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여러분... 부디 적개심을 좀 줄여주세요...

용기내서 써봄.. 조회수 : 1,693
작성일 : 2012-04-12 20:09:11

그동안 못했던 말들, 지금은 그래도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라서 좀 해볼까 해요...

 

엠비정권과 새누리당과 박근혜라는 '거대악'에 대한 여러분의 적개심은

당연해요. 지극히 당연해요. 실상을 잘 알면 적개심을 안 가지는 게 이상하죠. 맞아요.

 

그러나, 부디 부탁이니 그 적개심을, '거대악'을 찍는 일반 유권자들에게까지 돌리진 말아주세요.

그들때문에 나라가 이모양이죠. 맞아요. 그러나.....

유권자들은 우리가 탓할 대상도 계몽할 대상도 아니고, 그저 설득하고 포섭하고 끌어안아야 할 사람들이에요.

 

다들 머리 굵은 성인들이예요. 자기 생각을 쉽게 버릴 사람이 누가 있습니까...

사실 선거만 아니면 미워해도 되죠. 안봐도 되고 무시해도 됩니다. 

그러나 그들이 투표권을 가진 이상,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파야죠. 어쩔 수 없잖아요.

 

새누리당을 찍거나, 투표를 안 하는 사람들, 그들의 옳고 그름을 따지는 건 이제 뒤로 하고,

그들의 '실체'를 인정하는 것부터 우선 해주세요.

 

여러분들의 눈에 비친 유권자들은 솔직히 이렇지 않나요?

새누리당 찍는 사람들은 역적, 무투표자들도 반은 역적, 부동층은 투명인간인지 안보이고......

 

새누리당 찍는 게 옳다고 인정해 달라는 게 아니라,

지역패권이건, 레드컴플렉스건, 이권이건, 그런 게 중요한 사람들이 한국엔 아주 많다는 '사실'을, 인정해 주시라고요.

 

그리고 부동층을 제발 인정해 주세요.

'새누리 콘크리트' 가 아니면서도, 엠비심판만 중시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역시 인정해 주세요.

 

또한, 저처럼 새누리당은 당연히 악이지만, 그럼에도 야권 특히 친노나 나꼼수를 비판적으로

보는 사람도 있다는 걸 '이해'는 안 가더라도 '인정'은 해 주세요.....

 

세상 사람들이 이 정권과 새누리당의 실체를 알기만 하면 같이 분노하지 않을 수 없을 것만 같지만,

어쩌겠어요. 사람들의 생각과 성향은 너무나 다양해서 도저히 그게 되질 않는 걸요.

똑같은 걸 보면서도 서로 정반대의 말을 할 수 있는 게 인간인 걸요.

 

그들의 실체를 인정하지 않고, 그들이 틀렸다는 것만 자꾸 생각하면서,

저 절대악을 처단해야 한다는 적개심만 붙잡고 있으시면,  이런 결과가 다시 나올 수밖에 없어요.

 

왜. 야권이 여러분과 같은 정서로 선거에 임했잖습니까.

엠비심판 정권심판만 외치고, 정작 제대로 된 지역 공약이나 거시적 정책은 뭘 보여줬나요? 없잖아요?

그러면서 동시에 자신들도 거기서 거기라는 한계만 잔뜩 노출하고요...

 

제가 나꼼수를 비판적으로 보는 것도 그래서예요.

이런 야권의 한계를 제일 심각하게 품고 있는 게 다름아닌 나꼼수라고 생각해요. 또는 김어준...

 

제가 나꼼수를 다 들은 건 아니지만, 나꼼수의 내용이 대부분 정권 비판이었죠? 새로운 컨텐츠가 아니었죠?

 

또한, 김어준이 주도해서 비키니 사과를 거부하고, 김용민 사퇴를 거부하고,

거꾸로 카퍼레이드로 세를 과시하는, 최고 "강경파" 노선을 유지했는데,

이런 게 평소에는 몰라도, 막상 가장 중요한 선거에선 결국 패착이 될 수밖에 없어요.

