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9시30분경. 지하철을 타고 충무로역쪽으로 가고 있었어요.
스마트폰으로 '사랑비' 내용 검색하며 흐뭇해 하고 있었는데..
옆자리에 20대 후반? 여자가 앉더라고요.
뭔가, 좀 이상한 사람인 것 같은 느낌이 들었으나.. 그냥 가만 있었는데.
저에게 종이를 보여주며 뭘 고쳐달라는 거에요. 뇌병변장애가 있는 듯한 어눌한 말투.
부탁이 아니라 완전히 요구라 무서운 마음도 들고, 지하철 승객 모두가 우리쪽에 시선 집중.
그런데 보니까 스승의 날이라고 어느 선생님께 감사편지를 쓴 것 같았어요.
나름 착실한 학생인가 보다 생각하고, 마음을 다잡고, '그래, 남의 글도 고쳐주는데(관련된 일을 합니다) 이 정도 못해주랴' 싶어 편지를 읽어보며 나름 친절히 몇 군데 오탈자를 고쳐 주었어요. 하나하나 쓰며 읽어주면서요.
그 과정에서도 자기가 원하는 딱 단어가 아니면 약간 신경질을 내며 지우더라고요.
예를 들어 '헷갈려서'라고 고쳐주니 짜증내며 '헷갈리기도 해요' 이렇게 쓰라고 하는 식으로.
그래도 시작한 일이니 친절히 마무리짓자 생각하고 도와줬어요.
그랬더니!
이번에는 가방에서 눈썹 그리는 연필을 꺼내 눈썹을 그려달라는 거에요.
지하철에서 부담스럽기도 하고, 무서운 마음이 수직상승.. 나 내려야 한다고 일어나 다른 칸으로 갔어요.
그 사이, 그 여자분은 다른 사람에게 부탁을 하는 것 같던데, 그 역시 부탁이 아닌 요구 수준.
제가 궁금한 것은.
뇌병변 장애인이 말이 잘 안 나오는 것뿐. '이상한 행동'을 하지는 않지 않나요?
그런데 그 여자분은 좀 이상했거든요.
앞쪽 도움을 주는 것도 내가 괜한 판을 벌였나 생각도 들고요.
그런 사람을 만나면 무조건 피하는 게 상책인지... 요즘 세상이 하도 험해서 정말 씁쓸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