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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아이가 다친 게 엄마인 제 탓이라고 얘기하는 남편 때문에 속상해요

그래,내탓이다 조회수 : 2,915
작성일 : 2012-04-30 22:19:35

1년 전에 아이가 자전거를 타다가 넘어져서 팔을 다쳤습니다.

팔꿈치 뼈가 골절이 돼서.. 성장판도 상했고, 입원하고 수술을 받았죠.

아이가 많이 아파했고.. 힘들어했고.. 그래서 지켜주지 못한 것 같아 미안하고 그랬습니다.

제가 아이에게 자전거 타러 가자고 제안했기 때문에 더더욱요.

 

당시 남편은 제게 뭐라고 하지 않았습니다. 대놓고는요.

119 부르려는 저를 무시하고 아이 안고 뛰었고,

택시 타고 듣도 보도 못한 병원으로 데리고 갔고 (가까운 병원)

거기서 뼈를 맞춰야 한다고 해서.. 아이 뼈를 맞추는 처치를 했습니다.

 

그런데 뭔가 석연치 않아서.. 제가 대학병원으로 데리고 가자고 주장했고,

다시 응급실에 접수하고, 엑스레이 찍고.. 하는 과정을 거친 뒤-

의사가 골절이라고, 바로 수술해야 한다고 해서 그 병원에서 입원하고 수술을 받았습니다.

 

아이가 7살 때였어요.

2년 전 선천적인 문제로 수술도 받고 했던 아이라, 더 마음이 아팠습니다.

아이가 의사 선생님만 보면 "그만해~!"라고 경기를 일으킬 정도로 힘들어했고요.

 

..아무튼 그렇게 수술 받고, 퇴원했고,

아이는 씩씩하게 잘 생활하고 있습니다.

남자아이들 골절 한두 번은 예사라고들 하는 것처럼, 그렇게 넘어가려고... 노력했고요.

 

그런데 남편이 오늘 다시 그 일을 얘기하네요.

당시 친정 식구들과 놀러 간 상황이었고,

전 오랜만에 본 친정 언니와 수다를 떨고 있었고(친정 언니가 외국에 살아서 가끔 귀국해요),

남편은 친정 식구들과의 나들이가 싫어서(말은 하지 않지만 표정에서 티가 나죠) 

혼자 잔디 그늘에 누워 낮잠 자고 있던 상황이었습니다.

7살 아이.. 아직 자전거에 익숙치 않아 보조바퀴 있는 자전거를 대여해서 태워주던 상황이었고요.

 

평소에는.. 제가 걱정이 많은 편이라, 아이가 자전거를 타면 그 옆을 같이 따라가곤 했습니다.

하지만 그 날은, 형도 같이 있었고 해서.. 방심을 했어요.

솔직히 보조바퀴 딸린 자전거 타다 넘어져봤자, 찰과상 정도일 거라고 생각했고요.

그런데 하필 따라다니지 않은 날 사고가 났고, 찰과상이 아닌 골절이었고, 성장판을 다쳐서 성인이 된 다음 재수술을 해줘야 하는 상황까지 갔고...

그러니 남편도 속이 상하겠지요.

 

그래서 틱틱거려도, 제 눈을 마주보지 않아도,

아이가 아빠를 찾아도 저 멀리서 팔짱만 낄 뿐 아이를 안아주지 않아도 참았습니다.

다 제 잘못 같아서요.

언니랑 수다 떠느라, 제 아이 못 챙긴 것 같아서요.

 

그러고 또 1년 만에 언니가 귀국을 했거든요.

워낙 언니랑 각별한 사이인지라... 주말에 언니랑 같이 놀았습니다. 아이들 데리고요.

남편도 무난하게 어울려주었고, 크게 문제될 게 없었어요.

 

그런데 모레 언니가 출국을 해서, 내일 저녁 친정 집에서 저녁을 먹기로 했습니다.

내일은 근로자의 날이라 남편은 쉬지만, 아이들은 학교에 가야 하니...

제가 아이들 태권도 학원만 빠지고 친정 집에 가고 싶다고 했어요.

그런데... 남편이 저보고 혼자 가래요.

아이들 자기가 다 챙길 거고, 학원 끝나면 친정으로 데리고 가겠대요.

 

나쁘지 않은 제안일 수 있죠.

