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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스물 아홉 되고나서야 제 맘에 드는 옷을 사보네요.

빈의자 조회수 : 2,148
작성일 : 2012-04-17 14:00:46

어려서부터 저희 엄마는 제 옷에 대한 집착(?) 그런 게 많으셨어요.

아버지 혼자 외벌이에 공무원이시라 풍족하지 않았고

엄마는 집 사신다고 아끼고 절약하시느라 저랑 동생은 여기저기서 얻어 입고 컸어요. 이렇게 큰 게 싫은 건 아닙니다만....

크면서 살림이 좀 여유로워지면서도 옷을 사 주실 때 무조건 블랙, 그레이, 브라운, 화이트 분이었어요.

정말 말 그대로 칙칙한 것들.....

애기 때 얻어 입을 때도 빨강이나 노란색 등 화사한 색깔들은 천박해 보인다고 도로 남들한테 주셨죠.

다른 분들은 오히려 어렸을 때는 아이들 정서발달에 좋다고 화사한 색깔들을 입히지 않나요?

 

모르겠어요. 멋쟁이들은 오히려 엄마가 좋아하는 저런 색을 잘 매치해서 입는다고 하던데....

전 엄마 때문에 저런 옷만 봐도 심리적으로 위축되면서 컸어요.  어쩌다가 밝은 옷을 입은 애들을 보면 어찌나 부럽고 밝아 보이던지.....

고등학교 때는 기숙사에서 살았는는데,

제가 용돈으로 친구들과 옷을 사면 모조리 천박해 보인다고 혹은 바느질이 엉성하다는 핑계를 대시며 늘 옷 색깔에 대한 지적을 많이 하셨어요.

언젠가는 엄마 취향의 옷들을 사서 기숙사로 보내주신 걸 모조리 불태워서 버린 적도 있지요. 그때도 역시 블랙, 그레이, 브라운, 베이지, 화이트 투성이의 옷들;;;;;;

 

대학 때도 마찬가지. 전 사범대학을 나와서 1학년때부터 시험준비를 했는데요.

때문에 다른 애들이 알바해서 옷사고 가방사고 할 때, 알바해서 돈벌어서 등록금 대고 그랬네요.  

졸업하면서 곧바로 합격을 못해서 이제껏 학원일 하면서 제 돈으로 공부해서 이번에 스물아홉 되면서 붙었네요.

월급받고 제일 먼저 한 일은.

부모님께 드리고나서 죄다 옷을 샀어요. 제가 입고 싶던 밝고 화사한 원색계열 옷들을.

스물 아홉 되고나서야 제가 입고싶던 밝은 색 옷을 입게 되네요.

전 아이 낳으면 무조건 밝고 화사한 옷을 입힐 거에요. 적어도 어릴 때 만큼은.

그나저나 저희 엄마는 왜 어둡고 칙칙한 색만 좋아하실까요?

다른 분들도 이런 분 계셔요?

IP : 59.24.xxx.106
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ㅎㅎ
    '12.4.17 2:08 PM (110.10.xxx.49)

    저랑 비슷하시네요. 저도 엄마가 어려서부터 하도 뭐든 심플한 것, 단정한 것이 세련된 것이고 멋지다고 강조하셔서 엄마 취향 따라 칙칙하게 살았어요. 고딩 여자애 방을 무슨 중년 남성 방처럼 꾸며주고, 옷도 남자같은 것들로만 입히고-_-; 독립해 제 맘대로 살아보니 제 취향은 엄마와는 딴판이었더라구요. 전 여성스럽고 샤방샤방하고 귀엽고 예쁜 게 좋아요. 그런 취향은 사춘기 지나면 졸업했어야 하는데 엄마 땜에 한번도 발산을 못해봐서인지 다 늙은 지금에 와서야 마음껏 그런 취향 발산하고 있네요ㅎ

  • 2. 빈의자
    '12.4.17 2:12 PM (59.24.xxx.106)