 

왜냐면, 우리의 컨텐츠 없이 '적'들의 잘못만 까발리는 건, 사실 생각만큼 그리 파급력이 넓지 못한 반면,

(지난 대선에서 정동영이 이명박에게 졌을 때 이미 검증된 거죠....)

김어준식의 강경한 "우리편 사수, 무조건 전진" 방식은 그 지지자들에게만 먹힐 뿐, 부동층에는 악영향을 끼치니까요.

 

솔직히 카퍼레이드 보면서, 다른 지역은 몰라도 최소 김용민 본인 선거는 어쩌려고 저러는 건가 심히 놀랍더군요.

지지자들이야 함께 즐겁겠지만, 그 외 사람들에겐 도저히 용납될 수가 없는 거잖아요.

납작 엎드려서 잘하겠습니다 읍소해도 모자랄 판에. 어휴....

 

문재인 비롯한 친노 역시, 참여정권의 과오를 반성하긴 커녕,

민주당 기존 인물들을 구태니 뭐니 대거 몰아내고 자기들 세력으로 당을 휘어잡아 놓고는

컨텐츠 부재에 전략 부재와 인물난만 드러내고 만 무능함을, 철저히 반성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봐요.

 

 

아무튼, 야권 정치인들도, 나꼼수도, 지지자들도, 정권심판에 매달려서는 정말 안 돼요.

사실상 이번 선거는 이미 엠비가 아닌 박근혜로 공이 넘어가버린 거였어요.

그런데도 엠비정권 심판만 외치고 정작 스스로는 좋은 모습 못 보여주다가 이리 된 거죠.....

 

컨텐츠가 필요합니다. 전략이 필요해요. 그리고 부동층을 늘 고려해야 하고요.

선거를 전쟁보다는 차라리 영업, 장사로 접근할 필요가 있어요.

우리가 부동층이나 저쪽 지지층을, 정권에 대한 적개심을 얹어서 적으로 간주하는 게 아니라

영업사원의 마인드로 그들에게 파고들어야 한다는 거죠.

 

라면시장 보세요. 농심라면이 질이 더 안좋고 나쁜 기업이고, 삼양은 억울한 피해자고 속에도 좀 편한 편이고.....

이런 사실이 많이 알려지면서 판매양상이 많이 달라졌지만, 그래도 여전히 농심의 1등 아성은 무너지지 않았죠.

 

그러나, 꼬꼬면 나가사끼짬뽕이라는, 전혀 새롭고 흥미로운 '컨텐츠'가 등장하자,

라면업계 판도가 확 바뀌어 버리잖아요. 졸지에 농심이 뭔가 구태의연해 보이고.

또한 라면 자체에 대한 관심이 확 늘어나서, 평소보다 라면 한 개라도 더 먹게 되고요.

 

이런 걸 야권에 원하는 겁니다.

지금 투표율 보세요. 60%도 안 돼요. 정치 자체가 희망과 비전을 주지 못하는 겁니다.

현정권을 심판하고 비판하기 위해서 투표장으로 가는 숫자는 한정적일 수밖에 없어요.

비전을 주는 정치세력이 있을 때, 내 한 표에 희망이 보일때, 뭔가 색다르게 맛있어 보이는 꼬꼬면이 등장할 때,

비로소 투표장이 북적이게 되는 겁니다. 그 역할을 야권이 해야 하는 거구요.

 

야권이 속히 이런 마인드를 갖추려면, 우리가 변하는 게 우선입니다.

지지층인 우리의 마인드가 바뀌면, 야권 정치인들도 따라올 수 있어요.

 

그러니 부디, 이 나라에 대한, 특히 '옳지 못한' 유권자들에 대한 개탄과 분노를 좀 줄여주시고,

냉철하게 야권의 쇄신을 요구해 주세요. 정책 개발을 요구해 주세요.

'저쪽' 사람들에게 정권을 심판하자는 '바람'이 아닌, 함께 밝은 미래를 설계하자는 '햇볕'을 쬐어줘서

다음엔 꼭 승리할 수 있도록 말입니다......

