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와 저 모두 멀리 떨어져 살다가 지난달부터 같은 동네에서 살게 되었어요. 저는 귀국해서 부모님 집에 머물고 있고, 언니도 외국에서 살다가 잠시 나와 조카와 함께 시댁에 머물고 있어요. 조카는 돌이 좀 지난 아주 어린 아기랍니다.
언니와 제가 각별히 친하기도 하고, 엄마가 조카를 정말 잘 봐주셔서 언니가 친정집에 거의 매일 오다시피 해요. 저는 미혼이고 아이를 별로 좋아하는 사람도 아니지만 저희 부모님만큼이나 조카의 귀여움에 푹 빠져있어요.
그런데 고작 1달이 지났을 뿐인데 언니와 조카를 보는 것이 마냥 좋지만은 않네요. 언니나 조카를 사랑하는 마음이 변한 건 아니고..... 언니가 조카 밥 먹는 문제로 아기를 거의 매일 울려요. 아기가 이유식을 잘 먹지 않을 때가 있는데 그 때마다 정말 제가 옆에서 눈물이 나올 정도로 호되게 아기를 다그쳐요. 정해진 시간에 딴 짓 안하고 잘 먹지 않는다고 초등생 혼내듯이 계속 겁을 주며 훈계를 해요. 억지로 아기 입에 숟가락을 집어넣다가 막 소리를 지르고 째려보고 살짝 때릴 때도 있어요.
아기 키우는 일이 쉽지 않다는 걸 알지만 곁에서 보고 있기가 너무 괴롭고, 또 정도가 지나치다는 생각이 들어서 언니와 이 문제로 몇 번이나 언쟁을 했어요. 부모님도 언니와 같은 문제로 충돌하신 적이 많아요.
조카가 특별히 까다로운 아기는 아니에요. 밥 먹을 때만 아니면 울지도 않고 잘 웃고 잘 자고 사람들 좋아하고, 또 혼자서도 잘 노는 아주 사랑스러운 아기랍니다. 그렇다고 언니가 무식하거나 성격이 이상한 그런 사람도 아니고요. 신경질을 좀 낼 때가 있지만 현명하고 똑똑한 사람이고, 대인관계도 아주 원만한 편이에요. 또 형부나 사돈어르신들 모두 좋은 분들이셔서 시댁일로 스트레스 받을 일도 별로 없고요. 평소에는 정말 좋은 사람인데 아기 밥 먹일 때는 야수로 변하는 것 같아요. 아무리 옆에서 아기 정신건강에 좋지 않다고 얘기를 해도 그때뿐이고 일단 아기가 자기 의사대로 따라주지 않으면 이성을 잃은 것처럼 화를 내기 시작해요.
밥 먹이며 아기와 매일 전쟁을 치루는 게 흔한 일인가요? 언니가 아기를 너무 혼내서 아기가 오히려 밥 먹는 거에 대해 거부감을 갖게 될 수도 있을 것 같고, 또 엄마와 정상적인 애착관계를 형성할 수 없을 것 같아 걱정이 돼요.
제가 지나친 걱정을 하는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