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그대롭니다.
오늘은 초등학교중간고사날. 수학시험에 '자'가 필요하다고 어제 저녁에 말하더라구요.
그래서 잘챙기라고 하고 열심히 시험공부를 봐주었습니다.
근데 아침에 콜렉트콜로 전화와서 "엄마, 자 좀 가져다 주심 안돼요?" (학교는 집에서 100미터거리)
순간 며칠간 아들의 수동적이고 흐릿한 학습태도와 느린 행동에 누적되어 있던 짜증이 폭발하더라구요
"야! 내가 잘 챙기라고 그랬지? 멍청하게~ 난 몰라. 니가 알아서해! 가져 가든 말든"
저는 당연히 '죄송해요. 한번만 가져다 주세요' 뭐 이럴 줄 알았는데 이녀석이 "네"하고 전화를 끊는 거예요
전화끊고 생각해 보니 정말 자를 구할 수 있는지 걱정도 되고 또 제가 참지 못하고 애한테 성질 부린 것도
너무 했다 싶네요. 일단 자는 가져다 주고 저녁에 조곤조곤 야단쳤어야 했는데 말이죠.
매사에 덤벙대고 꼼꼼하지 못하고 대충해서 다니는 아들한테 화나요.
공부도 대충. 엄마가 시키니 마지 못해 하구요. 자기 주도적인 것이 없어요. 밑의 여동생은 알아서 하는 편이구요.
오늘 화내면서도 스스로 자위하는 게 '그래, 이런 일을 겪어봐야 의존하는 버릇도 좀 고쳐고 스스로 잘 챙기지 않을까'라는 생각이죠. 물론 방법적으로는 현명하지 못한 거 알구요.
사춘기에 접어들 나이라 평생 남을 아픈 말은 쓰지 말자고 마음먹었었는데 참지 못한 제가 밉습니다.
다른 엄마라면 어떻게 행동했을까. 그리고 꼼꼼하지 못한 아들 제가 더 세심히 살펴야 하는 게 옳은 건지 아님 지금이라도
방목하듯 니가 알아서 해라고 모르는 척 하는 것이 나은 것인지 현명하신 엄마들의 조언도 부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