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십대 극후반 맞벌이입니다. - 중년의 직장여성에만 해당되요. ㅎ
대학 졸업하고 쭈우우욱 계속 일했어요. 중간에 첫 회사 그만두고 잠시 실직해있었던 1년, 그리고 다른 일로 잠시 또 회사 그만두고 1년.. 총 2년 쉰것 빼고는.. 쭈우우우욱. 이제 이 나이가 되니 아고 힘들어요. 체력도 부치고 온몸이 안결리는데가 없고.. 집안도 항상 뒤숭숭하고 엉망이고.. 무엇을 위해서 이리 사나 싶고.. 딱 석달에서 여섯달 정도만 일안하고 푹 쉬고 싶어요.
지금 좀 에너지가 많이 고갈됐다고 할까.. 매일 겨우 겨우 하루하루를 연명한다고나 할까.. 그런 상황이예요.
삶의 질 많이 떨어지구요.
이전에 20대 아님 30대 초반 한참 쌩쌩할때는.. 같이 회사 다니는 좀 늙은 노처녀나 아줌마들 보면서.. 왜 저러고 사나.. 라고 느낄때도 있었어요. ㅎ. 한참 예쁘게 꾸미고 최고의 커리어 우먼처럼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신경 쫙 쓰고.. 머리도 그 전날 감아서 구루프말고 셋팅하고 ㅎ, 구두고 항상 반들반들 관리하고요.. 옷들도 그전날 항상 그다음날 뭘 입을지 쫙 걸어놓고.. 스카프, 가방 다 어울리게 코디하고 그러고 다녔지요. 그런데 보면 가끔 나이많은 아줌마나 노처녀들 보면.. 겉모습에도 귀찮음과 게으름이 보이더라구요. 옷도 신경 안쓰고 머리도 마지막으로 미장원간게 언제인지 싶게 보이고.. 그날 그날 대충 손에 짚히는대로 허겁지겁 입고 나오는.. 뭔가 빛이 안나고 태석하게 먼지가 덮힌 느낌이랄까.. 그게 참 한심해 보였어요. 직장에서 남에게 "보여지는것"도 능력의 일부인데 저렇게 자기 관리가 안되어서 쓰나.. 하구요. 어리고 쌩쌩하고 내 한몸만 챙기면 되었던 입장에서는 도저히 이해할수 없는 종류의 아줌마들이였죠.
그리고 어느날 정신차려보니 제가 바로 그 아줌마 직원중 한명이네요. ㅎ...
다행히 진급도 잘하고 일로도 인정받아서 나이에 비해서 빠른 직함 달고 연봉도 마음에 들어요. 근데 겉모습은 그냥 아줌마...요즘들어서 에너지가 바닥이 나서 그런지 더하네요. 무슨 블라우스와 무슨 하의가 어울릴지 그런 생각 안하고.. 그냥 입기 편한대로 손에 가는대로 대충 맞춰서 입어요 아침마다. 그전날 미리 코디는 개뿔. 밤늦게 집에가서 씻고 자기 바빠요. 얼굴은 피로에 쩔어있고.. 아침에 화장해도.. 아무리 화장을 떡칠해도 누르죽죽한 피곤에 쩔은 제 모습이 생기있게 변하지는 않네요. 구두도 철마다 딱 두켤레. 검정하나 갈색하나. ㅎ.. 가방은 색깔맞춰 바꿔 든다는건 있을수 없네요. 검정가방에 갈색 끈달린거로.. 두톤다 해결해요. ㅋ
아.. 이렇게 게으른 직장아줌마가 제 꿈은 아니였는데.. 제 꿈은 멋진 "커리어 우먼"이었어요. ㅎ
지난주 금요일에 오랫만에 친구가 회사근처로 찾아와서 같이 점심 먹었어요. 제 친구는 아이낳고 전업으로 돌아선지 몇년된 친구인데요.. 아.. 진짜.. 그 친구가 저보다 백만배는 더 세련되었더라구요. 옷도 너무너무 이쁜 실크 원피스에.. 눈돌아가는 비싼 귀걸이 반지 장신구에.. 무쟈게 이쁘고 고급스러운 백까지.. 그 친구 나 만날려고 시내나오면서 일부러 이쁘게 하고 온거 아니구요.. 항상 그렇게 잘 관리하는 친구예요..
갑자기 정신이 들더라구요. 내가 왜 이러고 사나. 내 모습이라도 이쁘게 꾸며야지 이게 뭔가 싶기도 하고.
그래서 다시 제 목표를 세웠어요. 저는 어차피 나이 들어서 마흔되고 (마흔은 아주 곧 될테니까. ㅎ) 쉰되어도 계속 직장일을 하고 싶거든요. 그러자면 진짜로 멋지고 간지 좔좔 나는 기품있는 중년의 직장여성으로 남고 싶지.. 지금 같은 모습으로 빛을 잃고 피로에 찌들고 생활의 때를 감출수 없는.. 그런 아줌마 직장인으로 남기는 싫네요..
근데 너무 오랫동안 꾸미는걸 안해서.. 어디서부터 시작해야할지 모르겠는 상황이 되어버렸어요! 이제 슬슬 옷 쇼핑도 하고 그러고 싶은데.. 옷장을 열어보니 다들 십년은 된 옷들.. 다 내다 버려야겠지요?..
하여간 그냥 일많은 날 일은 안하고 주저리주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