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70세,경운기타고 학교 가시는 아버지^^

다녕 조회수 : 1,386
작성일 : 2012-04-19 20:05:37

평생 온 식구를 조마조마하게 만드셨던  버럭 소리지르기가 특기이신 아버지가 작년 가을 부터 근처 시골 작은 초등학교로 출근을 하신다.   

 일명 배움터 지킴이 ^^*

   나는  혼자 아이를 키워 이제 기숙사 있는 학교로 보냈고, 아버지 또한 엄마가 돌아가신지 3년째.

내가 나고 자란 마을에서 커다란 집에 아버지와 둘이 산다.  거실을 경계로 양쪽에서 거의 각자 독거노인 모양새이다.

   아버진 작년 가을에 우리 식구의 모교인 인근 초등학교에서 배움터 지킴이라는, 아이들 등 하교 시간에  교통안전 지도를 하는 일을 하게 되셨다. 

시골 초등학교가 소위 전교조 선생님들의 대안학교  인지라 인근의 시골아이들과, 시내의 살짝 의식있는 부모들의 아이들이 섞여있다. 아버지는 그 아이들이 등교할 때와 점심시간, 하교시간에 사고나지 않게 살피는 일을 하시고 수업 시간엔

 자전거로 집에 오셔서 쉬거나 밭에 나가신다.

 첨에 몇 일은 퇴근 하셔서 걱정이 '일지' 쓰는 거라며  매일 뭔가를 써야하는데 쓸 말이 없다며 물어오셨다.

  그래서 몇개의 문구를 적어드려서 돌아가며 써 보라 일러드렸다.

할만하냐고 물으면 나 한테는 못하겠다고 투덜투덜 투정을  부리시더니만 그 학교 선생님을 만나 여쭤보니

 엄마 돌아가시고 혼자있으니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고 TV만 보며 게으러게 지내다  아이들을 보니 보람있고  살도 빠지고 기분도 좋다하셨단다.

  가을이 깊어 낙엽이 많이 쌓였을 땐 자전거 뒤에 갈퀴랑 빗자루를 싣고 출근 하셔서 쉬지않고 낙엽을 치우시더니

급기야 경운기로 출근하셔서 실어 오기까지 하셨다.

  방학동안 쉬시면서 나 한텐 새학기엔 안 할란다 하시며 어긋장을 놓으시더니 학교에서 연락이 오니 지금은 잘 다니고

계신다.

  최근  감기가 심해져 폐렴이 되어 입원해 계신다. 그래도 아침엔 버스를 타고 시내서 학교로 출근하신다.

난 아버지께 전화하고 출근하지 말라 했더니

   시내에서 온 일학년 아이 한명이, 누구 손자, 아무개  손자(인근아이

들) 몇명에게 따돌림 당하는 걸 봐서  가봐야 한다며 기어이 출근하신다.

    커다란 집에 나혼자 이방 저방 다니다  아버지 침대 옆에  탁상용 달력을 보니  결혼식, 모임 약속 표시와 함께

      '일학년  XX따돌림'....

                가슴이 짠하고   뿌듯해졌다. 

  6년  중풍으로 누워계셨던  엄마를 간호 하실 때 아버진 엄마가 기저귀에 변을 보면 어김없이 탁상용 달력에

 대소변 양을  적으셨다.       달력이름은 이름하여 똥표!

     " 이순희(울엄마) 여사 똥표 한 번보자" 

하시며 달력을 꺼내던 목소리, 쑥스러워 하시던  애기가 된 엄마 . . .

          지금도 달력에 일지를 쓰는 이런  배움터 지킴이 보셨나요?

IP : 119.202.xxx.230
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2.4.19 8:09 PM (112.169.xxx.90)

    이런글 너무 좋습니다.. 마음이 울적해서 힘들었는데.. 감사합니다.. ^^

  • 2. 아름다우십니다...
    '12.4.19 8:17 PM (86.6.xxx.165)

    원글님도,

    아버님도,

    대안학교 선생님들도....

    왕따하지 않으면 학생들도...

