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서부터 저희 엄마는 제 옷에 대한 집착(?) 그런 게 많으셨어요.
아버지 혼자 외벌이에 공무원이시라 풍족하지 않았고
엄마는 집 사신다고 아끼고 절약하시느라 저랑 동생은 여기저기서 얻어 입고 컸어요. 이렇게 큰 게 싫은 건 아닙니다만....
크면서 살림이 좀 여유로워지면서도 옷을 사 주실 때 무조건 블랙, 그레이, 브라운, 화이트 분이었어요.
정말 말 그대로 칙칙한 것들.....
애기 때 얻어 입을 때도 빨강이나 노란색 등 화사한 색깔들은 천박해 보인다고 도로 남들한테 주셨죠.
다른 분들은 오히려 어렸을 때는 아이들 정서발달에 좋다고 화사한 색깔들을 입히지 않나요?
모르겠어요. 멋쟁이들은 오히려 엄마가 좋아하는 저런 색을 잘 매치해서 입는다고 하던데....
전 엄마 때문에 저런 옷만 봐도 심리적으로 위축되면서 컸어요. 어쩌다가 밝은 옷을 입은 애들을 보면 어찌나 부럽고 밝아 보이던지.....
고등학교 때는 기숙사에서 살았는는데,
제가 용돈으로 친구들과 옷을 사면 모조리 천박해 보인다고 혹은 바느질이 엉성하다는 핑계를 대시며 늘 옷 색깔에 대한 지적을 많이 하셨어요.
언젠가는 엄마 취향의 옷들을 사서 기숙사로 보내주신 걸 모조리 불태워서 버린 적도 있지요. 그때도 역시 블랙, 그레이, 브라운, 베이지, 화이트 투성이의 옷들;;;;;;
대학 때도 마찬가지. 전 사범대학을 나와서 1학년때부터 시험준비를 했는데요.
때문에 다른 애들이 알바해서 옷사고 가방사고 할 때, 알바해서 돈벌어서 등록금 대고 그랬네요.
졸업하면서 곧바로 합격을 못해서 이제껏 학원일 하면서 제 돈으로 공부해서 이번에 스물아홉 되면서 붙었네요.
월급받고 제일 먼저 한 일은.
부모님께 드리고나서 죄다 옷을 샀어요. 제가 입고 싶던 밝고 화사한 원색계열 옷들을.
스물 아홉 되고나서야 제가 입고싶던 밝은 색 옷을 입게 되네요.
전 아이 낳으면 무조건 밝고 화사한 옷을 입힐 거에요. 적어도 어릴 때 만큼은.
그나저나 저희 엄마는 왜 어둡고 칙칙한 색만 좋아하실까요?
다른 분들도 이런 분 계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