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친정은 가난해요
우리 친정아버진 평생 술에 절여살았고
나이드신후에는 운신을 잘 못하실만큼 몸이 불편하세요(40대후반부터쯤)
우리 엄마는 평생을 한평짜리 구멍가게에서 새벽부터 한밤중까지 가게에 계셨어요
우리 친정에는 아들이 없어요
우리 친정은 딸만 넷이예요
근데 우리집은 즐거워요
항상 웃음이 넘쳐요
모두 개콘 출신들이예요
이게 다 웃음많고 정많고 초긍정적인 우리 엄마때문이예요
정말 정말 가난했지만
(여섯식구가 늘 단칸방에 살았으니까요 ^^)
우리는 늘 가난한걸 실감 못하고 살았어요
우리식구들은 다 둔한가봐요
엄마는 4대보험 들어놨다고 좋아해요
우리 딸들 4명이 우리 엄마의 4대보험이거든요
우리 딸들 모두 공무원으로
시집가서 아들 딸 낳고
신랑한테 큰소리치면서 살아요
친정에 들어가는 돈들은 우리 4대보험이 알아서 해결해줘요
뿐빠이해서
우리 엄마는 계모임에 가면 최고로 잘나가는 할머니예요
우리 엄마는 최고 멋쟁이예요
우리 딸들이 엄마를 그렇게 만들어주니까요
우리는 그 형편에도 우리를 우울하게 키우지않고
우리를 버리지않고
우리를 공부 잘하는 아이들로 키워주신 엄마에게 감사함을 느껴요
우리 엄마는요
전기세 나간다고 밤에 공부 못하게 했고
책은 한권씩만 얻어다줘서 딸들 모두 돌려읽게 해주셨고
대학이랑 시집은 모두 지 힘으로 가지않으면 택도 없다고 주입해주셨고
구멍가게 맡기써서 일찍암치 산수를 잘 하게 해주셨고
손님들 응대하는 방법을 어릴때부터 하게 하여 인간관계 훌륭하게 할수있는 방법을 알게 해주셨어요
분식점 할때는 우리 담임한테도 우동 배달 시키셔서 돈 꼭 받아오게 하셨고
영화관 배달갈때는 우리를 달고가셔서 공짜 영화보면서 문화적으로 넉넉한 꿈을 꾸게 해주셨고
경찰서 앞에 살때는 아버지가 술 먹고 엄마한테 손찌검할려고 하면
달려가서 보초서는 아저씨 데리고 올수있는 달리기 실력까지 늘게 해주셨네요
엄마가 키가 145밖에 안되서 매일 아침 우리가 일어나면 꼭 꼭 다리랑 무릎 주물러주셔서 우리모두 160넘게 해주셨구요
그중에서도 우리 엄마가 가장 잘 하는것은요
리액션이예요
완전 대박이예요
딸들이나
사위나
손자 손녀가
뭘 한 마디하면 웃겨죽겠다는듯이 헐리우드액션하고요
감탄사가 강호동도 탐날 만큼 적절하게 마구마구 쏟아주세요
그래서 우리집은 셋방 살면서도
단칸방에 살면서도 늘 매일매일 재미있었어요
세탁기가 없어서 손빨래해서 다라이에 이고지고 엄마랑 딸 넷이랑
엄마친구분이 하는 세탁소까지 가서 탈수하고 와야했지만
가는 중간 중간에도 우리는 서로가 서로를 웃겨서 빨래를 쏟은적도 있고
방에 쥐가 들어와서 난리가 났을때도
엄마랑 딸 넷이 모두 한 책상위에 피신하고 그 모습이 또 웃겨서 지금도 이야기하고 그래요
딸만 낳았다고 시댁에서 구박받고
가난하다고 친정에서도 대접못받고
살았왔지만
지금은 우리 엄마가 최고의 부러움의 대상이 된 인생역전이 되버렸어요
돈 많은 우리 고모가 제일 부러워하는것도 우리 엄마고
아들 많아서 어깨 힘주고 살았던 우리 큰엄마가 제일 부러워하는 사람도 우리 엄마고
많이 배워서 대접받았던 우리 작은엄마가 제일 부러워하는 사람도 국졸 출신 우리 엄마네요
딸내미 공부잘해서 일류대학보냈지만 취업 잘 안되는 친척이 부러워하는 사람도 딸내미 넷 모두 공무원인 우리 엄마네요
정말 우리 엄마는 4대보험 하나는 기가막히게 잘 들어놓은것 같네요
주제도 없고
두서도 없지만
이제는 많이 늙으신 우리 엄마 생각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