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오래된 친구인데 이 친구가 너무나 한심합니다.
친구인데 이렇게 표현하는게 참 나쁘죠? 근데 달리 표현 방법이 없습니다.
그리고 이 친구와의 관계도 정리하고 싶습니다.
이 친구가 형편은 가난한데 허영심이 많고 사치 부리는 것을 좋아해서 학창시절부터 고가의 브랜드,
더 나아가서는 명품만 고집하면서 약속이 있어도 항상 다른 친구들이 뭘 입었나, 어떤 가방을 들었나
이런것을 중요하게 보고,
제 친구중에 부자인데 패션센스가 좀 부족한 친구에게는 "돈을 그렇게 쓸거면 나줬으면 좋겠다. 나 이쁜옷입게~"
이런식으로 뒷말도 곧잘해서 제가 좀 질렸던 기억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어렸을때는 이런 부분들이 큰 문제가 되지는 않았어요.
대부분의 여고생들이 그렇듯 남자연예인 얘기, 성적 얘기, 부모님 얘기, 드라마얘기, 대학 얘기 등등을 하면서는
오히려 저와 비슷한 점이 많고 잘 통한다고 느꼈기 때문에 가끔씩 느껴지는 저런 허영스런 모습에 실망하면서도
계속 친구관계를 유지하는 데에는 큰 문제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성인이 되고 대학을 졸업하자 저 허영이 날이 갈수록 심해지더군요.
스무살 이후로는 저기에 영국병이라는 것이 더해져서 자기는 꼭 해외에 나가야겠고, 그중에 특히 영국에 가야겠다며
가뜩이나 없는집 등골을 빼먹으며 유학 준비를 하더군요.
그렇게 유학을 한번 다녀오니 이제 외국물까지 먹었겠다, 자기는 한국에서 도저히 못살겠다며 작년에 또 영국으로 갔어요. 물론 그곳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모양이긴 한데, 워낙에 물가가 비싸니 자주 집에 손을 벌리는 모양이더군요.
저한테는 그런 이야기를 일절 안하지만, 저희 어머니와 그집 어머니가 친분이 있으셔서 저는 다 알고있는거죠.
문제는 그집 어머니가 기초생활수급자이신데, 몸까지 안좋아서 병원비로 나가는 돈도 만만치가 않습니다.
그런데 나라에서 다달이 받는 그돈이 어쩔때는 고스란히 친구 영국계좌로 송금되고, 정작 본인은 약값을 꾸러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걸 보니
"저 아이가 도대체 왜저럴까." 란 의문이 없어지지가 않습니다. 조금 건방진 생각이긴 하나 "저 어머니는 왜 딸을 저렇게 키울까." 란 생각도 해봤네요.
저 역시 지금 해외에 나와있고, 이곳에서 직장잡아서 일을 하고 있는 형편인데 저 친구는 저에게 늘 이런말을 합니다.
"한국 갈 생각말고 무조건 거기서 눌러 살아라. 한국 가봐야 별것도 없고 외국이 훨씬 좋다. 내가 놀러갈때 거기에 너 꼭 있어야 한다."
저희 부모님은 두분 다 건강하시고 노후자금 마련해 놓으셨지만 그래도 가끔 여행도 보내드리고,
같이 놀러도 가고, 마트 장도 보고, 생신도 챙겨드리고 이런 가족적인 소소한 것들.. 해보고 싶어서 한국 가고 싶어요 전.
그런데 저 친구는 일단 아버지가 돌아가셨고, 어머니 혼자신데 몸이 아프니 기왕이면 딸이 옆에 있어야 좋지 않겠어요?
아니면 멀리 떨어져 있다할지라도 나이드신 어머니가 병원비 걱정에 손수 돈을 꾸러 다니지는 않아야 할 것 아닌가요?
그것도 다 큰 자식 유학비로?
그런데도 자기는 무조건 한국에 돌아갈 생각이 없답니다. 말이나 못하면 밉지는 않은데 늘 이렇게 말해요.
"한국 안갈거야. 한국 가기 싫어. 여기서 돈벌어서 엄마 호강시켜 드려야지."
저 속으로 이렇게 말해요. 니가 돈을 번다한들 니 밑에 쓰지... 그리고 너희 어머니가 그렇게 기다려주실 것 같아?
게다가 얼마전에는 영국남자도 만났습니다. 죽을것처럼 사랑하진 않지만 나쁘지 않고, 영국사람이니까 괜찮은 것 같답니다.
올 9월에 식도 없이 그냥 같이 살거고, 살다가 돈 모이면 그때 결혼 하겠다네요.