아이들 봐주겠다, 학원 보내고 픽업해서 처가집으로 가겠다는 거니까요.

 

하지만 언니가 모레 출국하는데..

언니가 저희 아이들을 끔찍히 예뻐했고

형아들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조카도 있는데..

굳이 그렇게 하겠다는 남편이 마음에 들지 않았어요.

그러자 남편이 제게 한 마디 합니다.

"당신 마음이 딴 데 가 있으면, 애들이 다쳐."

 

.......그 말을 듣자, 눈물이 왈칵 쏟아지더군요.

남편에게 뭐라 받아치지는 못하고 그냥 방으로 들어가 한참을 울었습니다.

저도 엄마인데, 아이가 다친 데 대한 죄책감이 없겠습니까?

샤워할 때마다.. 아이 친구들이 제 아이 팔 상처가 뭐냐고 물을 때마다 가슴이 아픕니다.

하지만 꼭, 이렇게 다시 확인시켜줘야 했을까요?

 

친정식구들과 자주 어울리는 편이 아닙니다.

친정 부모님은.. 평소에도 저보고 아이들이나 잘 챙기라면서.. 용돈을 드려도 안 받아요.

당신들 줄 돈 있으면 저금이나 하라면서요.

 

시댁 식구들과는 많이 어울립니다.

1박 2일 여행도 잦고, 휴가 때마다 함께 하죠.

3박 4일도, 5박 6일도요.

남편이 시댁 식구들과 어울려 놀 때, 제가 남편처럼 어디 들어가 누워있거나 낮잠을 잘까요?

일도 하고 아이도 봅니다.

요리와 설거지에서 벗어나면 아이들만 따라다니고요.

시조카들까지 제가 다 볼 때도 많습니다.

시동생과 동서는.. 좀 무심한 스타일이라.. 그냥 술 마시다 뻗을 일이 많거든요.

 

시댁 식구들과 바닷가에 갔을 때에도,

남편은 시댁 식구들과 그늘막에서 맥주 마시고 놀고,

저 혼자 아이들 4명 챙기다가 아이가 물에 빠져서... 제가 구한 적도 있습니다.

 

..제 남편이 친정에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주말에 놀았으니 됐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전 서운하네요.

 

제가 서운해하는 게, 남편에게 화가 나는 게... 비정상일까요?

 

IP : 219.251.xxx.135
1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그게..
    '12.4.30 10:28 PM (99.226.xxx.123)

    잠잠하다가 비슷한 상황이 되면(처갓집 식구들 모임, 부인이 시댁에서와 달리 너무 행복해보임, 아이 다침.)
    다시 열받는 모양이군요...ㅠㅠ
    이해는 하지만, 그걸 또 따박따박 배우자에게 표현하는 남편도 어지간히도 소갈머리 없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어쩌겠어요. 살살 비유 맞춰야죠. 신뢰를 주도록 원글님도 계속 노력하긴 하셔야할거예요.

  • 2. ..
    '12.4.30 10:33 PM (110.9.xxx.208)

    남편분은 뭐하셨나요?
    아내만이 아이를 돌봐야하는건가요?
    밖에 나가서까지 그늘에서 잠을 자야하는건가요?
    처가집식구들과 만나면 애가 다쳐요?

    이해가 안가는 사람이네요.
    어떻게 그런 사람이 결혼을 했을까요.

    아내는 처가에 가면 안되겠구요.
    아내의 식구들과 만날땐 아이를 데리고 가면 안되는군요.

    솔직히 말하면 다른 생활도 어떠실지 눈에 보이구요.
    아 이런말까지 하기는 싫었지만 제가 제일 싫어하는 타입의 남자입니다.
    그런 사람도 착한 여자 만나서 결혼을 하는군요.

  • 3. 아으...
    '12.4.30 10:37 PM (118.222.xxx.98)

    남편분 진짜 별루에요 ㅠ 차라리 무식단순한 스타일이 낫지 저런 성격 야비하고 잔인하게 느껴져요.. 저도 제일 싫어하는 스타일.. 뒷끝작렬이네요.. 넘 죄책감 느끼지 마시고 당당해지실..

