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펌] 이런 시어머니라면 병수발 들만 할까요?

슬퍼요 조회수 : 6,799
작성일 : 2012-04-14 14:32:58

[출처] 네이트 판 '어느 며느리의 고백'

 

신랑이 늦둥이라 저와 나이차가 50 년 넘게 나시는 어머님..


저 시집오고 5 년만에 치매에 걸리셔서

저혼자 4 년간 똥오줌 받아내고,잘 씻지도 못하고,

딸내미 얼굴도 못보고, 매일 환자식 먹고,

간이침대에 쪼그려 잠들고,

4 년간 남편품에 단 한번도 잠들지 못했고,

힘이 없으셔서 변을 못누실땐

제 손가락으로 파내는 일도 거의 매일이었지만

안힘들다고, 평생 이짓 해도 좋으니 살아만 계시라고 할수

있었던 이유는

정신이 멀쩡하셨던 그 5년간 베풀어주신 사랑 덕분이었습니다.



제나이 33살 먹도록 그렇게 선하고 지혜롭고 어진 이를

본적이 없습니다.

알콜중독으로 정신치료를 받고 계시는 아버지...

그런 아버지를 견디다 못해 제가 10살때 집나가서 소식없는 엄마..

상습절도로 경찰서 들락날락 하던 오빠..

그밑에서 매일 맞고..울며 자란 저를 무슨 공주님인줄

착각하는 신랑과 신랑에게 모든 이야기를 듣고는 눈물 글썽이며

한시라도 빨리 데려오고 싶다고 2천만원짜리 통장을 내어주시며,

어디 나라에서는 남의집 귀한딸 데리고 올때 소팔고 집팔아

지참금 주고 데려 온다는데,, 부족하지만 받으라고...

그돈으로 하고싶은 혼수, 사고싶은거 사서 시집오라

하셨던 어머님...



부모 정 모르고 큰 저는 그런 어머님께 반해,

신랑이 독립해 살고있던 아파트 일부러 처분하고

어머님댁 들어가서 셋이 살게 되었습니다.

신랑 10살도 되기 전에 과부 되어, 자식 다섯을 키우시면서도

평생을 자식들에게조차 언성 한번 높이신 적이 없다는 어머님...

50 넘은 아주버님께서 평생 어머니 화내시는걸 본적이

없다 하시네요.



바쁜 명절날 돕진 못할망정 튀김 위에 설탕병을 깨트려

튀김도 다 망치고 병도 깬 저에게 1초도 망설임 없이

"아무소리 말고 있거라" 하시고는

늙으면 죽어야 한다며 당신이 손에 힘이 없어 놓쳤다고

하시던 어머님...



단거 몸에 안좋다고 초콜렛 쩝쩝 먹고있는 제 등짝을

때리시면서도 나갔다 들어오실땐 군것질거리 꼭 사들고

"공주야~ 엄마 왔다~" 하시던 어머님..



어머님과 신랑과 저. 셋이 삼겹살에 소주 마시다

셋다 술이 과했는지 안하던 속마음 얘기 하다가,

자라온 서러움이 너무 많았던 저는

시어머니앞에서 꺼이꺼이 울며 술주정을 했는데,,,

그런 황당한 며느리를 혼내긴 커녕

제 손을 잡으며, 저보다 더 서럽게 우시며,

얼마나 서러웠노,, 얼마나 무서웠노..

처음부터 니가 내딸로 태어났음 오죽 좋았겠나,,

내가 더 잘해줄테니 이제 잊어라..잊어라...하시던 어머님...



명절이나 손님 맞을때 상차린거 치우려면

"아직 다 안먹었다 방에 가있어라"하시곤

소리 안나게 살금 살금 그릇 치우고 설겆이 하시려다 저에게 들켜

서로 니가 왜 하니, 어머님이 왜 하세요 실랑이 하게 됐었죠...

제가 무슨 그리 귀한 몸이라고..

일 시키기 그저 아까우셔서 벌벌 떠시던 어머님.



치매에 걸려 본인 이름도 나이도 모르시면서도

험한 말씨 한번 안쓰시고

그저 곱고 귀여운 어린 아이가 되신 어머님...



어느날 저에게 " 아이고 이쁘네~ 뉘집 딸이고~~" 하시더이다.

그래서 저 웃으면서

"나는 정순X여사님(시어머님 함자십니다) 딸이지요~

할머니는 딸 있어요~?"했더니 "있지~~

서미X(제이름)이 우리 막내딸~ 위로 아들 둘이랑 딸 서이도 있다~"

그때서야 펑펑 울며 깨달았습니다.

