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20대 초반 무수리짓

친구란 이름으로 조회수 : 1,186
작성일 : 2012-04-23 17:23:49
제가 뭐. 별로 후회하는 스타일은 아닌데요.
지금도 간혹 아주 후회하는 일이 하나 있어요.
이십대 초반에 친구 무수리짓 한거요.
대학 때였는데, 애교 많고 화를 낼 때는 좀 무섭게 내는... 그런 친구가 있었어요.
걔는 여자인 친구가 없었어요. 다 친구는 남자뿐.
유일한 여자 친구가 저였는데요.
1학년 말부터인가 저한테 막 친해지자고 해서...
제가 힘들어서 3학년 때부터 연락을 안했죠. 그렇게 한 1년 연락 없이 지내다가
4학년 되면서부터 다시 연락해서 (저는 답을 안하려고 했는데 어쩌다보니...)
또 친하게 지냈는데
대학 졸업하고 얼마 지나니까 연락이 뚝 끊겼어요. (아마 제가 필요 없어진 듯. 대학 때는 같이 다닐 친구가 필요하니까)

그러다가 걔 결혼할 때쯤 되니까 다시 연락 오더라고요... 싸이로. 씹었죠.

애교도 많고 잘해줄 땐 잘해주는데
뭔가 마음에 안 들거나 그러면 화를 내는데... 무섭게 화를 내는 게 아니라
내가 왜 잘못했는지 조곤조곤 말하면서 설득하고 협박하는 스타일.
수업 같이 들어야 되고.
한번은 제가 딴 교양수업 신청했더니
왜 자기랑 같이 안듣냐. 정말 실망했다. 우린 같이 듣기로 약속하지 않았냐. 우리 사이가 그것밖에 안되냐. 친군데...
뭐 이런 식으로 화냈다가 설득했다가...
이건 일례구요.
남자 만나는데 저 데리고 가기. 뭐 이런 것도 했었어요.
단둘이 만나기엔 좀 부담스러운 상대인데 간볼 때 꼭 저 데리고 나가고.
남자들한테 인기가 참 많았는데, 그 남자는 무슨 생각일까 항상 저한테 말하고 헤어지고 나면
하소연에... 한번은 널 생각해서 편지 썼어 하고 줬는데 열어 보니 헤어진 남자 때문에 슬프다는 내용만....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얼마 전 서랍 정리하다가 발견했음)
그리고 제가 다른 친구랑 친해지려고 하면 엄청 질투하고. 제가 그때 동아리 활동을 열심히 했는데
동아리 나가지 말라고 ㅋㅋㅋㅋㅋ 왜 나가냐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걔 앞에서 다른 친구랑 인사했더니 그 친구 사라지자마자 걔 이상하게 생겼다고 막 욕하고...

뭐 제 잘못이죠.
그땐 좀 어리버리하기도 했고, 자존감도 많이 낮았던 것 같아요.
그때 이후로 어떤 면역 같은 게 생기긴 했어요.
그런 사람들은 잘 피해다니고, 누구한테 호구짓 안하는 그런 면역???
뭐 나름 배움의 시간이라고 위안하기도 해보고 ㅋㅋㅋㅋ
다 제가 못난 탓이죠 ㅋㅋㅋㅋㅋㅋㅋ 라는 생각도 합니다 사실^^

그래도 지금까지도 가끔 생각나요.
아. 난 참 어리석었구나 하는 생각.

그때 생각으로는 걔가 좀 못됐긴 했지만 여리고 상처가 많구나... 내가 더 배려해줘야 되나???
그렇게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후...
그런 기미가 있는 공주님 여왕님들은 정말 귀신같이 피해다닙니다 ㅋㅋㅋㅋㅋㅋㅋ
뭐 제 인생에 배움을 준 고마운-_- 친구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네요.............................................

서로 안맞아서 그랬나보다 쿨하게 생각해보기도 하는데요.
삼십 년 넘긴 제 인생에서 제가 거의 유일하게 진심으로 후회하는 일이에요.
나는 참 어리석었구나, 하고요.


IP : 211.196.xxx.174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에효
    '12.4.23 5:29 PM (211.207.xxx.145)

    애교가 많은 사람들 중에 타인을 징검다리로 많이 쓰는 사람 있어요. 꼭 악의를 가지고 그러는건 아니지만.
    타인을 정서적으로 착취하는 왜곡된 나르시시스트라고 심리학책에도 나오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11773 죄책감. 자책감. 에서 오는 우울한 기분 어떻게 극복 해야 할까.. 4 우울 2012/05/29 2,689
111772 새차산 친구에게 어떤 선물 좋을까요? 2 졌다 2012/05/29 832
111771 생활비 빠듯하신분들 갑자기 돈필요하면 어쩌시나요? 7 내공이필요해.. 2012/05/29 2,649
111770 바퀴벌레 올해 3번 봤는데 세스코 불러야 되나요? 10 바퀴시러시러.. 2012/05/29 2,306
111769 3일간 연휴 끝나고 혼자 있으니 괜히 우울하네요... 끄적끄적 2012/05/29 581
111768 가스 보일러 바꿀 건데요.. 교체 2012/05/29 573
111767 학군 정보 여쭐께요 3 성급한맘 2012/05/29 978
111766 무슨현상일까요 불안증 2012/05/29 559
111765 보육 문제로 이거저거 하다가 안되겠어서 그만두는 수순... 4 마그리뜨 2012/05/29 864
111764 책대로 했더니 애의 반응이 너무 웃기네요 51 책대로 안되.. 2012/05/29 13,755
111763 자유게시판에 쓴글을 지울수는 없나요 1 znzn 2012/05/29 873
111762 남편이 물어봐달라고해요.나갈때 누구 만난다고 얘기하고 나가야하는.. 20 고민 2012/05/29 3,056
111761 화를 너무나 잘내는 아내와 숨죽여서 사는 남편.. 12 조언부탁드려.. 2012/05/29 12,141
111760 2개월 강쥐 치아발육기로는 뭐가 좋은가요 3 애견인분들 2012/05/29 677
111759 집에서 피부관리 어떻게 할 수 있을까요? ... 2012/05/29 564
111758 유아 영어 학원 추천 부탁드릴께요 1 6세 남아 2012/05/29 635
111757 열무김치를 담갔는데 맛이 써요. 헬프미!! 5 열무 2012/05/29 3,394
111756 좋은아침 연예특급 보다가.. 6 .. 2012/05/29 2,844
111755 좀 만 걸으면 숨이 차고 다리가 아파요. 3 2012/05/29 2,399
111754 이거 좀 너무한거 아닌가요? 너무 2012/05/29 605
111753 적금이율... 1 Kk 2012/05/29 528
111752 백만년만의 걸레질 하려고 합니다. 효과적인 방법 가르쳐주세요. 5 걸레질 2012/05/29 2,103
111751 개원했는데 자주 병원을 옮기는(?)경우.. 4 궁금 2012/05/29 1,535
111750 까페베네 식탁스타일의 긴책상이나 식탁 4 긴책상 2012/05/29 2,537
111749 스포) 아버지 알기를 우습게 아는 아들 4 생각하기나름.. 2012/05/29 1,4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