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초중반, 결혼 적령기 혹은 적령기가 약간 지난 여자.
맞벌이 하시던 부모님.
술 좋아하시던 아버지. 일주일에 두 번은 늦은 귀가.
그걸 핑계로 밖으로 돌던 엄마와 그걸 참아내려다 더 힘들어진 아버지.
나를 밀어내고 유치원조차 다니지 못한 나를 남들과 비교만 하던 엄마.
그 와중에 성폭행 당할뻔 했던 기억.
반대 급부로 고집외엔 아무런 자존감이 없어져버린 나.
고등학교 다니던 내내 척추질환과 우울증을 앓고 자살을 기도했는데도
미동도 보이지 않던 부모님.
고등학교 졸업 후 선천성 질환으로 대 수술.
그리고 이어진 부모님의 이혼.
옛 집에 남은 자식들과 새 출발을 위해 집을 떠나신 아버지.
옛 집을 떠났음에도 이곳이 자기 집인 줄 알고 퇴직 후 들어와 살겠다고까지 하는 엄마.
결국 저는 집을 떠나 왔습니다.
그러다 작년에 우울증 치료를 위해 들렀던 병원에서 뇌종양 진단을 받았습니다.
약물로 치료될 가능성이 있다하여 치료를 시작했지만 일년이 지난 지금까지 차도가 보이질 않습니다.
수술 얘기가 오가고...(부모님 모르심)
설상가상으로 일마저 너무나 힘들어 졌습니다.
사람을 대하는 일이라 스트레스가 엄청난 직업인데도 참고 견디고 있지만
더 이상은 자신이 없습니다.
사방이 막힌 벽안에 선 느낌.
제 손에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이 벽을 넘어설 수는 있는걸까요?
이 모든 일들이 다 지난 일이 될 수는 있는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