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전 오늘이었습니다. 맑은 날 이었다고 기억합니다.
토요일이었지만 바쁜 남편은 출근하고 저는 여느 날과 다르지 않게
아이들과 복작복작 거리면서 늦은 아침식사를 마치고 쉬고 있었습니다.
저희 집에는 그 때나 지금이나 텔레비젼이 없어서 속보가 늦습니다.
출근해서는 좀처럼 전화를 하지 않는 남편이 전화를 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님이 위독하시다는데.. 돌아가셨다고도 하는데..."
전화를 남편이 끊었는지, 제가 끊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아이들이 나중에 엄마가 아빠 전화를 받고 비명을 질렀다고 하더라구요.
얼른 컴퓨터를 켜고 인터넷에 접속을 했습니다. 그 분 소식을 들었습니다.
갑자기 제 무릎 뒷쪽을 누가 퍽 걷어찬 것처럼 다리가 꺽였습니다.
눈물이 줄줄 흐리고, 나중에는 소리를 내서 엉엉 울었습니다.
위독하시다고 나왔지만, 인정하고 싶지 않은 직감으로 알 수 있었습니다.
그 분은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시라는 것을요..
내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이후로 처음 그렇게 대성통곡을 했습니다.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집 근처 분향소를 찾았습니다.
저처럼 통곡하는 많은 어른들이 많은 아이들을 데리고 와주었습니다.
지금 이 순간 같이 우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위로가 되었습니다.
멀쩡한 구청을 놔두고, 사거리 자동차 회사 대리점에 설치된 분향소를 보며
새삼 이를 갈았습니다. 그게 벌써 3년전의 일입니다.
그 분을 보내고 달라지겠다고 마음을 먹었는데, 아직도 멀었습니다.
사람은 정말 쉽게 달라지지 않나 봅니다. 아직 갈 길은 멀기만 합니다.
이제 3주기... 그 분과 진짜 작별을 해야하는 순간이 다가오고 있는데...
아직도 그 분을 완전히 떠나보낼 준비가 되지 않았습니다.
내 아버지를 마음속에 묻었듯이 그 분도 평생 그렇게 묻고 살겠지요...
어쨌거나 오늘은 그 분의 3주기 입니다.
이 드럽고도 드러운 세상을 안 보고 가셔서 정말 다행이다 싶다가도
그래도 그 분이 계셨다면, 이 뭣 같은 세월을 살아내기가 좀 더 수월하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에 눈물이 핑 돕니다. 그 분이 너무 아깝습니다.
그리운 님. 가신 곳에서 편안하게 잘 지내십니까...
이 곳 걱정에 그 곳에서도 편안하게 지내시지 못할까봐 걱정입니다.
당신이 그립습니다. 당신이 가시고 3년 동안, 단 하루도 빼놓지 않고
내내 당신이 그립습니다. 편안하시길 바랍니다. 꼭 그러시길요..
그리고... 그래도 당신이 계셔서 정말 좋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