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아래 교회 갔다가 기겁 하고 왔다는 글의 댓글중에 스님의 임종게 중 일부가 기자가 '임의로 덧붙인 것..'
운운 하는 글이 있어 그 밑에 리플을 달려다가 길어질것 같아 제가 생각하는 바를 새글로 씁니다.
각설하고 스님의 게송 전체는 너무나 당연히 스님께서 남기신 것이 맞습니다. 일부 기독교인들이
그들의 편협하고 무지한 소견으로 사기협잡성 공격을 하는 것에 대해 역시 불교의 깊이를 모르는 분이
방어적 입장에서 기자가 어쩌고 한것 같은데 스님의 게송 자체가 깨닫음이 없는 우리가 함부러 살을
부치고 해석하는게 이미 본질을 벗어 나는 것이긴 하지만 하답답해서 제나름의 풀이를 해볼까 합니다.
임종게송입니다. 편의상 앞에 번호를 붙였습니다.
1.生平欺狂男女群(생평기광남녀군)하니
2.彌天罪業過須彌(미천죄업과수미)라.
3.活陷阿鼻恨萬端(활함아비한만단)이여
4.一輪吐紅掛碧山(일륜토홍괘벽산)이로다.
(아래는 해석입니다)
한평생 남녀무리를 속여 미치게 했으니
그 죄업이 하늘에 미쳐 수미산보다 더 크다
산채로 지옥 불에 떨어지니 그 한이 만 갈래나 된다
한 덩이 붉은 해가 푸른 산에 걸렸구나!
1은 스님이 생존시 4부대중에게 한 설법과 평소의 행동으로 대중에게 보인 삶의
모습을 말씀하신 것입니다. 한평생을 4부대중(남녀군)을 속이고 살았다. 이것은 불교에서 궁극의
목적인 해탈이(깨닫음)이 결코 누구에게 말이나 글로 보여줄수 없는 경지임을 다시 말씀 하신 것입니다.
바로 선이 불립문자요 이심전심이기에 말과 문자로 표현하는 순간 이미 남을 속이는 것이고 거짓이 되어
버린다는 것을 다시 확인하신 것입니다. 왜 다시 확인이냐? 스님 평생 전체
의 가르침이 바로 견성에 이르는 방법이 참선에 있고 그것은 돈오돈수임을 가르쳐 오셨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부처님께서도 수많은 말씀을 남겼지만 가르침의 핵심인 열반의 경지는 결국 말로서
설명되지 않기에 한송이 연꽃을 들어 올렸고 이에 가섭존자 이경지를 깨닫고 웃음으로서 그 경지를
이해한다는 표시를 했습니다. 이 경지는 결코 문자와 언어로서 전해 줄수가 없는데 스님은 한평생
책으로 설법으로 이 경지로 가는 길을 부단히 대중에게 설법했으므로 결국 생평기광남녀군, 즉 사부대중을
평생동안 속였다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2는 1의 설명이 길었기에 그대로 입니다. 자기의 깨닫음의 환희를 남에게 설명해주고 타인들도
그 깨닫음으로 인도하고 싶었지만 결국 1과 같은 이유에서 온전한 가르침이 아니니 그 죄가 수미산에
닿을만 하다는 것입니다.
3은 역시 2의 연장선이면서 스님의 자비심의 표현입니다. 산채로 지옥불에 떨어진다해도
다시 중생에게 깨닫음의 오묘한 세계를 전하고 싶은 마음과, 그러나 결국 전하지 못하니 그
한이 천갈래 만갈래이고, 중생이 깨닫음을 얻지 못해 육도를 윤회하고 고통에서 벗어나 청정한
열반의 세계로 인도할 재간이 없으니 또한 한이 만갈래인 것입니다.
결국은 깨닫음이 있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드러내고 그 방법은 철저히 수행자의 개인의 몫임을
다시 한번 일깨우고 있습니다.
4는 스님이 한평생에 걸쳐 이룩한 깨닫음의 경지를 표현함이며 동시에 중생들에게 제시하는
깨닫음의 목적지를 제시한거 아닌가 싶습니다.
제가 이렇게 터무니없는 해석을 한것이야 말로 스님께서 임종게송을 통해 말씀하신 경구를
따르지 못하는게 되겠죠. 그럼에도 일부 기독교인들이 스님께서 저런 유언을 남겼으니 봐라 한국 불교의
한시대를 대표한다는 분조차 한평생 자기 말이 거짓이고 남을 속이는 것이었고 결국은 지옥에 떨어진다는
고백을 하고 돌아 가셨으니 불교란게 얼마나 어리석은 종교냐 하는 식으로 호도하기에 미천하나마 조금
적어 봤습니다.
p.s제가 스님이 열반 하셔서 다비식이 있던 날 해인사 연화대에를 갔었는데 그때의 신비한 광경을 하나만
본대로 말씀 드릴게요.(이건 제 주관이 단 1%도 껴 있지 않으니 그대로 믿어셔도 됩니다. 스님의 법구가
해인사를 떠나 다비장인 연화대로 들어 서는데 그때가 아마 늦가을이었을 겁니다. 그날은 바람 한점 없이
잠잠한 가을이었는데 스님의 법구가 어느 나무 아래 들어 섰는데 아마 참나무였지 싶습니다. 늦가을이어서
잎이 삼분의 이는 떨어졌지만 그러나 아직 적지 않은 잎사귀가 나무에 붙어 있었구요. 스님의 상여가
그 나무의 영역(그늘이라고 하죠) 딱 들어가는 순간에 그 나무에 붙어 있던 잎사귀가 대부분이 마치 꽃잎처럼
풀썩 떨어지더군요. 가령 소나무위에 눈이 잔뜩 쌓였는데 그 원 줄기를 발로 차면 일시에 눈이 폭삭
내려 앉잖습니까? 정확히 그런 모양새였습니다. 한잎 두잎 우수수 그렇게가 아니라 갑자기 폭삭~~~
그때 신문에 가야산 정상이 몇 번이나 마치 불이 난 듯이 붉게 빛을 내어 소방서에서 출동하는 소동이
있었다. 산이 웅웅거리며 우는듯한 울림이 있었다하는 기사가 있었는데 그건 제가 확인한 바가 아니고
이 특이한 현상은 제가 목격한 바여서 역시 성인의 가시는 길은 뭐가 달라도 다르구나 했던 기억이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