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박원순과 노무현의 편지....

slr펌 조회수 : 1,341
작성일 : 2012-04-18 21:14:45
 

[농부가 어찌 밭을 탓할 수 있겠습니까]



노무현 의원님께

정말 고생하셨습니다.
 


선거라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저희들이 옆에서 낙선운동이라는
이름으로 견학해보니 잘 알 수 있었습니다.
 

 

 

 


더구나 지역감정의 회오리바람으로 낙선까지 하였으니
그 아픔이 오죽 크시겠어요? 위로전화도 한 번 못 드렸습니다.

 

 



그런데 낙선 직후 위로하는 사람들에게
“농부가 어디 밭을 탓할 수 있겠느냐” 며
낙선시킨 지역주민들에 대한 비난을
온몸으로 막았던 일은 감동스러웠습니다.

 



그러나 어쨌든 결과로는 노 의원님의 정치적 입지에 타격을 입었는데
이를 어떡하나요? 앞으로 어떻게 이 상황을 타개해 볼 생각인가요?

저희들 같은 시민운동가들이 정치개혁과 지역감정 타파를 위해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요? 이 잡지의 답변으로 부족하신 부분은
뵙고라도 경청하겠습니다.

2000. 6. 박원순 드림

----------------------------------------------------------------------------------------------

박원순 변호사님께

안녕하셨습니까?
이렇게 제 의견을 말씀드릴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위로전화도 못했다고 자책하시지만 항상 변호사님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시는 모습은 저에게 많은 힘과 위로가 됩니다.

선거기간에 진행된 낙선운동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누고 싶고,
선거 후일담도 나누고 싶지만 자리를 따로 마련하기로 하고
여기서는 보내주신 내용에 대한 답변을 통해
저의 의견을 전하고자 합니다.

이번 총선의 낙선으로 인한 저의 정치적 입지의 타격을
변호사님은 걱정해 주셨고 이를 어떻게 타개할 것인가를
물어오셨습니다.

이것에 대한 답변을 드리기 위해 먼저 되묻고 싶습니다.

정치인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저는 정치인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과제가 국민들이 안도하고
미래에 대한 꿈과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를 잘못 이해한 사람들이 입으로만 안도감을 주고
희망을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안도감과 비전의 제시는
세치 혀의 말솜씨만으로는 줄 수 없습니다.

이것은 시대가 안고 있는 과제를 하나하나 풀어 가는 실천과
노력 속에서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입법 활동, 행정의 감시가 중요하지만 정치인의 활동에
전부가 될 수는 없습니다.

크고 작은 민원을 통한 제도의 개선, 문제제기와 정책의 제시,
대화와 토론, 그리고 여론의 조성과 개입 등
정치인의 일상적인 활동을 밖에 있지만 열심히 할 것입니다.

그리고 정부와 당에서 주는 역할에 충실하고
스스로 일을 만들면서 끊임없이 노력하겠습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고민은 우리에게 제시되고 있는 과제들이
수준을 달리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나머지는 국민들의 인식 속에 희망적인 모습으로 다가오는 모습이지만 지역갈등의 문제와 말과 실천이 일치하지 않아서 생기는 불신풍조의 문제는 도대체 앞이 보이지 않는 과제로 저의 마음을 누르고 있습니다.
동서화합을 위해 노력하면 불리하고, 자기의 논리에 충실하면 실패하는 지금의 현실을 어떻게 올바른 모습으로 바꾸어 놓을 수 있겠습니까?

계속 노력할 것입니다.
계속 역설하고 주장할 것입니다.
하지만 올바른 것이라는 역설을 통해
국민들의 인식을 바꾸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습니다.

일제시대 때부터 형성된 ‘올바른 주장과 행동은 결국 불이익을 가져온다’는 인식은 결국 ‘모난 돌이 정 맞는다.’
또는 ‘계란으로 바위치기다’ 라는 말을 만들어 냈습니다.

이것은 기회주의적이고 대충대충 사는 삶이 사회를 살아가는 데
어려움을 주기보다는 이로움을 주는 형국에까지 이르게 만들었습니다.

저는 이런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분열주의와 불신풍조에
정면으로 맞서서 성공한 사례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 사례를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도전할 것입니다.
어려운 길이리라 생각됩니다.

계속 무모한 일만 생각한다고 탓하시지는 않을지 염려됩니다.
더위가 점점 다가옵니다.

몸 돌볼 여유도 없이 바쁘시겠지만
건강을 지키는 것이 최우선임을 잊지 마십시오.
안녕히 계십시오.

2000. 7. 노무현 드림

 

 

감동이네요...

IP : 114.201.xxx.75
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12.4.18 9:16 PM (223.62.xxx.127)

    노짱님ㅠㅠㅠㅠㅠㅠㅠㅠ

  • 2. 정말
    '12.4.18 9:28 PM (125.177.xxx.151)

    이 두분 정말 정말 아름다운 분들이십니다...

