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박원순과 노무현의 편지....

slr펌 조회수 : 1,338
작성일 : 2012-04-18 21:14:45
 

[농부가 어찌 밭을 탓할 수 있겠습니까]



노무현 의원님께

정말 고생하셨습니다.
 


선거라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저희들이 옆에서 낙선운동이라는
이름으로 견학해보니 잘 알 수 있었습니다.
 

 

 

 


더구나 지역감정의 회오리바람으로 낙선까지 하였으니
그 아픔이 오죽 크시겠어요? 위로전화도 한 번 못 드렸습니다.

 

 



그런데 낙선 직후 위로하는 사람들에게
“농부가 어디 밭을 탓할 수 있겠느냐” 며
낙선시킨 지역주민들에 대한 비난을
온몸으로 막았던 일은 감동스러웠습니다.

 



그러나 어쨌든 결과로는 노 의원님의 정치적 입지에 타격을 입었는데
이를 어떡하나요? 앞으로 어떻게 이 상황을 타개해 볼 생각인가요?

저희들 같은 시민운동가들이 정치개혁과 지역감정 타파를 위해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요? 이 잡지의 답변으로 부족하신 부분은
뵙고라도 경청하겠습니다.

2000. 6. 박원순 드림

----------------------------------------------------------------------------------------------

박원순 변호사님께

안녕하셨습니까?
이렇게 제 의견을 말씀드릴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위로전화도 못했다고 자책하시지만 항상 변호사님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시는 모습은 저에게 많은 힘과 위로가 됩니다.

선거기간에 진행된 낙선운동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누고 싶고,
선거 후일담도 나누고 싶지만 자리를 따로 마련하기로 하고
여기서는 보내주신 내용에 대한 답변을 통해
저의 의견을 전하고자 합니다.

이번 총선의 낙선으로 인한 저의 정치적 입지의 타격을
변호사님은 걱정해 주셨고 이를 어떻게 타개할 것인가를
물어오셨습니다.

이것에 대한 답변을 드리기 위해 먼저 되묻고 싶습니다.

정치인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저는 정치인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과제가 국민들이 안도하고
미래에 대한 꿈과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를 잘못 이해한 사람들이 입으로만 안도감을 주고
희망을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안도감과 비전의 제시는
세치 혀의 말솜씨만으로는 줄 수 없습니다.

이것은 시대가 안고 있는 과제를 하나하나 풀어 가는 실천과
노력 속에서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입법 활동, 행정의 감시가 중요하지만 정치인의 활동에
전부가 될 수는 없습니다.

크고 작은 민원을 통한 제도의 개선, 문제제기와 정책의 제시,
대화와 토론, 그리고 여론의 조성과 개입 등
정치인의 일상적인 활동을 밖에 있지만 열심히 할 것입니다.

그리고 정부와 당에서 주는 역할에 충실하고
스스로 일을 만들면서 끊임없이 노력하겠습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고민은 우리에게 제시되고 있는 과제들이
수준을 달리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나머지는 국민들의 인식 속에 희망적인 모습으로 다가오는 모습이지만 지역갈등의 문제와 말과 실천이 일치하지 않아서 생기는 불신풍조의 문제는 도대체 앞이 보이지 않는 과제로 저의 마음을 누르고 있습니다.
동서화합을 위해 노력하면 불리하고, 자기의 논리에 충실하면 실패하는 지금의 현실을 어떻게 올바른 모습으로 바꾸어 놓을 수 있겠습니까?

계속 노력할 것입니다.
계속 역설하고 주장할 것입니다.
하지만 올바른 것이라는 역설을 통해
국민들의 인식을 바꾸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습니다.

일제시대 때부터 형성된 ‘올바른 주장과 행동은 결국 불이익을 가져온다’는 인식은 결국 ‘모난 돌이 정 맞는다.’
또는 ‘계란으로 바위치기다’ 라는 말을 만들어 냈습니다.

이것은 기회주의적이고 대충대충 사는 삶이 사회를 살아가는 데
어려움을 주기보다는 이로움을 주는 형국에까지 이르게 만들었습니다.

저는 이런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분열주의와 불신풍조에
정면으로 맞서서 성공한 사례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 사례를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도전할 것입니다.
어려운 길이리라 생각됩니다.

계속 무모한 일만 생각한다고 탓하시지는 않을지 염려됩니다.
더위가 점점 다가옵니다.

몸 돌볼 여유도 없이 바쁘시겠지만
건강을 지키는 것이 최우선임을 잊지 마십시오.
안녕히 계십시오.

2000. 7. 노무현 드림

 

 

감동이네요...

