 상태도 엄격히 관리했다.
김 박사는 지난해 구파발에 설립한 어린이 유치원 `숲`의 아이들에게 자신이 개발한 김치를 맛보였다. 그리고 3개월간 50여곳의 어린이집과 유치원의 어린이들에게 먹이며 반응을 살폈다.
한 유치원 교사는 "교사생활 4년차인데 아이들이 먼저 와서 김치 더 달라고 하는 건 처음 봤다”며 "어린이들의 입맛에 딱 맞는 김치라 그런지 아이들이 너무 좋아하고 잘 먹는다”고 말했다. 김 박사는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추는 것이 중요한 만큼 아이들 입맛에 맞춰 김치를 개발한 것에 가장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어린이를 위한 삶, `소파 방정환`을 꿈꾼다
김종석 박사는"처음 어린이 프로그램 MC를 맡으면서 세웠던 비전을 하나씩 이루어 가는 것이 보람된다”고 말했다.
"지난 1992년 MBC `유쾌한 스튜디오` `청춘만만세` `폭소대작전` 등 5개 프로그램에 출연했었죠. 그 무렵 EBS에서 방송출연 제의가 들어왔어요. 당시 한 방송국에 출연하면 다른 방송국에는 출연하면 안 되는 분위기였어요. 어린이 프로그램 하나를 맡으면 방송 5개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일주일동안 고민했죠.”
그는 개그맨으로서 구봉서 선생님처럼 되는 것이 목표였다. 그리고 평생의 꿈은 소파 방정환 선생님처럼 어린이들을 위한 삶을 살고 싶었다고 고백했다.
"5개 프로그램을 접고 어린이 프로그램 하나를 하니 수입이 10분의 1로 줄었어요. 저의 꿈은 어린이들의 편이 서서 그들의 대변인이 되는 것이었죠. 생활고에는 시달렸지만 오히려 행복지수를 높이는 길이었어요.”
김 박사는 당시 열악한 어린이 프로그램의 환경을 보고 전문화를 주장했다. 어린이 프로그램만을 위한 전문PD와 작가, MC 등 어린이들의 언어를 사용하고 그들의 눈높이를 이해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전문성을 길러야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 그의 의견은 받아들여졌고, 차츰 수준 높은 어린이 프로그램들이 생겨났다.
외모부터 말투까지 `뚝딱이 아빠` 캐릭터가 강해 나이가 가늠되지 않아 물었더니 대답할 수 없단다. 자신은 미키마우스같은 캐릭터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는 `뚝딱이 아빠`로 EBS 캐릭터상을 수상한 이후 100년 뒤에도 7살짜리 아이를 둔 아빠로 살기로 결심했다고 답했다.
영원히 늙지 않는 피터팬 같은 아빠인 셈이다.
"`뚝딱이 아빠`로 살아온 20년동안 스스로 약속한 것이 있어요. 부모가 없거나 가정에서 아버지의 사랑을 받지 못하는 어린이들은 뚝딱이 아빠를 자신의 아빠로 인식하기도 하죠. 저는 그 아이들의 편에 서서 아빠가 되어줍니다. 그래서 저는 방송에서 출연해 저의 실제 가족이야기는 하지 않습니다. 저를 아빠로 여기는 어린이들이 혹여나 상처를 받으면 안 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