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아파트지만 관리가 잘 돼 있어서 바퀴벌레 별로 못 보고 살았는데...
어쩌다 가끔 리뉴얼 공사 하는 집 있으면 이동하는 바퀴벌레가 없잖아 있긴 했는데 빈도로 치면 5년에 한 마리 볼까
그래서 너무 방심했나 봐요.
제가 원래 늦게 잠드는 편인데 어제 새벽 3시, 불켜놓은 방 침대에 기대서 천장을 무심코 쳐다보니
엄지손가락 만한 튼실한 바퀴가 천정 모서리를 살금살금 걸어가고 있더라구요.
온몸이 얼어붙어 레이드 같은 스프레이 넣어두는 부엌 싱크대 아랫칸에 후다닥 달려갔지만
가스레인지 기름때 닦는 스프레이만 있더라구요. 그거라도 급한 김에 들고 와서 천정을 향해 아무리 스프레이를 뿌려도
꿈틀거리기만 하지 떨어질 생각을 않는 거예요. 보다못해 휴지를 둘둘 말아 의자에 발을 딛고 올라가서 잡으려고 했는데
이 놈이 후다닥 도망가서 뚝 떨어지더니 침대 밑으로 들어갔는지, 열린 문을 틈타 거실의 어둠 속으로 사라졌는지
그 후의 경로를 미처 못 봤답니다ㅠㅠㅠ 그래서 어제 밤새도록 불켜놓고 자느라 거의 비몽사몽인데
오늘 아침 아파트 문을 잠그고 엘리베이터 기다리며 무심코 땅바닥을 봤더니 거기에 또 바퀴벌레가 있더라구요.
어제 그 놈인지 또 다른 놈인지 일단 발로 밟아서 죽이는데 와 진짜 빠르데요. 무슨 춤을 추는 것처럼 제 발을 피해서
에스자 모양으로 달리는데 한 열 번을 아무리 발로 쾅쾅 밟아가며 따라가는데도 못 잡을 뻔했어요. 겨우 죽였습니다...
외출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약국에 가서 냉큼 4000원 짜리 대용량 바퀴잡는 스프레이 하나 사갖고 돌아왔어요.
아직도 방 안에 그 놈이 도사리고 있을까봐 등골이 오싹합니다.
날씨가 따뜻하니까 바퀴들이 새벽에 움직이나 봐요. 요즘 같은때 비상용으로 바퀴퇴치용 스프레이는 꼭 있어야겠구나
아주 온몸으로 실감한 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