IP : 114.201.xxx.75
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12.4.18 9:16 PM (223.62.xxx.127)

    노짱님ㅠㅠㅠㅠㅠㅠㅠㅠ

  • 2. 정말
    '12.4.18 9:28 PM (125.177.xxx.151)

    이 두분 정말 정말 아름다운 분들이십니다...

  • 3. ..
    '12.4.18 9:31 PM (59.0.xxx.43)

    써주는 글만읽는 우리가카께서는 이런감동스러운글 쓸지도 모르겠지
    아이고 울 노짱님 보고싶네......

  • 4. .........
    '12.4.18 9:47 PM (125.132.xxx.96)

    16대 대통령과 19대 대통령의 편지네요......

  • 5. 히히
    '12.4.18 9:56 PM (59.7.xxx.55)

    우리편은 이리 죄다 편지속에 감동과 진심이 묻어나는지...

  • 6. ㅍㅍ
    '12.4.18 10:38 PM (114.206.xxx.77)

    감동적인 글이예요..ㅠㅠ

  • 7. ...
    '12.4.18 11:04 PM (121.130.xxx.128)

    ㅠ ㅠ ㅠ

  • 8. 아..노무현
    '12.4.19 3:19 AM (108.227.xxx.10)

    아... 정말... 한자 한자 눈물이 납니다. 이 분이 이 세상에 안계시다는 사실이 너무 가슴아픕니다. 그래도 그의 꿈을 알아주는 사람들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고 믿습니다. 저를 포함해서요...

  • 9.
    '12.4.19 11:26 AM (211.41.xxx.106)

    동서화합을 위해 노력하면 불리하고, 자기의 논리에 충실하면 실패하는 지금의 현실을 ............
    2000년도의 그 말씀이 2012년 여기에 여전히 한치도 틈없이 그대로 적용됩니다. 정말 가슴을 치고 통탄할 현실에 살아가네요. 그래도 포기하지 않는 시도들과 움직임들이 모여 내를 언젠가는 바다를 이룰 거라 믿습니다. 믿을 겁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97773 제 동생 아토피인가요? 아자아자 2012/04/18 523
97772 벙커원 영업허가 6 뉴스 2012/04/18 1,725
97771 댕강 잘라버린 청바지 밑단, 살릴 방법은 전혀 없을까요? 7 ... 2012/04/18 3,620
97770 제 동생 아토피인가요? 1 아자아자 2012/04/18 495
97769 금강 상품권 어디서 구입 할수있나요? 미미 2012/04/18 582
97768 여학생 암매장 사건.. 믿을 수가 없네요ㅠㅠ(제목수정) 4 고고씽랄라 2012/04/18 2,830
97767 조언구합니다 주판셈 2012/04/18 490
97766 오우 멍게비빔밥 맛있네요 ㅎㅎ 4 맛있다 2012/04/18 1,858
97765 혹시 집으로 와서 요리 가르쳐 주시는분 계실까요? 4 요리 2012/04/18 1,341
97764 던킨 커피 2 .. 2012/04/18 2,029
97763 종아리 굵은신 분들...싸이즈가 대충 어떻게 되세요? 10 -_- 2012/04/18 6,431
97762 당뇨에 선식먹어도 될까요? 4 선식 2012/04/18 7,065
97761 경기예고 만화창작과 내신 커트라인 알고 계신분 2 커트라인 2012/04/18 3,960
97760 종편이라도 인수해서 방송사를 하나 만들었음 좋겠어요.. 12 수필가 2012/04/18 1,345
97759 이준석 "문대성, 본인 명예 지키는 방법 모르나&quo.. 6 호박덩쿨 2012/04/18 1,375
97758 관세사라는 직업어떤가요? 6 일교 2012/04/18 4,333
97757 혹시 '모정의 세월'이라는 미국 tv 미니시리즈 아시나요? 함흥차차 2012/04/18 612
97756 박원순시장 유언장 (2002년 기사네요) 7 ........ 2012/04/18 1,774
97755 박원순과 노무현의 편지.... 9 slr펌 2012/04/18 1,338
97754 이디야 커피에서 파는 딸기요거트 스무디 맛있나요? 1 미용 2012/04/18 2,402
97753 이주여성 40명 공무원 채용,,, 8 별달별 2012/04/18 1,976
97752 남편이 아내보다 기가 약해보이는 부부를 보면..어떤 생각이 드세.. 5 이웃 2012/04/18 3,078
97751 이거 일이갈수록 커지내요..서울시의회까지 7 .. 2012/04/18 2,582
97750 저희 부부는 나이 40에 아이가 없습니다. 18 ... 2012/04/18 11,599
97749 잉 지금 막..야구장에서 박진희가 존박한테 왜 뽀뽀하나요? 2 뭐지? 2012/04/18 2,1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