이분 마음속엔 제가, 딸같은 며느리가 아니라

막내시누 다음으로 또 하나 낳은 딸이었다는걸...



저에게...

"니가 내 제일 아픈 손가락이다" 하시던 말씀이 진짜였다는걸...

정신 있으실때, 어머님께 저는 항상 감사하고 사랑하고

잘하려 노력은 했지만 제가 정말 이분을 진짜 엄마로

여기고 대했는지...

왜 더 잘하지 못했는지, 왜 사랑하고 고맙단 말을 매일 매일

해드리진 못했는지..



형편 어렵고 애가 셋이라 병원에 얼굴도 안비치던 형님..

형님이 돌보신다 해도 사양하고 제가 했어야 당연한 일인데,

왜 엄한 형님을 미워했는지..

말한마디 행동 하나하나가 사무치고 후회되어

혀를 깨물고 싶은 심정이었답니다.



밤 11시쯤,, 소변보셨나 확인 하려고 이불속에 손 넣는데

갑자기 제 손에 만원짜리 한장을 쥐어 주시더군요..

"이게 뭐에요?" 했더니 소근소근 귓속말로

"아침에~ 옆에 할매 가고 침대밑에 있드라~

아무도 몰래 니 맛있는거 사묵어래이~" 하시는데 생각해보니

점심때쯤 큰아주버님도 왔다 가셨고, 첫째, 둘째 시누도

다녀갔고.. 남편도 퇴근해서 "할머니~ 잘 있으셨어요~?"

(자식들 몰라보셔서 언젠가부터 그리 부릅니다) 인사하고

집에 들어갔는데...



아침 7시에 퇴원한 할머니가 떨어트린 돈을 주으시곤

당신 자식들에겐 안주시고 갖고 계시다가 저에게 주신거였어요.

그리곤 그날 새벽 화장실 다녀왔다 느낌이 이상해

어머님 코에 손을 대보니 돌아가셨더군요....



장례 치르는 동안 제일 바쁘게 움직여야 할 제가

울다 울다 졸도를 세번 하고 누워있느라 어머님 가시는 길에도

게으름을 피웠네요...

어머님을 닮아 시집살이가 뭔지 구경도 안시킨 시아주버님과

시누이 셋. 그리고 남편과 저..

서로 부둥켜안고 서로 위로하며, 어머님 안슬퍼하시게

우리 우애좋게 잘살자 약속하며 그렇게 어머님 보내드렸어요..

오늘이 꼭 시어머님 가신지 150일 째입니다..

어머님께서 매일 저 좋아하는 초콜렛,사탕을 사들고 오시던

까만 비닐봉지.

주변에 널리고 널린 까만 비닐봉지만 보면 눈물이 납니다..

어머님이 주신 꼬깃꼬깃한 만원짜리를 배게 밑에 넣어두고..

매일 어머님 꿈에 나오시면

사랑한다고... 감사하다고 말해드리려 준비하며 잠듭니다.

다시 태어나면 처음부터 어머님 딸로 태어나길 바라는건

너무 큰 욕심이겠죠...

부디 저희 어머님 좋은곳으로 가시길..


다음 생에는 평생 고생 안하고 평생 남편 사랑 듬뿍 받으며

살으시길 기도 해주세요.

================================================================

 

이런 시어머니라면 모실만 할까요? 글읽다가 눈이 찡해지더군요

IP : 211.108.xxx.154
1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12.4.14 2:47 PM (61.43.xxx.12)

    읽어 내려가며 울었습니다.
    이런 시어머니를 모셨던 며느리는 그 병수발이
    고생이기만 했을까요...
    내내 사무칠것 같네요

  • 2. ...
    '12.4.14 2:53 PM (59.15.xxx.61)

    옛날부터 떠돌던 이야기...
    벌써 몇 번을 우려먹는지...
    처음에는눈물 났는데
    너무 여러번이라 또야?...이러고 있어요.
    그러나 감동적인 글이긴 해요.

  • 3. 앗!!
    '12.4.14 2:57 PM (211.108.xxx.154)

    전 첨보는 글이라서요...