IP : 222.239.xxx.10
1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jk
    '12.4.12 8:10 PM (115.138.xxx.67)

    어짜피 지나갈 일임......

    걍 그때까지 기다리시압.....

  • 2. 이제
    '12.4.12 8:13 PM (219.251.xxx.5)

    하루 지났잖아요..
    며칠지나면 다들 냉정해 질 겁니다..
    상처가 아프서 그러는 겁니다..곧 딱지가 앉겠죠..그리고 새살이 돋구요.
    글 잘 읽었습니다.

  • 3. ...
    '12.4.12 8:20 PM (14.46.xxx.130)

    참고할 좋은 글인것 같네요

  • 4. 동의합니다.
    '12.4.12 8:21 PM (211.58.xxx.168)

    인정합니다. 그래서 앞으로의 행보는 친노의 부활이 아닌 친노의 민주로의 합세를 희망합니다.
    절대 과거 노무현파로 대선까지 가진 못합니다.

  • 5. 네.
    '12.4.12 8:23 PM (211.111.xxx.71)

    감정만 앞서가지고 되는일은 없더군요.

  • 6. 굿
    '12.4.12 8:28 PM (115.41.xxx.10)

    짝짝짝, 좋은 글입니다.

  • 7. 짝짝짝
    '12.4.12 8:44 PM (110.70.xxx.14)

    댓글달려고 로그인요
    오늘의 베스트글입요 무한공감요

  • 8. 점하나
    '12.4.12 8:46 PM (218.232.xxx.60)

    공감 꾸욱~~~~~ 좋은 글이에요.

  • 9. ^^
    '12.4.12 8:58 PM (211.176.xxx.131)

    잘봤어요...나가사끼 부분에서 감동 먹었네요.

  • 10. ㅇㅇㅇ
    '12.4.12 8:59 PM (222.112.xxx.184)

    공감해요. 쓸데없는 적개심이나 반발심에 쏟을 에너지 아까워요.

  • 11. 나거티브
    '12.4.12 9:03 PM (125.181.xxx.4)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 12.
    '12.4.12 9:05 PM (58.76.xxx.100)

    자게에 추천 버튼이 없음이 아쉽습니다.

    살 꾀를 써도 부족한 마당에 죽을 꾀를 쓰면 어쩌자는 건지들...에휴...

  • 13. lkjlkjlkj
    '12.4.12 10:16 PM (1.238.xxx.28)

    정말 동감합니다.

  • 14. .....
    '12.4.12 10:27 PM (180.230.xxx.3)

    좋은 글 저도 잘 봤습니다.
    이번에 예방주사 맞았다고 생각합니다.

  • 15. 원글 공감
    '12.4.12 10:38 PM (80.187.xxx.34)

    덧글 쓰려고 로그인했어요. 저도 하고 싶었던 얘긴데 이렇게 잘 써주셔서 감사해요. 나꼼수의 역할이 있었다는 건 인정하나 제도 정치에 뛰어든 건 크나큰 실수였다고 봅니다. 나꼼수 진행자들을 좋아하고 지지하는 마음은 이해하지만 비판이나 다른 의견을 꺼내기 힘든 분위기, '닥치고 뭐'하라는 식의 담론은 우리 자신의 민주주의를 해치고 갉아먹습니다.
    진보적이고 비판적인 네티즌들의 커뮤니티들이 다소간 자족적이고 폐쇄적으로 되어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아요. 선과 악이라는 게 어떤 사람들에게는 나에게 그런 것만큼 선명하고 명료하지 않을 수 있어요. 나에게 이해되지 않는다 해도 그것도 현실...

  • 16. 미드사랑
    '12.4.12 11:42 PM (126.114.xxx.69)

    딱 제가 하고 싶은 말이네요. 동감 백만번 하고 갑니다.