    맞아요. 저희 엄마도 어려서부터 심플, 단정 이런 거 강요하셨어요. 저희 엄마도 ㅎㅎ님 어머니처럼 가구도 오크색 이런 걸로만 죄다 사시구. 제 방 책상도 칙칙한 색으로 사 주셨죠. 전 성격도 되게 무뚝뚝한 편인데, 우스갯소리로 엄마때문에 성격이 이모냥이고 애교도 없다고 엄마한테 한탄한 적도 있어요. ㅎㅎ 울 엄마 그게 왜 내탓이니 하시는데, 정말 어렸을 때 만큼은 화사하게 입혀야 할 것 같아요. 저 요새 막 원색계열 옷들과 핑크색 마티즈에 눈독 들이고 있어요. 이제야 좀 숨쉬고 살 것 같아요.

  • 3. ..
    '12.4.17 2:16 PM (112.121.xxx.214)

    초딩 5학년때 담임이 그렇게 '고상한 색'을 좋아하셨어요. 이를테면 베이지나 브라운이요.
    환경미화도 온통 그런 색으로 하셨지요.
    원색이나 파스텔톤에 익숙한 초딩들에게 그런 색들은...'똥색 비스무리'한 색이었어요..
    정말 담임 취향이 이해가 안가고 싫었는데...1년이 끝나갈 무렵이 되니까 온 반 애들이 '고상한 색'을 찾게 되더군요...ㅠㅠ...

  • 4.
    '12.4.17 2:22 PM (175.212.xxx.229)

    심지어 퉁퉁하기까지 해서 온통 까만옷 아니면 곤색옷만 사주셨어요.ㅠ 진짜 제가 좋아하는 색 찾은 게 서른이 넘어서였답니다. 자식에게 줄 수 있는 건 다 주신 헌신적인 어머니셨지만 양육에서 어느 정도 억압적인 요소는 피할 수 없는 것 같아요. 자식 스스로 커서 극복하는 수밖에.

  • 5. 빈의자
    '12.4.17 2:27 PM (59.24.xxx.106)

    저랑 비슷하신 분들이 의외로 꽤 계신 듯 해요. 은근히 반갑다는..... 저희 엄마도 저에게 해줄 수 있는 건 다 해주신 분이지만 옷에 관해서는 ㅠㅠ 근데 또 생각해보면 쉽게 질리지 않고 오래 입을 수 있기 때문에 그러셨던 건 아닐까 하고 짐작도 해 보지만, 싫은 건 어쩔 수 없죠. 전 요새 잘 때 만이라도 상큼하게 자고 싶어서 레몬색 침구랑 파스텔 톤의 잠옷을 사용하고 있어요. 학교에서 다른 선생님들이 제 옷 색깔보고 화사하다고 뭐라고 하는데도, 전 제가 숨통트고 살고 싶어서 튀는 색 옷 입고 그러고 있어요. 저도 이 나이 되어서야 서서히 극복하고 있네요.

  • 6. 쭈니
    '12.4.17 4:01 PM (125.128.xxx.77)

    ㅎㅎ 부모의 취향.. 저희 시어머님이 좀 그러시더라구요.. 고상한 거 좋아하시고 블랙, 화이트 톤 좋아하시고.. 정장 스탈 좋아하시고.. 그래서인지 시누도 아이들 블랙, 화이트톤 정장풍 옷 많이 입히더군요.
    근데 저는 그런거 사주면 안 입히게 되더라구요.
    전 사면 알록달록한 거..편한거.. 츄리닝 스탈..
    그래서 언제부턴가는 옷 안 사주고 니가 사라고 돈으로 주시더라구요.. 뭐 어쩌다가 특별한날.. 이를테면 돌, 졸업식 등등..
    그냥 그 사람의 스탈인데 님 어머님은 너무 심하시네요.. 천박하다? 전 밝은 색이 좋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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