이 말인 즉슨 영영 한국 안오고 거기서 뿌리내리고 살겠다는 뜻.
저 솔직히 이 친구랑 이 친구네 집 보고있자니 한숨밖에 안나와서 이제 만나지 않으려고 자연스레 연락 끊었습니다.
그런데 눈치도 없이 자꾸 연락이 와서 근황 보고를 하네요.
솔직히 마음같아선 "너 인간된 도리로 니 부모님께 그러는거 아니다." 이렇게 말하고 싶은데
제가 이 집의 사정을 속속들이 알게 된 것이 이 친구의 입을 통해서가 아니라 이 친구 어머니가 저희 어머니께
고민을 털어놓으신걸 저희 어머니가 또 제게 말씀을 하셔서 알게 된것이라...
친구 어머니 -> 저희 어머니 -> 저
자칫하다간 불똥이 다른데로도 튀고, 가뜩이나 불쌍한 친구 어머니께 친구가 더 지랄할것 같아서 참고 있습니다.
그런 구질구질한 이야기를 왜 우리집에 했냐고 아주 쥐잡듯이 친구 어머니를 잡을게 뻔합니다. 성격이 무시무시하거든요.
남한테는 참 잘하면서 유독 어머니와 남동생에겐 큰 소리 뻥뻥칩니다.
얼마전에 남동생이 제 친구에게 전화를 해서
"누나 언제 올거야? 엄마 아프시고 누나 여기서 취직해서 자리잡아야지. 나만 자식도 아니고..오히려 누나 하고싶은거 엄마가 다해주고 나보다 더 이뻐하면서 키웠는데 누나 이러는거 아니야."
라고 했다고 제 친구 울며불며 저에게 전화와서 (저 그때 일하는 중이었어요) 거의 1시간 가까이를 억울하다고 하더군요.
더 가관인게 "맞는말이긴한데 어린놈이 저런소리를 하니까 더 화가난다" 이게 주 내용이었어요.
얼마전에는 저희집에 돈을 꾸러 오셨다는데, 저희 어머니가 그냥 못받는 돈이라 생각하고 100 조금 안되는 돈을
현금으로 선뜻 뽑아서 드렸다네요.
저희집도 부자 아니에요. 저희 엄마도 아낄만큼 아끼고 사세요. 100만원 남들에게는 큰 돈 아닐지 몰라도
저희 어머니께는 어마어마한 금액이에요. 근데 그 돈이 제 친구 사치부리는데 들어갔다고 생각하니 자다가도 열이나요.
(병원비로 쓰셨는지 친구에게 송금했는지는 잘 모르지만요.)
저도 사치 안부리고 나름 알뜰살뜰하게 살아요. 그런데 그 친구, 늘 저한테 패션에 관한 브랜드에 관한 조언합니다.
저 그런거 관심없고 보세라도 예쁘고 질좋으면 산다~ 이러면 "보는 눈이 없어서 그래. 비싼덴 이유가 있어. 내가 너 친구니까 이런거 팁주는거야." 이럽니다.
며칠전에는 간만에 전화와서 대뜸 하는 말이 "야 너 나 미국가면 먹여주고 재워주고 놀아줄거야?"
이러는데 그냥 한심해서 전화 끊고 싶었습니다. 유럽에서 미국 놀러올 돈 있으면 그 돈 어머니 용돈이나 좀 드리라고 하고 싶었네요.
차마 그렇게까지 말은 못하고 "어머님 몸은 좀 어떠셔? 보약 드시라고 센스있게 좀 보내봐." 이랬더니
"잘 있어. 야 너 왜 내질문에 대답안해? 먹여주고 재워줄거야?? 나 비행기값만 들고 가도 돼?"
이러네요.
친구가 한심하게 느껴진다는건, 그 관계가 이미 틀어진거.. 맞죠?
저 솔직히 이런 집구석(죄송합니다) 보고 있으면 제가 다 짜증이나요.
그리고 이거 못된 마음이긴 한데, 또 언제 친구 어머님이 저희 어머니께 돈을 빌리러 올지 몰라서 그것도 걱정이에요.
저희 어머니가 워낙 마음이 약하셔서 못받는다 생각하고 자꾸 내주실 것 같아요.
친구 뒷담이나 하면서 이런 공개게시판에 글 올리는 저도 잘난거 없는데요
속이 너무 답답해서 올립니다. 솔직히 어머니들이 낀 문제가 아니라면 단칼에 욕하고 끊어버리면 되는데
어머님 두분이 중간에 끼어있어서 도저히 어떻게 할 방법을 못찾겠어요..
어떻게 끊어야 서로 상처를 덜 받게 관계를 끊을 수 있을까요?
조언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