  • 17. 동감해요
    '12.4.13 12:26 AM (110.70.xxx.120)

    선거전략 철저하게 다시짜서 대선에 대비해야 합니다.
    정권심판론이 강원 충청에서 먹혀들지 않은 것을 보고 어이없어할게 아니라 전략을 바꿔야겠죠.
    근데 나꼼수는 정치인들도 아니고 대안언론인데 당연히 정권비판이 본연의 임무 아닌가요?
    까기만 하고 콘텐츠가 없다고 하셨는데 까는게 바로 콘텐츠죠.
    대안제시는 언론의 역할이 아니고 야당에서 해줘야지요.
    물론 김용민이 총선 출마한게 좀 패착이었지만 그 실수 빼고는 나꼼수가 특별히 잘못한 건 없다고 생각합니다.

  • 18. 공감
    '12.4.13 1:42 AM (118.220.xxx.239)

    전적으로 공감해요.
    콘텐츠, 전략..이게 가장 필요한 거 맞구요
    정말 선거는 영업사원 마인드로 해야 하는 것도 백번 공감해요.
    중도파, 건전 보수파 설득해서 같은 편 만들어야지요.
    경상도 자꾸 욕해서 득이 있나요?
    이번에 대구 야당 득표율 지난 총선보다 2배나 높아졌는데
    와~ 잘한다. 이제 희망이 보인다~ 자꾸 격려해줘야 더 바뀔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감정을 가라앉히고 냉정하게,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승리할 수 있는게 선거라고 믿습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01745 더 킹 조정석씨 참 멋있네요 13 brams 2012/04/26 3,246
101744 팥물 만들때 거품은 버리는 건가요? 2 .. 2012/04/26 1,421
101743 광우병 발생하면 즉시 수입 중단하겠다고 해놓고 4 라디오 2012/04/26 837
101742 좀 쉬크?시크?해보이려면 7 체구 작아요.. 2012/04/26 2,082
101741 대기업 지원서에 지방대학은 코드가 없나요 5 정말 2012/04/26 1,449
101740 상하이 요즘 날씨 아시는 분 계세요? 2 상하이 2012/04/26 992
101739 `분당선 똥녀` 지하철 막장女 `사람들 앞에서...?`경악~ 11 ... 2012/04/26 3,505
101738 노땅취급.. 화나요 23 하잇 2012/04/26 2,920
101737 도움절실)여행자 보험은 가입했는데 가방이 파손됬어요. 1 여행 2012/04/26 1,304
101736 30초중반때만해도 주변솔로들 서로 소개시켜주기도했는데.. ... 2012/04/26 902
101735 인천 송도 살기 어떤가요? 11 연수구민 2012/04/26 6,864
101734 경찰, 전두환 경호동 사용료로 年 2100만원 내기로... 5 단풍별 2012/04/26 1,057
101733 檢, MB 아들은 서면으로 하면서… 전 경호처장은 소환 조사 5 세우실 2012/04/26 942
101732 제발 그냥 지나치지 마시고 조언 부탁드려요. 12 오지랖 여사.. 2012/04/26 2,175
101731 서울에 있는 학교들 바자회 언제하나요? 학교바자회 2012/04/26 729
101730 저 운전면허 필기 합격하구, 오늘 기능 들으러 가요~ 3 헤헷 2012/04/26 847
101729 라디오 스타 어제 재밌지 않았나요?? ㅎㅎㅎㅎㅎㅎ 12 예능 이야기.. 2012/04/26 2,931
101728 대구지역 시민단체 "대구MBC 노동조합 투쟁 적극 지지.. 3 참맛 2012/04/26 872
101727 박정희 94회 탄신제.... 15 단풍별 2012/04/26 1,084
101726 쟈니윤씨 부인 35 .. 2012/04/26 14,680
101725 마트에서 파는 드레싱 중 맛있는 드레싱 추천해주세요~ 5 드레싱 2012/04/26 2,127
101724 돌잔치 얘기 나온김에 ; 제발 돈좀 안걷었음 좋겠어요 16 어이쿠 2012/04/26 3,065
101723 종이이름 질문할께요..미술전공하신분들 2 .. 2012/04/26 884
101722 사진 2 아이맘 2012/04/26 1,026
101721 여자가 먼저 사귀자고 대시하면어떨까요? 19 요즘 2012/04/26 5,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