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육지거북이 키우시는 분 계세요?

패랭이꽃 조회수 : 1,398
작성일 : 2012-04-28 11:32:01
육지거북이예요. 등껍질이 단단하구요.
이 집 저 집 입양, 재분양을 반복하다가 제가 키우기 시작한지는 4년째 접어들었는데
그래선지 아무도 이 녀석의 정확한 출생년도를 아는 사람은 없네요.
제가 사는 곳이 지금 늦가을로 접어드는지라 날이 추워져서 상자 속에 모셔놓고
가끔 뜰에 풀어 줍니다. 운동삼아 또각 또각 소리를 내면서 돌아다닙니다.

 주 먹이는 상추, 오이, 당근, 우렁이, 갈은 소고기 등인데 제가 귀찮은지라 주로 오이로 연명함.
거북이를 키우다보니 우리가 흔히 배우는 토끼와 거북이 우화가 좀 부당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거북이는 일단 집을 제 몸에 지고 다닙니다.
토끼는 집이 따로 있지요. 그러니 당연히 토끼가 빨리 달릴 수 밖에요.
그리고 창조세계의 오묘함에 대해서도 생각을 하게 되는데
거북이는 별다른 자기 보호 수단이 없는데 등껍질에 숨어 버리면 끝이거든요.
우리 강쥐가 어렸을 적에 거북이 머리를 툭툭 건드리면 쑥 집어 넣고
다리를 물려고 하면 쓱 집어 넣고 반대쪽 다리로 가면 쓱 집어 넣으니
약이 올라서 캉캉 짖어 대더라고요. 저한테 마치 팔다리를 꺼내달라는 듯이.
또 등껍질 색이 흙색이어서 외부적으로부터 자기를 보호하기에 좋아요.
가끔 마당에 풀어 놓은 거북이가 없어졌다고 생각하고 야단인데
한참을 찾아보면 땅이랑 똑같은 색깔의 돌맹이로 보이기 때문이거든요.

이 녀석의 등껍질을 뒤집어 배쪽 껍질을 보면 검은 색 타르타르가 붙어 있어요.
철수세미로 문질러도 솔로 박박 문질러도 지워지지 않아요.
이 거북이의 과거 삶의 상처이자 흔적이지요.
이 거북이의 첫째 주인은 트럭운전수이자 목수였어요.
그날도 손님에게 주문받은 가구를 배달하러 지방도로를 더운 여름날 지나는데
땡볕에 녹은 검은  아스팔트에 뭔가가 버둥거리고 있는거예요.
첫주인이 트럭에서 내려서 살펴보니 거북이 하나가 길을 건너려다 녹은 아스팔트에
배딱지가 붙어서 허우적 거리는 거였어요. 이 목수님 불쌍히 여기고 거북이를 구출 집에
데려놓았으나 이후 당뇨병 합병증세로 신장투석 등을 하느라 포기하고 다시 어린애가 많은 집으로 갔다가
그 집이 이사하는 바람에 그 집에 이사온 학교 선생님이 키웠어요. 학교선생님은 자연, 과학 시간에
이 거북이를 상자에 넣어서 학교에 데려가면 꼬마들이 그렇게 좋아했다고 해요. 문제는 학교 등에 가면
이리 저리 걸어다니다가 찾기가 힘들어지는 경우도 많았다는...
이런 저런 사연 속에 현재 우리 집에 와 있는데 거북이 평균 수명이 200살에서 500살이 된다는데
만약 우리부부가 이 세상을 떠나면 거북이는 누가 키우게 될지 자손 대대로 키우게 되는 것인지 궁금하네요.
그때까지 무탈하게 잘 살아줬으면 좋겠어요.

IP : 190.48.xxx.77
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01479 헤모글로빈 수치가 7이면 많이 안 좋은건가요 4 ... 2012/04/28 8,888
    101478 스파티필름 키가 너무 커요 1 음지식물 2012/04/28 2,926
    101477 코엑스에서 촬영하는 장동건 봤어요 3 ... 2012/04/28 3,095
    101476 쿠쿠밥솥에 밥하다가 중간에 꺼졌는데 살릴 방법 있나요? ㅠ.ㅠ .. 5 도와주세요 2012/04/28 9,338
    101475 노원구 치질수술 잘하는곳 4 병원추천 2012/04/28 4,193
    101474 내 딸 꽃님이의 박상원씨요.. 10 이젠 할아버.. 2012/04/28 2,520
    101473 가죽가방... 이럴수도 있나요 ? 3 부엉이 2012/04/28 2,169
    101472 가사도우미 좀 물어봅시다 18 진짜 이상해.. 2012/04/28 3,489
    101471 파업채널 서늘한 간담회 7회 - 정명자 특집[공개방송] 1 사월의눈동자.. 2012/04/28 929
    101470 핸드폰 문자가 안 열릴때... 3 111 2012/04/28 2,148
    101469 신정아 외모만 본다면요 68 ..... 2012/04/28 15,414
    101468 늙은 남자 젊은 여자 23 허허허 2012/04/28 8,531
    101467 입양 가능 나이 3 벗꽃 2012/04/28 2,507
    101466 뉴스타파 13화 - 소가 웃는다 바로보기 1 네오 2012/04/28 828
    101465 버려진 고슴도치 2마리 11 생명사랑 2012/04/28 2,663
    101464 아이 아토피.. 유치원에서 매운음식을 강요하는데 샘께 말해야할까.. 12 .. 2012/04/28 1,467
    101463 판교는 뭔놈의 국민임대주택들이 그렇게 많나요? 41 ... 2012/04/28 10,435
    101462 포트메리온 그룻 사고 샆어요.. 12 궁금맘 2012/04/28 3,582
    101461 카카오스토리보니 다들 포트메리온 쓰네요 10 ㅋㅋ 2012/04/28 3,889
    101460 아이허브 의문점? 답 구해봐요. 15 다단계방식?.. 2012/04/28 3,010
    101459 스마트폰에 pmp 기능이 있는지요? 2 갤럭시 2012/04/28 919
    101458 "생명에 위협"… 최시중 왜 갑자기 수술? 7 세우실 2012/04/28 1,995
    101457 사람들과의 관계...저도 좀 찔리네요 2 나이도안어린.. 2012/04/28 1,517
    101456 청소기 추천 부탁드려요 4 청소기 2012/04/28 1,158
    101455 일요일 이른 아침 도곡역에서 사당역까지 택시로 얼마나 걸릴까요... 3 ... 2012/04/28 7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