  • 3. 따뜻하네요
    '12.4.19 8:17 PM (59.17.xxx.41)

    좋은 글 감사해요 ^^
    아버님 빨리 쾌차하시길 ^^

  • 4. 은근한 마력
    '12.4.19 8:37 PM (223.33.xxx.223)

    아~기분 좋아지는 글이네요
    잔잔한 수필 한편 읽은 느낌입니다.
    글 또 올려주심 좋겠어요^^
    왕따아이 문제는 어떻게 해결됐으려나요..
    살짝 궁금해지네요~^^
    아버님,원글님 다 좋으신분같아요.

  • 5. ...
    '12.4.19 8:38 PM (110.70.xxx.183)

    아~조으다조으다완전조으다^^
    아버님 어서 건강해지세용~

  • 6. 하얀마음
    '12.4.19 8:44 PM (211.234.xxx.135)

    저의엄마도 중풍으로 앓다돌아가신지얼마안되고
    아빠혼자계세요.
    성격도괴팍해서 친구도 없고..
    아빠 뒷모습보면 가슴이 찡하니 아파요ㅠㅠ
    상상하며 다소 긴글 한숨에 읽었네요
    좋은글감사해요^^

  • 7. 스뎅
    '12.4.19 8:57 PM (112.144.xxx.68)

    좋은글 감사욤...저도 엄마 생각나서 눈물이 나네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13128 아이 샌달을 싸게 구입했는데(EXR에서) 샌달이 생겼어요.뭘로 .. 1 엄마딸 2012/06/01 733
113127 냉장고 고장....... 수리비 21만원 4 양문형 냉장.. 2012/06/01 1,880
113126 새내기 대학생이여 (남학생) 피어싱 한다는데 7 붕어아들 2012/06/01 1,392
113125 국내 여행지 중 최고는 어디셨나요,?(제주빼고) 16 국내 2012/06/01 4,079
113124 게이 이야기가 나와서.... 10 그냥 2012/06/01 23,607
113123 집주인에게 앙심이 있어요..ㅠ 복수방법좀 ㅠ 27 세입자 2012/06/01 18,519
113122 심리테스트 27 2012/06/01 4,071
113121 술에 너그러운 문화, 범죄 키우는 한국. 오원춘·김수철·김길태·.. 10 호박덩쿨 2012/06/01 1,032
113120 화차 너무 슬프네요 5 ir 2012/06/01 2,683
113119 19금) 모유수유 중에 부부관계... 4 .. 2012/06/01 12,597
113118 19금) 방광염 원인은..남편이 청결치 못해 그런건가요? 9 의심 2012/06/01 7,700
113117 어떻게 사과를 드려야 하나요?? 실수 2012/06/01 526
113116 티몬15% 쿠폰이 있는데... 어떻게 쓰는거죠? 1 맥심 2012/06/01 564
113115 층간소음 6 아파트 층간.. 2012/06/01 887
113114 아이허브 이용방법 알려주세요.... 3 몰라서요.... 2012/06/01 1,021
113113 울릉도 여행과 베트남 여행 선택 하라면.. 9 만약에.. 2012/06/01 2,442
113112 뇨실금 수술 해 보신 분 계세요...? 속상녀 2012/06/01 727
113111 이런 아르바이트 자리는 어떨까요? 3 어쩌나 2012/06/01 1,998
113110 인간관계 신록 2012/06/01 768
113109 미국유학을 보내고 싶은데요??? 6 해피맘 2012/06/01 2,349
113108 제가 기분나쁜게 이상한 건가요? 24 오뎅 2012/06/01 8,183
113107 민주당 당대표 경선 누구 뽑으실건가요 6 .. 2012/06/01 1,069
113106 급)광주가는데요. 음식점이나 갈 곳 추천 부탁드려요. 3 추천해 주세.. 2012/06/01 656
113105 이 여자는 저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나요??? 1 19금질문 2012/06/01 945
113104 빙수기 추천해주세요^^ 달달한것이 .. 2012/06/01 5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