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냉장고 정리를 했습니다. 옷장 정리도 했어요.

그래 조회수 : 3,814
작성일 : 2012-06-06 00:04:31

냉장고 정리를 했어요.

친정 엄마가 저 애 둘 키우면서 못 먹고 살까봐 해다주신 이런 저런 묵은 반찬들,

먹기엔 이미 늦었지만 버리지도 못하고 냉장고 칸 채우고 있던 것들, 다 정리했어요.

음식쓰레기 내다 버리는데 제 몸이 휘청할 정도로 양이 많네요.

어짜피 버릴거 더 일찍 갖다 버릴걸.. 그러면 사료로 만든다 해도 더 먹을만 했겠지.. 싶었어요.

 

내친김에 옷장 정리도 했어요.

결혼 전에 입던 옷, 큰애 임신해서 배 부르기 전에 입던 옷, 둘째 낳고도 미련을 못 버리던 옷들.

그냥 과감히 다 봉투에 넣었어요. 지난 여름에도 못 입던 옷들 다 챙겨 넣었어요.

재활용 함에 들어가면 어짜피 다 풀어지고 구겨질테지만 그 옷을 입었던 날들이 하루하루 떠올라

곱게 곱게 개어서 봉투에 챙겨 넣고 재활용 함에 넣고 왔어요. 두번이나 왔다 갔다 했지요.

그 중에 한 옷은 제 학부모 중에 한 분이 선생님 이 옷 입으시니까 너무 고우세요.. 해서 기억하고 있던 옷도 있었어요.

이제는 살이 쪄서 영영 입지 못할 옷이지만 그날의 기억 때문에 버리지 못했던 옷이기도 했죠.

 

그랬더니 냉장고도 너무 가뿐해 져서 자꾸 열어보게 되요.

옷장도 공간이 많이 남아서 보기에 훨씬 홀가분하네요.

결국엔 이렇게 버릴걸.. 진작에 다 정리할걸 그랬죠.

 

그리고나서 남편에게 문자를 보냈어요.

우리 사이도 이제 끝내자.. 나는 더 이상 힘들어서 못하겠다..

구구절절 보냈지만 남편으로부터의 답은 없어요.

우리 사이도 이렇게 버릴걸 .. 진작에 다 정리했어야 해요.

 

아이들이 아직 어립니다. 네살 두살이에요.

이혼하면 아이들은 니가 데려가라.. 했던 남편의 말, 제가 녹음해 뒀어요.

네. 아이들이 불쌍하고, 아이들 덕분에 제가 살아서, 지금까지 버텨왔어요.

이혼하면 저는 무직의 이혼녀가 되고 당분간은 남편의 도움을 바랄 수 밖에 없겠지요.

하지만 배운게 있고 하던 일이 있으니 어떻게 됐든.. 애들과 잘 지내보려고 합니다.

제 감정에 빠져 지난 숯한 날들.. 아이들 한번 제대로 안아주지도 않고

큰애한테 화풀이 하듯 지내온 지난 날들.. 이제는 정리해야 되겠어요.

 

결국엔 이렇게 될 걸.. 아이들에게 상처나 남기지 않게 진작에 정리할걸 그랬어요..

IP : 121.147.xxx.50
1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2.6.6 12:21 AM (140.247.xxx.36)

    음식과 옷을 정리하시면서 마음을 정리하셨나봐요.

    지금 현재 위치에서 한 발 멀리 떨어져서 내다보시는 시간을 가져보세요.
    현명하게 해결되시길 바래요.

    건강하세요

  • 2. 힘내요
    '12.6.6 12:23 AM (211.58.xxx.126)

    그저 단순히 살림 정리했다는 글인줄 알았는데 힘든 내용도 있군요. 이미 마음의 결정을 한 것같은데 다시 한번 생각해보시고 좋은 방향으로 해결하시길 바래요 힘내세요

  • 3. ...
    '12.6.6 12:24 AM (211.208.xxx.149)

    살다가 고비 없는 인생이 없을거에요
    잘 이겨내시고
    아이들과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 4. ㅇㅇㅇ
    '12.6.6 12:26 AM (121.130.xxx.7)

    정리를 하다보면 말이죠
    깨끗하게 버릴 게 있고
    다시 고쳐 사용해야 할 게 있고
    그렇더라구요........

    고칠 수 있다면 고쳐서 쓰세요.

    못 고치면 버려야겠지만요.

  • 5. 화이팅
    '12.6.6 12:30 AM (203.226.xxx.88)

    힘내세요. 응원합니다

  • 6. 힘내세요
    '12.6.6 12:57 AM (112.154.xxx.153)

    더 좋은날 옵니다

  • 7. 아..
    '12.6.6 1:21 AM (112.150.xxx.40)

    글 쓰시는 분이 아니었나 싶어요.
    무심한 듯 담담하게 쓰셨는데도 한편의 시 같아요.
    마음 속의 고통이 제 마음에 와 닿네요.

    어떻게든 원글님의 인생이 가장 좋은 방향으로 정리되어가길
    바랄게요.
    지나고 나면 지금의 처절함도 잊혀질 날이 있을 거에요.
    저도 그랬어요.....

