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날씨가 좋다보니 자꾸 유년시절의 추억들이 많이 떠오릅니다.
제가 근무하는 곳은 공원처럼 조경이 잘되어있는 터라 식사를 하고서 10여분정도 산책을 하면 기분이 업되고 거기다 매점에 들러 산 아이스크림 하나면 마치 프루스트의 찻잔에 담근 마들렌 과자처럼... 저를 예전의 어린 저로 되돌려 놓아요..(오늘따라 글이 꽤 문학적-.-으로 나오네요).
점심을 먹고 한바퀴 돈 다음 매점에 들러 월드콘을 샀어요.
천원하네요. 콘아이스크림 중에서 월드콘을 좋아하는 이유가, 과자 부분이 바삭바삭하고 맛있기도 하지만 어릴적 기억들이 생각이 많이 나서에요.
우리는 삼남매인데 아빠가 타지에서 근무하셔서 회사 버스를 타고 귀가를 하셨어요. 매일 오시지는 못하셨구요.
제가 중학교1학년때였던 것 같은데, 엄마가 저희더러 아빠 마중을 나가보라고 하셨어요.
마침 저희가 다 방학이라 놀고있었거든요.
여름이었고 좀 더웠던거 같은데 손잡고 회사버스가 내리는 곳으로 갔어요.
아빠가 저희에게 천원주셔서 신나라~ 하며 월드콘 세개를 사서 동생들 나눠주고 저도 먹고 왔죠. 그때는 300원 했거든요. 고지식한 저는 늘 남은 잔돈을 엄마에게 갖다드리고
저도 나름 공평주의자라 동생이랑 늘 똑같이 써야된다고 생각했었지요. ㅎㅎ
어릴때는 과자가 웬만한건 다 백원, 이백원 했었어요. 삼백원 하는 과자는 좀 비싼 편.
아빠가 천원 주셔서 사먹는 그 월드콘이 어찌나 맛이있었던지...
그리고 아빠랑 다 같이 집에 들어가면 엄마가 따뜻한 저녁밥을 지어놓으시고는 밥을 먹을 때,
아빠는 늘 "티비는 가족의 대화를 방해한다!"고 하시며 티비를 끄셨어요.
(그런데.. 환갑이 훨 넘고 이제 칠순을 바라보시는 우리아빠는... 드라마랑 연예방송을 좋아하시는 할아버지가 되셨네요 ㅠㅠ)
아빠 마중 나갔던 다른 날들도 있었을텐데,
월드콘을 딴 날도 사먹었을텐데,
저는 왠지 월드콘 하면 저의 더웠던 여름방학과 아빠마중과 동생들과 나눠먹던 그때가 또렷이 기억이나요.
참... 그때 친구네서 아가사크리스티 추리소설 댓권 빌려와서 저녁때 복숭아 먹으면서 봤는데
열개의 인디언인형(그리고 아무말도 없었다) 보다 오들오들 떨었던 기억도....
추억은 방울방울....
@ 82잘 보는 내 동생아 이거 언니가 쓴거야. 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