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는 결혼한지 일년이 안된 30대 초중반의 맞벌이 부부에요.
남편은 외국계 전략컨설팅회사에 근무하고 있고 결혼과 맞물려 이직을 했어요.
결혼전에도 바쁘고 장기해외출장도 많았지만 그래도 프로젝트 막바지를 제외하곤 12시쯤엔 퇴근을 했었어요.
결혼 한달후부터 이직한 직장에 출근을 했는데
그동안 12시전에 들어온날은 한손에 꼽구요. 보통은 새벽2-3시쯤 퇴근을 해요. 9시까지 출근이구요.
주말에도 하루정도는 출근을 하거나 집에서 일을 해요.
새벽에 자다깨서 전화를 해보면 대부분 회의 중인 경우가 많고
시간이 없으니 친구들이나 회사사람들과 술마시는 일도 거의 없어요. 일을 안하는 시간의 대부분은 자느라 바쁘지요.
요즘은 프로젝트 막바지다 보니 4-5시는 예사고 오늘은 아침 6시에 들어왔어요.
프로젝트가 보통 6주쯤의 단위로 돌아가는 것 같은데 중간에 며칠간의 휴가는 있어요. 그땐 하루종일 집에서 맘껏 자고 쉬어요.
바쁜것을 빼고는 착하고 마음씨 고운 신랑입니다. 감사한 마음이 커요.
시아버지는 일찍 은퇴하셨어요. 성격이 좋진 않으세요. 뭔가 약간 비뚤어졌다고 할까요.
남편은 일찍 은퇴한 남자의 보잘것없음, 자격지심 등을 보고 자라서인지 아버님처럼 될까 두려워하는 마음이 크고,
본인은 절대 일찍 은퇴하지 않을것이라고 늘 혼자 다짐하고, 출세? 승진?하고 싶어해요.
아직은 주니어급이라 연봉이 많진 않지만 이대로 버텨주면 연봉도 금방 많아질테지요.
저희는 둘다 서울대를 나왔는데 어려부터 공부도 잘했고, 뭐든 열심히 하면서 살아왔던 것 같아요.
놀고 대충대충 시간을 보내는것보단 시간쪼개가며 뭐든 배우고 자기계발하며 지내는 것에 익숙하고..
겨우 30대 초반인 주제에 이런말 우습지만 참 열심히 살아왔어요.
저는 이제 남편과 알콩달콩 여유롭게 신혼도 즐기고, 우리를 닮은 아이도 낳아서 둘이 예쁘게 키우고 싶어요.
그런데 남편은 지금의 생활을 버리고 싶지 않아해요. 사실 좋아하는건지, 아님 이렇게 살아야만 된다고 생각하는 건지 모르겠어요.
지금도 저는 대부분의 시간을 남편 없이 혼자 보내고,
앞으로 우리가 가질 아이도 아빠없이 저와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야겠지요.
남편은 항상 어쩔수 없지, 그렇지만 언젠간 같이 시간을 보낼 날이 오겠지, 라고 해요.
너가 그때까지만 참고 견뎌주면 좋겠다, 라고 해요.
제가 울상지으면 남편은 조금만 기다려, 몇년만 지나면 내 연봉이 몇억씩 될텐데, 라고 얘기하는데
저는 잘 모르겠어요. 남편 연봉이 10억이 된다한들 내가 행복해질런지 잘 모르겠어요.
그냥 이렇게 좋은 우리의 젊음을, 신혼을 흘려보내는건가, 하는 아쉬움이 크고
우리 아이가 가장 예쁘고 가장 우리를 행복하게 해줄 시간을 남편이 누리지 못한다는 것이 참 슬픈데
남편은 그렇지 않은가봐요.
제가 체력이 약한 편이라 혼자서 배불러 직장을 다니고, 집안일을 하고, 혼자서 아기를 키우고,,,그게 아직은 엄두가 안나 아기를 가지는 것도 미루고 있는데 이게 현명한 지도 모르겠구요.
그냥 답답하고 어떻게 해야할 바를 모르겠어요. 이렇게 지나가는 하루하루가 아깝고, 안타까운 마음이 커요.
지금은 전적으로 남편을 응원해주고, 남편을 뒷바라지해주고 있지만
제가 이걸 언제까지 할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표내진 않지만 점점 외롭고 힘들구요.
그렇다고 남편에게 이직을 권유하거나 한다면 남편 또한 행복하지 않겠지요.
답이 없는 문제지만..답답한 마음에...어디다 털어놔야할지 몰라서...자주오는 82에 털어놓습니다.
남편 직장분과 부부모임을 한적이 있는데 부인분들은 이제 새벽에 귀가하는 남편에 익숙해지신듯 하더라구요.
조금만 더 참고 견디면 익숙해질수 있는 문제인건지, 아니면 가치관의 문제인것이라 타협이 안되는 부분인지..
아직 저는 혼란스러워요. 제가 생각했던 결혼생활은 이게 아닌데...불행하다고는 할수 없지만 혼란스럽습니다.
인생 선배님들 중에도 혹시 이런 생활을 하시는 분 계신가 궁금합니다.
선배님들의 조언 듣고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