  • 8. 아..
    '12.6.6 1:23 AM (112.150.xxx.40)

    선생님이셨군요....

  • 9. 99
    '12.6.6 3:00 AM (92.75.xxx.240)

    남자들은 절대 자기 새끼 안 기르더라구요. 새 장가 가는데 더 골몰하구..

  • 10. 정리
    '12.6.6 3:39 AM (24.103.xxx.168)

    며칠전에 저도 지하실을 정리하면서 7년전에 받은 편지까지.. 도대체 얼마나 정리를 안했으면
    16년전에 회사에서 사은품으로 나눠준 사은품까지 모조리 갖다 버리고 지하실 바닥을 청소 했습니다.
    참 제가 생각해도 너무 어이가 없더라구요.
    그거 가지고 있어도 골동품 되는 것도 아닌것을 10년이상 정리 하지않고 버리는게 두려워서
    채곡 채곡 쌓아두고 지낸 지난날이 반성이 되더라구요.

    이젠 일주일에 한번씩 마음정리.물건정리,냉장고 정리 하면서 살아야지.

    다짐해 봅니다.

    원글님도 더 현명한 쪽으로 방향을 옮겨 보세요.
    글을 읽어 보니 반듯하고 깔끔하신거 같아요.

  • 11. 결과가 어떻게 되든
    '12.6.6 8:49 AM (180.66.xxx.102)

    남편으로부터 어떤 대답이 올지는 모르지만..
    협박용이 아니라 정말 이혼으로 관계를 그만두자 하는 결심과 그 통보 뒤에 고질적인 남편의 나쁜 습관을 고치고 살게 된지 7년째네요.
    저는 그 경험을 통해서 다 버릴 결심을 해야 하나를 얻는구나 했어요.
    물론 이혼으로 진행이 된다해도 지금 큰 아이에게 불안을 주는 그런 나쁜 행동을 고치는 계기가 될것이고, 진행이 되지 않는다면 남편이 제 정신 찾는 계기가 된다면 더 좋겠지만...

    물건이 정리되면 마음이 정리되는 것 맞는 것 같아요.
    어떤 식이든 잘 정리된 냉장고처럼 ...버릴 것은 버리고 상황을 잘 진행시키시길 바래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15750 종합비타민 먹고 설사할 수 있나요? 2 질문 2012/06/06 8,258
115749 강아지가 큰 행복 주네요^^ 19 정말 2012/06/06 3,291
115748 인터넷으로 핸드폰을 구매 괜찮을까요? 3 사기걱정 2012/06/06 1,221
115747 저 방금 완전 황당한 일 겪었어요...ㅜㅜ 이런 것도 보이스피싱.. 4 후덜덜 2012/06/06 3,215
115746 배란기 증상 있으신분??? 11 ㅜㅡ 2012/06/06 44,833
115745 2012 대선 새누리당의 전략은 색깔론이네요 4 하늘아래서2.. 2012/06/06 1,037
115744 친구 돌잔치 부조금 얼마를 해야하나요? 8 얼마? 2012/06/06 39,101
115743 온갖추문의 그사장님은 어떻게 버티는 건가요? 6 ..... 2012/06/06 1,840
115742 카카오톡 보이스톡 신청방법 6 ir 2012/06/06 2,283
115741 앞에 앉아서 계속 카카오톡 하는 소개팅남 4 .. 2012/06/06 2,879
115740 만약 광주 민주화운동이 성공했다면 8 문득 2012/06/06 1,929
115739 턱수술이 정말 그렇게 위험 한가요? 13 -- 2012/06/06 29,631
115738 각시탈 질문요 왜 여주인공을 각시탈이 매번 도와주나요? 7 각시탈 2012/06/06 2,481
115737 자동빙수기 6 보따리아줌 2012/06/06 1,584
115736 네일아트 했는데 왤케 비싸요 6 2012/06/06 2,905
115735 작년에담은 매실을 이제서야 걸렀어요 6 복주아 2012/06/06 2,532
115734 풀무원꺼먹다가 중소기업꺼 못먹겠어요 60 냉면육수 2012/06/06 12,870
115733 추적자, 이 올드한 드라마가 와닿는 이유 4 mydram.. 2012/06/06 2,347
115732 빅 이슈(The Big Issue)를 아세요? 14 웃음조각*^.. 2012/06/06 1,771
115731 카카오톡 보이스톡 해 봤어요 2 통신사 다이.. 2012/06/06 3,376
115730 돈주고 단팥빵을 사먹을줄이야 9 .. 2012/06/06 3,336
115729 KBS 새노조 총파업투쟁 잠정 타결 6 참맛 2012/06/06 1,548
115728 elsa라는 프랑스 가수 아는 분? 10 엘자 2012/06/06 2,122
115727 일산에 2억 8천정도 되는 30평대 초반 아파트가 있나요? 14 이사 2012/06/06 4,753
115726 처방전발급거부한 의사 고발할수 있나요? 56 멋쟁이호빵 2012/06/06 5,6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