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문득 떠오르는 어릴 적 그때 그 날의 기억 하나....

소리 조회수 : 997
작성일 : 2012-04-18 02:19:36

어릴 때 어느 일요일로 기억합니다.
당시 살던 집이 단독주택이 많은 주택가라 휴일 오후에는 조용했어요.
더구나 저희 집은 대로변이나 큰길에 있지 않고 약간 오르막길
안쪽 골목에 한참 들어와 자리하고 있었죠.

그날은  다른 가족들은 모두 각자 일로 외출을 나가고
집에 어린 저랑 저희 어머니만 있었어요.

흐린 하늘 어둑어둑해질 저녁 무렵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전  잠시 오후에 자다가  일어나 졸린 눈으로 엄마 옆에 있었는데,
누군가 초인종을 누르는거에요.
그래서 어머니가  누구세요? 물으니 목소리가 잘 안들려서

현관문을 열고 문쪽을 향해 누구냐고 더 크게 물었어요.
마당이 그리 넓지 않은 작은 단독주택이었거든요.

그랬더니 밖에 한 아저씨 (비교적 젊은) 목소리가 들리더군요,

"아주머니.. 제가 배가 너무 고파서 그런데
밥 좀 얻어먹을수 없을까요?"

이러더라고요.

정확한 단어는 기억 안나지만 , 분명 밥을 못먹었으니 밥 좀 달라는 거였어요.
그런데 말투가 이상하거나 술취한 사람 목소리 같지 않고
비교적 차분했습니다.
지금도 그 음성의 색깔이랄까 그런 게 또렷히 기억나요.

어머니는 (아무래도 집에 저랑 단둘이만 있으니)
문을 열어주지 않고 죄송합니다, 밥이 없어요... 라고 대충 말씀하고 그 남자를 보냈던걸로 기억해요.

그 남자는 돌아가며 다른 집 벨도 누르고 그랬던 거 같아요.


전 그때 상황이 참 무서우면서도, 그 남자의 말이 꽤 진지해서
저 이가 진짜 배고픈 사람이라면 얼마나 불쌍한가...싶어
미안하고 너무 안타까운거에요.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많이 무서웠어요.

그때가 80년대 후반이었고, 다들 사는 형편이 비슷비슷한
평범한 (2층 양옥이 대부분인) 주택가 동네라
마치, 전설의 고향 드라마 속 같은 대사를 현실서 직접 들으니 뭔가 무섭더라고요. 
가끔 잡상인은 있었지만 저런 사람은 그 이전에도 이후에도 없었어요.
 
그때 자다가 일어나서인지 그 순간이 마치 꿈같아요.

아무튼 별일은 없었지만
그때 아저씨에게 미안한 마음이 꽤 오랫동안 가더라고요.
진짜 배고픈 이였다면... ;;  (죄송합니다. 그때 저희가 그럴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


별거 아닌데
이상하게 오랫동안 마치 영화 한장면 처럼 기억 속에 남는 순간이 있어요... 그쵸.

 

IP : 115.138.xxx.26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렌지
    '12.4.18 9:12 AM (203.226.xxx.111)

    요즘에는 정말 상상할 수 없는 일이네요 무서워서^^;

  • 2. ...
    '12.4.18 10:16 AM (75.177.xxx.145)

    69년생이고 지방 소도시에 살았던 제 기억엔 9살때쯤 집 대문은 늘 열려있었고,
    밥을 달라고 오는 사람들도 많았던 것 같아요.
    어른들은 거지라고 불렀고 직장다니시던 저희 엄마는 집에계실때는 꼭 밥을 주셨어요. 돈이라도 주시던가. 어느날 마당에서 놀고 있는데,저보다 세네살 많아보이는 남자아이가 밥을 달라고 왔는데,
    제가 "엄마 ! 거지오빠 왔어" 하고 엄말 불렀죠.
    거지이긴 하지만 나보다 나이많으니 거지오빠라고 불렀을 뿐인데 저를 놀리는게 세상 낙인듯했던
    우리 아빠는 몇.달을 손님 오실 때마다 거지오빠 얘길하면 절 놀렸죠
    제 머리속에도 그 마당이 사진처럼 찍혀있어요.
    무섭지 않고 거지 오빠얼굴은 생각안나지만 지금 저보다 더 젊었던 엄마,아빠 모습이
    따뜻하게 그립게...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98188 (유머) 커피기사로 벌어진 "많이 혀" 시리즈.. 4 참맛 2012/04/19 1,492
98187 지금 이시각 청소기 돌리는 윗집 어떻게 할까요??? 8 아~ 정말 2012/04/19 2,019
98186 아는게 많으니 말도 많을까요? 스카프 2012/04/19 649
98185 백화점 스와로브스키 Vs 끌레르(스와로브스키 사용한다는..)뭐가.. 1 ... 2012/04/19 1,633
98184 아이허브구매중....급질이요.. 4 1212 2012/04/19 1,369
98183 뿜뿌 질문 드릴께요...부탁드립니다.. 11 휴대폰.. 2012/04/19 4,900
98182 방통심의위, '제노포비아' 단속나서 2 도매급 2012/04/19 1,335
98181 선물포장...자격증 따려는데... 배워보신분 계신가요? 3 배움.. 2012/04/19 3,348
98180 세상에 이런일이...고려대 중광할머니 7 봄날 2012/04/19 12,928
98179 내아이가 다른아이한테 치이는 모습을 볼때요.. 5 거리둬야하나.. 2012/04/19 2,493
98178 자식 낳으면 다 그냥 잘 커줄줄 알았는데.. 3 자식 2012/04/19 1,697
98177 옥탑방왕세자에서 박유천은 둘중 누굴 좋아하는거에요? 7 김은영 2012/04/19 2,726
98176 '수목장'...실제로 많이들... 8 전 이담에 2012/04/19 3,241
98175 박원순 시장이 너무 좋아요 8 ㅁㅁ 2012/04/19 1,433
98174 프레고 파스타 소스 맛 없네요. 2 코스트코 2012/04/19 2,231
98173 이런말 하면 칼 맞겠지만. 3 ... 2012/04/19 1,034
98172 코세척 할때 꼭 다른쪽 코로 나오게해야... 1 축농증 2012/04/19 912
98171 유치원 상담할때 샌드위치 들고 가면 이상할까요? 3 상담 2012/04/19 1,317
98170 홀로 있는 임신부...교촌 윙 레드 오리지널 반반 시킬까요 말까.. 9 어떻할까 2012/04/19 2,057
98169 김구라 개념사진... 4 마테차 2012/04/19 1,609
98168 짧게 남 흉 좀 봐도 돼요? 1 아이고 2012/04/19 798
98167 지금..밤비 내리네요..봄비.. 6 멈칫.. 2012/04/19 1,555
98166 이지상의 사람이 사는 마을이 생방송중입니다. 2 라디오21 2012/04/19 593
98165 카메룬 사람에게 영어과외를 해볼까하는데요 .. 7 잘될거야 2012/04/19 1,472
98164 맨 안쪽 어금니를 뺐을 경우 임플란트 여부 6 질문이요 2012/04/19 8,2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