  • 3. ..
    '12.4.18 9:31 PM (59.0.xxx.43)

    써주는 글만읽는 우리가카께서는 이런감동스러운글 쓸지도 모르겠지
    아이고 울 노짱님 보고싶네......

  • 4. .........
    '12.4.18 9:47 PM (125.132.xxx.96)

    16대 대통령과 19대 대통령의 편지네요......

  • 5. 히히
    '12.4.18 9:56 PM (59.7.xxx.55)

    우리편은 이리 죄다 편지속에 감동과 진심이 묻어나는지...

  • 6. ㅍㅍ
    '12.4.18 10:38 PM (114.206.xxx.77)

    감동적인 글이예요..ㅠㅠ

  • 7. ...
    '12.4.18 11:04 PM (121.130.xxx.128)

    ㅠ ㅠ ㅠ

  • 8. 아..노무현
    '12.4.19 3:19 AM (108.227.xxx.10)

    아... 정말... 한자 한자 눈물이 납니다. 이 분이 이 세상에 안계시다는 사실이 너무 가슴아픕니다. 그래도 그의 꿈을 알아주는 사람들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고 믿습니다. 저를 포함해서요...

  • 9.
    '12.4.19 11:26 AM (211.41.xxx.106)

    동서화합을 위해 노력하면 불리하고, 자기의 논리에 충실하면 실패하는 지금의 현실을 ............
    2000년도의 그 말씀이 2012년 여기에 여전히 한치도 틈없이 그대로 적용됩니다. 정말 가슴을 치고 통탄할 현실에 살아가네요. 그래도 포기하지 않는 시도들과 움직임들이 모여 내를 언젠가는 바다를 이룰 거라 믿습니다. 믿을 겁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97825 일본은 고부관계가 한국이랑 좀 다른가요? 15 동반여행 2012/04/19 5,158
97824 바퀴 좌우로 두 개있고 전기로 움직이는 거 이름이 뭔가요? 2 ... 2012/04/19 1,033
97823 며칠을 청소를 안해야 먼지가 뭉쳐 다니나요? 7 게으름 2012/04/19 2,707
97822 강아지 키우고 자주 듣는 핀잔(?) 11 패랭이꽃 2012/04/19 1,986
97821 생협을 가입하려는데 추천 좀 해 주세요~ 3 비형여자 2012/04/19 1,306
97820 시어머님과 1박2일여행*^* 6 놀부 2012/04/19 1,967
97819 [라반특] 13회:천안함, 진실에 가장 가까운 남자 5 사월의눈동자.. 2012/04/19 1,361
97818 샤워자주하는데 때가마니나와요 ㅠㅠ 6 ccc 2012/04/19 2,726
97817 짝 남자 7호 참 순수하고 좋아보이는데ㅠㅠ 11 ... 2012/04/19 2,713
97816 시인과 제자, 열일곱 소녀 서로를 탐하다 8 참맛 2012/04/19 3,392
97815 마트가면 7 속상해요 2012/04/19 2,043
97814 30대 중반에 통역대학원... 괜찮을까요? 4 ... 2012/04/19 4,248
97813 더킹... 사회풍자 완전쩔어요 ㅠㅠ 20 000 2012/04/19 4,367
97812 라디오스타 왠지 짠해요 25 행복한 오늘.. 2012/04/19 7,203
97811 1노조마저…KBS 파업 3000명 합류, 4500명 규모로 9 참맛 2012/04/19 1,644
97810 아기 사랑 세탁기 써보신분..이거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세요? 16 세탁기 2012/04/19 4,474
97809 파업중인 KBS 예능 PD들의 역작! <사장의 자격>.. 2 참맛 2012/04/19 1,183
97808 볶음밥에 미나리 송송 완전 맛있어요 ㅋ 9 .. 2012/04/19 2,580
97807 나는 의사다 / 히포구라테스 1 건강 정보 2012/04/19 1,312
97806 제 친구가 TV에 나왔어요~~~!!^^ 인간극장 <우리는 .. 4 퍼왔어요 2012/04/18 4,344
97805 밥값 얘기 보고... 제가 최근 5천원 짜리 밥을 딱 2번 먹었.. 8 ㅠㅠ 2012/04/18 2,911
97804 남편이 갈수록 싫어질때 어떻게 해야죠 8 손님 2012/04/18 9,738
97803 2002년의 상황이 새삼스럽게 느껴지네요 4 도덕의 위기.. 2012/04/18 1,115
97802 '적도의 남자' 이보영 얼굴이 좀 이상하지 않아요? 12 팜므파탈 2012/04/18 4,715
97801 김구라 없는 라디오스타 상상할 수 없어요~~~~ 27 이런이런 2012/04/18 2,3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