  • 4. 남편분
    '12.4.30 10:38 PM (14.52.xxx.59)

    절대로 편드는거 아닌데요
    많은 부부들이 저래요
    그래서 아이가 심각하게 다칠경우(원글님은 해당안됩니다 ^^)
    잘 사는 부부가 드물다고 합니다
    원글님 서운한 마음 충분히 아는데요,남편이 서운한것도 납득이 되니
    내일은 남편말대로 하세요
    저정도면 고마운 제안입니다

  • 5. 이런...
    '12.4.30 10:39 PM (125.130.xxx.27)

    남편 참 못났습니다.
    되새김질 한다고 그일이 없어지는 것도 아닐텐데...
    남편의 그런행동 당연히 서운합니다.
    마음 단디 잡숫고 힘내세요

  • 6. 흐음
    '12.4.30 11:22 PM (121.167.xxx.114)

    아이 다치는 일처럼 가슴 미어지는 일은 다른 사람 탓을 하게 되더라구요. 그렇게 하지 않으면 견디기 힘들거든요. 아이 잃어버리면 이혼하는 게 바로 그것 때문이래요. 그냥 그 심정을 이해해주시고 내 감정도 솔직하게 말하면 좋을 것 같아요.

  • 7. ..
    '12.4.30 11:26 PM (59.29.xxx.180)

    시댁 식구 모임에서 아이가 다쳤다면
    원글님은 시댁을 원망하는 마음이 전혀 없을까요?
    아뇨. 다른 사람 탓을 하는 건 어쩔 수 없는 사람의 본성이라고 봐요.
    남편분이 제시하신 방법이 나쁘지 않았는데 왜 굳이 태클을 거세요.
    주말에 무난하게 같이 어울렸다면서요.
    언니분이 조카 끔찍하게 이뻐한다지만 그 끔찍하게 이쁜 조카 주말에 이미 다 봤잖아요.

  • 8. ...
    '12.4.30 11:47 PM (116.126.xxx.116)

    근데 아이가 아프면 두사람이 더 협력하는 경우도 많지만
    서로를 탓하면서 결국 가정이 망가지는 경우도 많은것 같아요.
    원글님도 남편 원망하는 마음이 있으신거 같은데요.

    저도 원글님 남편 해법 별로 맘에 안들지만
    한박자 쉬어가세요.

    (반대로 시댁갈때 남편 먼저가있고
    아내는 애들 학교 마치고 학원데리고 갔다가 애데리고 나중에 간다...
    이렇게 제안하면 제법 합리적으로 보이지만
    남편이 전혀 좋아하지 않겠죠?)

    저런 남자에게 니탓내탓이 전혀 안통할듯합니다.
    처가에가서 드러누워있는 사위 정말 싫네요.(울 친정아빠도^^;)

  • 9. 샬랄라
    '12.5.1 1:06 AM (116.124.xxx.189)

    많이 조심하는 부모에게서 자라는 아이는 확실히 사고 가능성이 적습니다.

    조심성이 없는 아이라는 말을 많이들 하시죠. 조심성이 없는 아이는 확실히 다칠 가능성이 많습니다.

    가능성이죠. 인생에서 확실한 것은 거의 없습니다. 대부분 가능성입니다.

    90된 어머니가 70된 아들에게 차조심 해라고 합니다. 어머니는 차조심이 중요하다는 것과 한 번 이야기
    하는 것과 안하는 것이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고 계시는 거죠.

  • 10. 눈꽃맘
    '12.5.1 3:15 PM (220.72.xxx.159)

    얼마나 마음이 아플까...생각되어 로긴했어요.
    남편분-밴댕이소갈딱지맞구요.
    책임전가를 저렇게 한다는 것이 너무 밉네요.

    하지만 시댁행사에서 그랬으면 반대로 원망스럽지않겠냐는
    댓글보고 조금은 이해가 가긴하네요.

    하지만 남아있는 긴 인생에서 이렇게밖에 말할수없는 쪼잔함은 고쳐주어야합니다.
    그냥 내가 참아야지가 아니라
    꼭 그렇게 말을 해야만했는지에 대해서
    두분이 대화를 하셨으면 합니다.

    그런 순간에서의 일방적인 한쪽의 인내가
    나중에 부메랑이 되어
    더 큰 문제로 터지더라구요.

    일단은 쪼잔한 남편분에 대한 복수로
    같이 쪼잔하게 굴라고 하고싶지만...
    이러면 안되겠죠;;;

    맘이 여리신분 같은데
    힘내시구요.
    엄마는 강해야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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