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도나 폭력...처럼 일반적인 이혼 사유는 없습니다.
그냥 술자리를 너무 좋아해서
정말 하루도 빠지지 않고 술을 마십니다. 물론 밖에서요.
하루는 회사 선배, 하루는 학교 선배, 하루는 회사 후배, 하루는 동창들...
술자리가 생기면 절대 거절하지 않고, 본인이 자주 만들기도 합니다.
그러니 주말이 되면 피곤해서 종일 자다가 tv 켜고
아이들이 tv를 볼 때엔 스마트폰 들고 안방에서 DMB를 봅니다.
피곤해서 먼 곳 절대 안갑니다.
그래서 우리 아이들...어린이날에도 크리스마스에도 제일 멀리 가본 게 걸어갈 수 있는 동네 공원이에요.
아이 둘 키우면서 혼자 목욕시켜본 적 당연히 없고
아이 둘 키우면서 목욕물 떠준 게 열손가락에 꼽을 정도예요.
집안일 전혀 도와주지 않고 손도 까딱하지 않는 것까진 괜찮아요.
아이들에게 아빠 노릇만 제대로 한다면요.
그런데 아이 둘이 아직 어려서 아빠의 자리가 큰데
아빠는 평일엔 늘 없어요. 아이들이 자고 12시가 넘어서야 항상 들어오니까요.
주말엔 누워 있고, TV만 봅니다.
어린 아이들이 있는데도 잔인한 CSI니 뭐니 케이블을 버젓이 켜놓고 봅니다.
성질도 불 같아서 한번씩 큰아이에게 손도 댑니다.
동생이 따라 나가는데 베란다에 나갔다거나 (아이는 새로 산 자전거를 만져보고 싶었을 뿐인데)
현관 손잡이를 잡았다는 둥의 이유로 물건을 집어던지고 아이 머리를 때린 적도 있어요.(살짝이긴 하지만)
이런 일로 그간 많이 싸워왔는데,
어제 결국 이혼 얘기까지 나오고 말았네요.
어제는 왠일로 저녁만 먹고 온다길래
큰아이에게 아빠가 오늘은 일찍 올 거라고 얘기했는데,
어김없이 다시 전화가 와서는 웃으며 (술)판이 커져서 늦겠대요.
그러자 아빠 오기를 기다리던 첫째가 아빠가 거짓말을 했다고 우는 거예요.
남편은 아빠 일이 많아서 늦는 거라고 둘러대는데 (그러나 주변이 왁자지껄)
아이가 아니라고, 아빠 술 마시면서 무슨 일을 하냐고 울더라구요.
아이와 통화하던 남편이 화가 끝까지 나서
저한테 이게 뭐하는 짓이냐고,
왜 애한테 아빠는 거짓말쟁이라는 소릴 하게 하냐고 난리를 치더라구요.
정신과 다니고 (큰아이가 adhd 소견이 조금 보인다고 소아정신과 예약해둔 상태예요) 돈 쓰면서
애한테 그러지 말라고, 엄마인 사람이 뭐하는 짓이냐고요.
저요?
애가 아빠 언제 오냐길래 오늘은 일찍 온다고 했어요.
(전 평소에도 매일 아빠 기다리는 아이에게,
아빠는 너무 바쁘다고 회사일이 많아서 늦는 거라고 둘러대요.)
그 말밖에 한 게 없다니
앞으로 아빠 일찍 온다는 그런 소리 자체를 하지 말래요.
그리고 왜 일부러 부녀 사이를 이간질하냐고, 저한테 엄마 노릇 제대로 하라네요.
본인은 변할 생각이 전혀 없다는 거겠지요?
결국 저도 폭발해서 이혼 얘기 먼저 꺼냈어요.
그랬더니 양육권 얘길 하네요?
왜 당연히 당신이 애들 데려갈 거라고 생각하냐고 비아냥거리더라구요.
그리고 이혼 얘기 꺼낸 걸 후회하게 될 거라고, 절대 못주어담을 거라고 겁을 주네요.
만의 하나
어느 정도 술자리를 줄이고 아이들과의 시간을 늘여보겠다는 의지를 보인다면
저도 그냥 계속 이렇게 살지도 몰라요.
하지만 전혀 본인이 변할 생각은 없고 배우자 탓만 한다면
저도 굳이 같이 살고 싶은 생각이 없습니다.
저 역시 남편에게 받은 스트레스를 아이들에게 전가하게 되니
이럴 바에야 헤어지는 편이 낫지 않나 생각도 들구요.
아이들에게 아빠의 자리가 크겠지만
원래도 없는 거나 마찬가지였으니 별로 아쉽진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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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 길어졌는데,
이럴 경우- 정말 양육권은 누구에게 유리한가요?
아이 둘 다 취학 전입니다.
전 전업으로 아이들 키우고 있지만
친정에서 사업을 하셔서 가끔 회사일을 도우면서(번역 등) 월급을 받고 있어요.
현재 연봉은 제가 남편보다 많아요.
친정에서 증여받은 곳에서 백 정도 월세가 나오고 있구요.
남편은 준대기업에 근무하고 있고
시댁 형편도 어렵지 않은 편입니다.
아마 본인은 자신이 데려가면 어머니가 키워준다고 생각하고 있겠죠.
엄마가 경제력이 어느 정도 있고
아이들이 어리다면
이런 경우 양육권은 누구에게 유리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