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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선거전날 제가 본 정동영 후보 모습

강남을 주민 조회수 : 1,789
작성일 : 2012-04-13 12:31:34

강남을 주민이지만 직장 일로 늦게 다니고 하다 보니 유세중에 정동영 후보를 한번도 못 보았어요. 이전에는 그닥 호감가던 정치인이 아니었지만, 최근 많이 바뀐 모습도 있고 이 적지에 민통당 후보로 나오셨기에 꼭 지지해 드리고 싶었거든요. 몇 번이나 후보 홈페이지 들어가서 그날 일정 보고 찾아가 볼까 하다가 못한거죠.

그러다 포기하고 선거 전날 저녁 8시 쯤 퇴근하는데, 차도 사람도 없는 수서동 큰 길에서 어떤 차가 천천히 가는 거에요. 추월 하려다 슬쩍 보니 민통당 유세차 였고 정동영 후보가 앉아 있었습니다. 후보들이 올라서서 유세하는 차였는데 달리는 중에도 차 옆쪽을 다 열어 놓고  후보는 의자에 앉아 얼굴에 맞은 빗물을 닦고 있었어요.

창문을 열고 한마디 힘을 더해 드리려다, 혼자서 얼굴 닦으며 마냥 좋은 듯 웃고 있는 후보 얼굴을 보았습니다. 저를 보고 웃는 것도 아니고 누가 옆에 앉은 것도 아니고 그냥 혼자서 미소지으시는 거였어죠.

그 얼굴을 보니 마음이 아련하게 아프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고 그랳습니다.

안 될 싸움인 거 어느 정도 알고 있었을 수도 있고, 유세 마지막 날 저녁이니 지칠만도 하고, 아무도 보는 사람 없으니 찡그릴만도 한데, 행복해 보이셨습니다. 진정으로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의 얼굴이었어요.

 

제가 지지한 후보가 낙선하였다는 사실보다, 제가 행사한 참정권이, 몇 년 동안 기다려온 소중한 나의 한 표가 유린되었을 수도 있다는 것에 저는 분노합니다. 

좌절은 하루로 족했다 봅니다. 제가 엿보았던 정 후보의 속마음이, 비록 순전히 저의 작위적인 해석일 수 있다하더라도, 제게는 다시 희망을 가질 작은 불씨가 되었습니다.

 

 

IP : 220.149.xxx.71
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돌맹이
    '12.4.13 12:33 PM (175.117.xxx.233)

    마음을 단디 먹고 정신력도 닦고 하려고요

  • 2. 음...
    '12.4.13 12:35 PM (58.123.xxx.132)

    예전에 본인의 실수와 언론의 왜곡 등으로 마음이 돌아섰었는데, 요즘 다시 보게 됩니다.
    현장 곳곳에 나타나는 모습도 그렇고, 이번에 강남을에서 출마를 한 것도 그렇고...
    과거의 모습과 상관없이 현재의 모습, 그리고 앞으로의 모습을 지켜보려구요. 기대가 됩니다.

  • 3. ..
    '12.4.13 12:37 PM (112.146.xxx.2)

    봉인 안 된 선거투표함도 찝찝하고...

    정후보님....안타까워요.

  • 4. ...
    '12.4.13 12:41 PM (108.41.xxx.224)

    저 예전에 토론회에서 정후보님 유시민님한테 까이고^^ 그럴 때 즈음 정후보님 참 안좋아했는데 근래의 행보보고 마음 돌리고 있거든요.
    근데 그 가운데 정후보님 웃는 얼굴이 해맑은 게 보기 좋은 게 보탬이 되네요.;;;;;
    FTA 반대로 정후보님, 이정희님, 서해성 작가님 등 몇몇 분이 잠깐 아프리카인가에서 짧게 방송을 하는데 그 심각한 상황에 맞지 않게 모두들 얼굴이 웃는 얼굴이고 국회에서의 긴박한 상황을 설명하는데도 화기애애?한 분위기인 거에요.
    근데 그게 왜 저래? 싶지가 않고 얼마나 좋아 보였는지 몰라요. 나꼼수팀이 상황이 힘들어도 농담하고 화기애애한 것처럼요.
    그리고 정동영 후보님 웃는 얼굴이 참 화사하구나 생각이 들었죠. 나 얼굴에 너무 야게~~~~

  • 5. 다시희망
    '12.4.13 12:45 PM (124.54.xxx.12)

    그래요 그날 비가 왔었죠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함이 아닌 정동영 본연의 모습을 원글님이 보셨나 보네요 담담한 수필처럼 묘사되어 있네요 저도 요즘 정동영 다시보기 중입니다

  • 6. 정동영의원
    '12.4.13 1:20 PM (220.124.xxx.252)

    이 2002년 민주당경선, 끝까지 완주해준덕분에,
    민주당경선도 흥행했고, 바람도 불었죠.
    우리 노무현대통령님, 면도 세워주시고.

    그후엔...좀...ㅠ.ㅠ
    여하튼, 자신의 과오를 반성하고 노력하는 모습만큼은 인정해주고 싶습니다.
    이번선거, 애쓰셨습니다.
    진정성있는 사람의 모습은, 결국 인정받을꺼라 믿습니다.

  • 7. 누구든지
    '12.4.13 1:38 PM (124.50.xxx.136)

    권력의 근처에 있으면 눈에 안보이는 욕심이 더 생길수 있지요.눈이 먼다란 표현이 딱입니다.
    대통령선거 패배후 미국에 있으면서 뭔가를 절실히 느꼈을수도 있고 잠시 이탈했던 초심이
    살아났을수도 있었을수도 있고..요.
    잘생긴 두아들 데리고 다니며 초조해하거나 침튀기며 눈에 불을 키고 달려드는 모습이 아닌 여유자작한
    환한 표정으로 즐겁게 운동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내면의 변화가 얼굴에 그대로 드러나는법.
    시일이 지나면 민심이 통할지..좋은날 오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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