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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자랑?이랄까요. 시댁가면 아버님이 설겆이 해주세요.

C3PO 조회수 : 1,137
작성일 : 2012-05-08 13:18:13
여러가지 고민글에 답을 달다가, 올해로 14년차 .. 그동안의 고생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가네요. ^^
결혼해서 모진 구박이란 구박은 다 받았고 
남편도 협조를 안해줘서, 정말 힘들었었거든요.
시댁에 가기전에 싸우고, 다녀와서 싸우고, 
'니가 아무리 해봐야 우리엄마 발끝도 못쫓아가. ' '시댁가서 노예처럼 살아도 모자라.' 
남편에게 이런 소리 들어가면서 살았어요.
이혼하고 싶었는데, 그땐 용기도 없었고, 당장나가서 버틸수 있는 10만원도 수중에 없었거든요.
한달 30만원 주고 그걸로 모든 식비+경조사비를 감당해야했으니까요. 

어머니도 못지 않으셨어요. 
설날이나 추석에도 시댁 3박 4일, 친정 1박 혹은 무박1일이라고 해도
어찌나 뭐라하시는지... 나가는데 악담을 퍼부운적도 있고,
미리 전화해서 이번엔 친정가지 마라 하고 못박으신 적도 있고..(이건 아직도 종종 그러세요. ㅋㅋ)

암튼.

뭐, 저희 시어머니 맘에 조금 안들면 바로 뭐가 날라옵니다. 쌩~
생선 굽던 후라이팬 집어던지신 적도 있어요.

일년에 한명 순번 정해서 쥐잡듯 잡습니다. 며느리 사위 상관없어요. 아들딸은 예외에요. ㅎㅎ
누가보든 말든 상관없습니다. 서로서로 민망해할거 상관안해요.
본인 하고 싶은 말 다다다다닥~ , 
그러고는 뒤끝이 없다고 그러시죠. 쳇. 


첫 아이가 4번의 유산끝에 겨우 생겼어요. 그게 결혼 8년차때 이야기에요. 
아이가 돌지났을 무렵, 시어머니가 이번엔 저를 타겟으로 정하고 날을 잡았답니다.
돌 지나서, 잠도 제대로 못자고 밥도 제대로 못먹고, 겨우겨우 살림을 꾸려가고 있는 어느날
시어머니 생신을 맞이해서 그 전날 미리(!!) 시댁으로 갔어요.. 
1박을 준비해서 저녁 맛있게 먹고, 가족들 모두 둘러 앉아 다과를 먹고 있는데
갑자기 저에게 할 말이 있다면서 
'너는 너무 사치해서 문제야. 응? 내가 저번에 쇠고기 썰어 놓은거 그냥 휴지통에 버렸더라? 니맘에 안든다고? 
그것뿐만 아니고 어디 한군데 빠짐없이 다 사치야. 멋이나 낼 줄 알고' 
뭐 이러면서 공격을 시작하시더군요.

예전같으면 얼굴 푹 숙이고,.. 아기도 못 낳은 죄(=.=;)구나 하고 펑펑 울거나 싹싹 빌거나 했겠지만
아기 앞에서 엄마가 그런 모습을 보여주면 안되겠다 싶었어요.
그래서 
'어머니, 제가 머리가 왜 긴지 아세요? 미용실 갈 돈이 아까워요. 저는. 
이때까지 파마는 딱 한번 해봤어요. 그것도 3만원짜리. 그거 아까워서 못가요. 
저희집 냉장고에 고기가 들어간게 2개월 전이에요. 아기 이유식도 고기를 많이 못줬어요. 
고기 주고 나면 생활비 모자라서 마이너스 돼요. 그래서 못해요. 
제가 옷을 만원짜리 이상 사는거 보신적 있으세요? 어머니 결혼할때 해주신 옷 세벌로 여태껏 버티고 있잖아요. '

다다다다닥..... 

