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숨막히는 날이 있습니다.
어제는 남편이 밤 9시에 퇴근했어요.
110일 된 아기는 이미 잠든 상태였고
저도 맞벌이 인지라 애기 어린이집에서 데려와서 목욕 시키고 재우다가 같이 잠들었다가
남편 들어오는 소리에 깼지요.
남편은 오자마자 컴퓨터 키고 웹써핑부터 시작합니다.
제 예상에는 웹써핑하다 웹툰 보다 게임으로 마무리하겠지요.
일부러 그런 것은 아니지만 너무 얼굴 마주볼 시간이 없다보니
남편이 컴터 옆에 앉으면 전 그 옆에 의자도 없이 바닥에 앉아서 과일이나 깍아주면서 조금 얘길 나누곤 했어요.
어제는 유난히 짜증나더군요.
퇴근하자마자 애기 씻기고 재우기 바빳기에 집안이 애기옷, 타월, 아침부터 어질러진 상태로 어수선한데
손가락하나 까딱 안하고 컴퓨터부터 키는...
신랑의 변명은 항상 자기가 놀다 왔냐는 겁니다.
또 그옆에 앉아서 대화구걸하는 저도 짜증났어요... 이게 뭐 부부인지...
더구나 저희 애기 임신한 후로 딱한번 관계했습니다.
신랑보며 우린 섹스리스, 토크리스라고 했습니다.
저희 부부 마주앉아 얘기한게 언제인지...
쓰레기봉투 버리러 나와서 한동안 동네를 배회하다가 집에 들어갔네요.
만사 다 내려놓고 싶다는 생각만 들더군요...
남편은 핸드폰도 두고 어딜 갔다 왔냐며 뭐라하던데 귓등으로 듣고 한마디도 안하고 자버렸어요.
아침에 일어나니 애기 때문에 어쩔수없이 얘기하게 됬지만...
한동안 입닫고 살아보려구요...
요즘 제 유일한 스트레스 해소거리는 애기 재워놓고 최신가요 들으며 동네 공원 걷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