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에 네살, 두살 딸래미들 데리고 아파트 놀이터에 잠깐 갔다 왔어요.
토요일 오전이라 한산한 놀이터에 마침 큰애 어린이집 보내기 전에는
자주 산책길에 만나곤 했던 아이가 할머니랑 같이 놀러왔더라구요.
저희 애도, 그 애도 올 봄부터 어린이집에 다니게 되서 통 만날 일이 없었거든요.
아이 할머니가 반갑기도 하고 또래 아이가 있으니 좋았는데.. 음.. 좋은건 저만 좋았는지
1. 저희 큰애가 대뜸 그애한테 너 미워! 미워! 미워! 계속 그러는거에요.
2. 그런데 이번엔 그 아이가 어디서 주워왔는지 꽤 튼실한 나뭇가지를 들고 있으니 저희 애가 괜히 건드려요.
건드리면서 거의 뺏으려고 해서 제가 저 뒤에 가면 있을지도 몰라.. 해서 놀이터 뒤로 가니 정말 더 좋은;; 가지가 있어서
저희 애가 그걸 찾아 들고와서 의기양양 해 있는데 이번엔 또 역시 오랜만에 보는 다른 애와 그 할머니가 오시네요.
저희 아파트가 유난히 할머니가 봐 주시는 또래 애들이 많은데.. 우연찮게 또 대부분 올해 봄부터 어린이집에 보내서
그 아이도 지난 초겨울에 보고 오늘 처음 보는거에요. 반가웠죠.
3. 아 글쎄 그런데 또 저희 큰애가 너 미워! 하면서 의기양양 들고 있던 나뭇가지로 그 애를 때리는거에요!
4. 그러면 같이 못 노니 집에 가야겠다 가자_ 하니까 이번엔 아주 징징징 울상이죠.
더 있어봤자 애들끼리 더 시끄럽게 싸울까봐 집에 가서 아이스크림 먹자고 꼬셔서 겨우 집에 왔어요.
1-4의 경우 저희 아이가 잘못한거 맞지요. 그래서 바로 그 자리에서 저는 저희 큰애에게
1. 오랜만에 봤는데 왜 밉다그래. 반가워~ 해야지!
2. 다른 친구 물건 막 손대고 뺏으면 안되는거야!
3. 왜 동생을 때리니 (그 애는 한살 더 어린 세살이에요) 미안하다고 해!
4. 그럼 너 혼자 있을래? 엄마는 애기 데리고 집에 갈거야!
이렇게 혼을 냈어요. 아이 마음을 읽어주자면 엄마나 그 할머니랑 애 만나서 반갑지
자기는 오랜만에 봐서 낯선 사람들인데 같이 놀기 싫었을테고 다른 애가 좋은 나뭇가지를 들고 있으니 갖고 싶었을테고
역시 또 엄마만 반갑고 자기는 안반가운 다른 애가 또 왔고.. 간만에 놀이터에 왔으니 더 놀고 싶었을테고.. 그랬겠죠.
그런데 저는 그 상황에서 차근차근 조곤조곤 설명하면선 달래지 못하겠는거에요.
일단 저희 애가 흥분한 상태라서 제가 조용히 얘기한다고 듣지도 않을테고
둘째가 이제 막 걸음마 하는 중이라 넘어지지 않는지, 너무 멀리 가지 않는지 계속 봐야 했으니까요.
그리고 동네 할머니들 만나면 제가 더 어린 사람이니 자세가 낮춰지기도 하구요.
그래서 아이에게 너는 이러저러하구나 하지만 그러면 안되는거 알지? 하면서 달래지 못했죠.
집에 와서 씻기면서 그러면 안되는거야, 친구들과 같이 놀 수 없어, 엄마 딸이 그런 미운 짓 해서 슬프다..
뭐 이랬더니 큰애가 혼자 뒹굴다가 저한테 와서 엄마 미안해요_ 그러는걸로 일단락 났지요.
그러면서 밥 차려 같이 먹이고 먹고 하는데 저 어린 시절이 생각나는거에요.
저희 엄마가 그러셨어요. 밖에서 제 편 들어주거나 우리 딸 최고최고 그러시는 분이 아니셨어요.
그게 저는 참 서운했었는데 제가 딱 제 어린시절의 저희 엄마처럼 그러는거에요.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내가 무슨 잘못을 했을테니 혼을 내셨을테고 그랬겠지만
엄마가 한번이라도 내 잘못은 그냥 생각치 않고 내 편 들어주기를 바랬었는데..
제가 그 모습으로 제 아이를 키우고 있는거였죠..
아까도 그냥 혼내지 말고 그냥 둘걸 그랬나요. 정말 뺏은 것도 아니었고 세게 때린 것도 아니었는데.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한번쯤은 그냥 내 새끼가 최고야 제일 예뻐_ 하면서 진상 엄마가 되어보는게
어쩌면 아이에게 뭔가 다른 차원의 만족감과 위안을 주는거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저는 너무 교과서적이고 다른 사람을 의식하는 성격이라서 절대로 그렇게 하지는 못할텐데
제 이런 성격때문에 저희 애들은 또 아이들만의 생각으로 이 유년기에 상처를 받는거 아닐까 싶어요.
참 힘든일이에요.. 육아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