  • 4. 늘푸른
    '12.4.14 3:00 PM (203.226.xxx.175)

    실화인가요? 완전 동화같은 얘기네요..
    저도 울면서 읽었어요

  • 5. 이런
    '12.4.14 3:08 PM (14.52.xxx.59)

    시어머니 실제로 계시는데 이 글 속 며느리도 참 훌륭한 분이네요
    보통은 그런 사랑도 버거워하는 며느리가 너무 많은 세상이에요

  • 6. 여초사이트마다
    '12.4.14 3:11 PM (180.224.xxx.4)

    잊혀질만 하면 다시 올라오는 글이예요.
    일명 '꾸준글' ^^
    아름다운 내용이기는 해요.
    근데 자꾸 읽다보면 소설인가 하는 생각도 들죠.

  • 7. 저도 여러번 봤네요
    '12.4.14 4:20 PM (116.36.xxx.237)

    꾸준히 자꾸 보니까....감동과 계몽을 강요하는 느낌이 들어요..다들 느낌이 다르시겠지만..

  • 8. ..
    '12.4.14 4:31 PM (119.202.xxx.124)

    소설 냄새가 많이 풍기죠. 문체도 그렇고.....
    너무 자주 올라오니 식상하네요.

  • 9. ...
    '12.4.14 4:40 PM (211.108.xxx.107)

    읽는 내내 눈물이 멈추지 않고 가슴이 먹먹해지네요
    사랑이 넘치는 사람을 보며 조용히 자신을 돌아봅니다

  • 10. 맏며늘
    '12.4.14 6:40 PM (203.226.xxx.150)

    항상 맏며느리는 같은 역활이죠...

  • 11. ㅋㅋㅋ
    '12.4.15 12:14 AM (121.54.xxx.29)

    제목을 읽고는 딱 이 글이 생각났어요~
    참 감동적인 글~

  • 12. ..
    '12.4.16 10:29 AM (14.55.xxx.168)

    볼때마다 감동이예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23182 자기 감정을 잘 못느끼는 사람은...... 4 ... 댓글.. 2012/07/01 3,509
123181 아이라인 반영구 시술 후 화장할 때 아이라인 덧칠하나요? 반영구 2012/07/01 4,208
123180 원룸 날벌레.......... 2 ㅜㅜ 2012/07/01 1,449
123179 한글 학습지 추천 해 주세요 4 간절해요 2012/07/01 1,125
123178 임신하기전에 뭘 해놔야 후회없을까요?? 26 흐뭇 2012/07/01 3,736
123177 남의 아기를 대할 때..(진지해요..답글 달아주세요) 16 궁금해요 2012/07/01 3,773
123176 세종시가 드디어 출범했군요 3 운지 2012/07/01 1,984
123175 육아 휴직중인데 남편이 해외 연수 1년간데요. 9 그럴수도 2012/07/01 3,222
123174 박근혜는 유신시대 청와대 안주인, 좀비들 불러와 3 샬랄라 2012/07/01 1,368
123173 제 생활비 어떤가요? 24 삼십대초반 2012/07/01 12,263
123172 수엽복 재질의 나시와 바지 구입 할 수 있는 곳 소개 부탁해요^.. 2 휴가 계획 2012/07/01 1,212
123171 세종시가 공식 출범 36개 부처 이전한다네요. 5 코코넛 2012/07/01 1,920
123170 부서져버리는 불고기 8 해미 2012/07/01 2,647
123169 이현세 한국사 바로보기.세계사 넓게보기 어떤지요? 1 한국사.세계.. 2012/07/01 1,684
123168 저장마늘사러 남해 다녀온 이야기 2 .... 2012/07/01 2,084
123167 공부 못하는 자녀둔 분들 걱정마세요 때가 되면 합니다 39 걱정마세요 2012/07/01 17,027
123166 번역 부탁드립니다. 3 .... 2012/07/01 612
123165 일욜아침부터 위아랫집전화하고 맘이불편 26 ! 2012/07/01 9,975
123164 택배파업 맞나요?? 3 ? 2012/07/01 2,636
123163 어른+아이 50명...고기는 몇근을 준비해야 하나요?(무플절망ㅠ.. 11 총무 2012/07/01 5,663
123162 쓰래기백인들에게 인종차별 당하지 마세요. 16 junebu.. 2012/07/01 5,435
123161 외국에서는 인식이 어떤가요? 4 Keren 2012/07/01 1,701
123160 주례를 부탁하러 온 신부까지 성추행했다? 2 호박덩쿨 2012/07/01 2,943
123159 여자인데 m자 탈모인분 있으세요? 1 제발 조언좀.. 2012/07/01 3,597
123158 파마약이 (얼굴)피부에도 안 좋은 영향을 미칠까요? 3 ㅠ.ㅠ 2012/07/01 4,2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