방긋방긋 웃어가면서 또박또박 대답했어요. 
여기서 질 어머니가 아니시죠. 
'그럼 그때 쇠고기는 왜 버린거야!! 엉. 그게 얼마짜린지 알어? 그거 키우려면 농민들이 ~ 블라블라~~'

'어머니. 그 쇠고기요. 색깔이 시커멓게 변해 썩은거든데요. 어머니가 해동시킨다고 그 전날 냉장고에서 꺼내놓고 
하루 지나는 바람에 색깔이 완전 까맣게 되고 냄새가 고약하던데, 그걸 아기 이유식으로 먹일수 있겠어요? '

'썩긴 뭐가 썩어! 내가 다 기억해! '

'네. 저도 어머니 민망하실까봐 몰래 버린 기억나요. 너무너무 냄새가 지독해서 구역질 하면서요'


여기서 제 남편의 레프트훅 하나.
'엄마는 같이 살아보지도 않았으면서 왜 사치한다고 그래. 이 친구는 사치 안해. 내가 보장해. 벌써 9년이나 같이 살았잖아.
5만원만 넘어도 장바구니에서 다 빼는 애라고. 알지도 못하면서 왜그래? 
얘가 이렇게 살림 안했으면, 우리 집도 못샀어. 엄마가 보태주지 않았어도 우리 32평짜리 샀잖아. 
그거, 얘가 사치했다면 샀겠어? '


ㅋㅋㅋ 게임오버.



그리고, 남편이 너무나 당당하게 시댁에서 설거지를 담당하게 되었고요. (시동생이나 사위는 꿈쩍도 안하지만. ;;;)
너무도 다행힌게, 남편이 부지런하고 책임감 강한 사람이라서, 제가 아침일찍 일어나 밥하고 아이 보느라 힘들어하면
얼른 알아서 설거지를 잘 해줘요. 
저녁도 나가서 사먹자고 얘기하고요. 

그러던 와중에, 어머니가 지병이 악화되었어요.
어머니가 아프신것도 있지만.. 나이가 드셔서 살림에 꾀가 나신 부분도 있고 해서 
부엌살림을 놓아버리셨어요.
죽을만큼 아픈것도 아닌데 부엌에 나가 서계시면 그렇게 머리가 아프다면서 자꾸 누우시곤 해서. ^^;;
보다 못해 , 아버님이 아침에 간단하게 먹을수 있는 냉동떡이나 죽 같은 것을 구해서
그거 데워서 먹고, 점심 저녁은 나가서 사먹고 하시면서
자연스럽게 설거지를 아버님이 하시게 되었고요.
빨래나 청소도 아버님이 슬슬 맡게 되셨어요.

근데 아시겠지만, 살림이라고 하는게
한번 손에 익으면, 남에게 맡기기 영 어렵잖아요.
아버님 성품이 깔끔해셔서, 설거지가 일단 손에 익고 나니까 남에게 맡기질 못하시는거 있죠. ㅋㅋ

그렇게 된 연유로, 시댁에 가면 
저는 밥상을 차리고, 설거지는 아버님이나 남편이 하게 되었어요.

어머님이 아프고 나니까 좀 불쌍해져서, 요즘엔 잘해드리고 있어요. 
물론 제가 할 수 있는 정도까지만. 딱 정해서요.
그래도 아들이 제 편이라는 것을 아셔서 그런지 눈치도 좀 보시고있고..
사실 뭘 해드려도 그리 만족하시지는 않는데, 그러거나 말거나 제가 해드릴 것만 딱 해드려요. 
그리고 저희 아파트도 49평으로 넓혔습니다. (요건 자랑~! )ㅎㅎ 

결혼을 준비하시는 분이나 신혼인데 시댁때문에 힘든 분들께 드리고 싶은 말씀은, 
제 시댁의 경우가 모든 케이스와 일치하지는 않겠지만, 
저도 10년쯤 전엔 이혼이냐 자살이냐를 놓고 매일밤 눈물로 베개를 적셨거든요.
그래도, 제가 강해지니까 바뀌더라구요. 
욕이 배 안 뚫고 들어와요. 할말은 하고, 비위 맞출건 비위 맞추고 그러면 
대강대강 살아지는 것 같네요. ^^

IP : 112.148.xxx.198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_-
    '12.5.8 1:50 PM (211.244.xxx.167)

    문장 몇줄 읽다가 말았음.

    이상한 시어머니에 이상한 남편.......

    모든걸 초월한듯 글을 적은 원글님은 참 대단...........

  • 2. ....
    '12.5.8 3:00 PM (124.51.xxx.157)

    시어머니도 보통이아니고,남편 막말도 보통이아니네요 ㅜ
    난 님처럼 오랜세월 참지못할거같은데 .. 대단해보이네요
    저도 신혼초에 시어머니 시월드 심해서 몇달참다고홧병생겨서
    아니다 싶음 할말했습니다 그러고 나니 바뀌더라구요..
    지금이라도 알게돼서 다행이네요 행복하게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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