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농사 좀 짓지 마세요.” 며칠 전 두물머리를 찾아온 양평군 공무원은 봄농사 준비로 한창 땀을 흘리고 있는 농부에게 이렇게 소리를 질렀습니다. 순간 당황해하며 뭐라 대꾸할 말을 찾지 못한 두물머리 농부는 그저 땅을 바라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고 있었습니다. 4대강 사업으로 자전거도로와 잔디공원을 만들어야 하니 농사를 당장 중단하고 나가라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말을 듣고 저항을 시작한 3년전 어느날, 그의 가슴은 이미 무너져 내렸을지도 모릅니다. 팔당호 수질을 살리자며 정부와 농민들이 합심해 팔당유기농단지를 키워왔건만 4대강 사업이 시작되자 하루아침에 ‘당신이 바로 팔당호 오염의 주범’이란 말을 듣던 순간, 팔당 유기농민들과 손을 잡고 세계유기농대회를 유치한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유기농이 발암물질을 생성시킨다’며 국정감사장에서 목소리를 높였을 때, 측량을 하겠다며 어린 막내 동생 같은 경찰 수십명이 그의 밭에서 그를 강제로 끌어낼 때, 그의 마음은 이미 수천 길 나락으로 떨어졌을지도 모릅니다. 한움큼 집어 맛을 보며 수십 년이 넘게 정성을 쏟아 만들어온 두물머리 흙은 여전히 건강하게 살아있건만, 그의 발자국 소리를 들으며 알을 채워가는 양상추는 오늘도 어느 단란한 가족의 식탁에 오르건만, 두물머리 농부의 가슴은 쪼그라들대로 쪼그라들어 억울하다고 외칠 힘조차 없어 보입니다.
46세의 농사꾼 서규섭이
경기지방법원의 예심판사 앞에 섰을 때
그는 요구받았다.
왜 생명을 살리는 씨앗을 뿌렸는가
그 이유를 대라고.
이에 답하고 나서 그는 일어서더니
노래하기 시작했다.
두물머리 밭전(田)위원회 의 노래를.
예심판사가 손을 내저으며 제지하자 그가 매섭게 소리쳤다.
기립하시오! 당신도!
이것은 두물머리 밭전(田)위원회 요!
3년전, 두물머리를 공원이 아니라 유기농을 더욱 잘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마땅하다며 국토부 직원 앞에서 큰소리를 쳤던 김선교 양평군수는 지금 농부들이 불법경작을 하고 있다며 경찰에 고발해 벌금을 물리고 있습니다. 폭력적인 국책사업 앞에서 힘겨워하는 농부들의 아픔을 보듬지는 못할망정 얼마 전 두물머리의 모든 농사를 중단시켜달라며 법원에 <경작금지가처분신청> 까지 내는 양평군수의 매몰찬 행태에 분노를 금할 수 없습니다. 또한 경기도와 국토해양부는 하청업체의 약점을 이용해 농부들이 공사를 방해하면 막대한 벌금을 물리는 <공사방해금지가처분신청> 을 내도록 압력을 넣었습니다. 하천점용허가 소송이 대법원에 계류되어 있는 상황임에도 국토부와 경기도, 양평군까지 가세해 각종 고소고발과 소송으로 농부들이 농사를 포기하도록 압박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는 공권력을 이용한 치졸한 폭력행위로 당장 중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합니다.
오늘 저 낙동강의 삼락을 비롯해 영산강의 막막히 너른 들녘, 3만여 농부들이 쫓겨난 자리에는 골프장과 레져타운, 위락공원이 들어서고 있습니다. 또 4대강 사업의 명분을 위해 수질오염의 주범으로 희생된 강변 농경지를 걷어내고 그 위에 시멘트를 바르자 강물은 녹조로 덮이며 썩어가기 시작합니다. 여의도의 30배가 넘는 농경지가 일시에 사라지자 몇몇 농산물은 공급시스템이 뒤틀려버렸고 그 자리에 수입농산물이 들어와 우리의 식탁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농업를 포기하고 농민을 농지에서 내쫓은 결과가 무서운 재앙이 되어 돌아오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제 마지막 남은 두물머리마저 빼앗기지는 않을 것입니다. 두물머리 농부들이 온힘을 다해 지켜온 땅을 이제 시민들이 함께 나서서 지키려고 합니다. 오늘부터 두물머리 경작투쟁을 시작하겠습니다. 두물머리 경작투쟁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시민들은 ‘나를 고발하라’고 외칠 것입니다. 두물머리 농사가 불법이라면 ‘나를 고발하라!’ 이제 양평군은 당당하게 자신의 이름을 걸고 두물머리 강변옥토에서 농사를 짓는 시민 수백, 수천명을 고발하고 이들과 맞서야 할 것입니다. 그들은 이름하여 <두물머리 밭전 (田) 위원회> 입니다.
우리는 올해 두물머리에 감자를 심고 상추와 열무씨를 뿌리며 누렇게 익은 벼를 수확해 떡과 밥을 해서 함께 나눠 먹을 것입니다. 우리는 두물머리가 ‘한강살리기 사업 1공구’라 불리는 것을 단호히 거부합니다. 두물머리는 우리 모두의 텃밭이며 유기농부들의 삶의 터전입니다. 우리는 두물머리를 공원이 아닌 유기농지로 보존하기를 강력히 촉구합니다.
두물머리 밭전 (田) 위원회는 "발전이 아니라 밭전田을!"이라고 외치고 행동한다. 우리는 우리가 먹는 쌀과 감자와 배추들의 공동경작자들이다. 판사가 "누가 이 곳에 생명을 살리는 씨앗을 뿌렷는가" 물을 때, 우리는 모두 함께 일어서 "우리, 두물머리 밭전위원회요. 오늘도 어김없이 쌀밥을 먹는 당신도! 밭전위원이오!" 라고 노래할 것이다.
1. 두물머리에서 게속 농사짓기 위해 지금 농사 지을 것이다. 토건국가에 대해 불복종하며 빼앗긴 농지에 씨앗을 뿌릴 것이다. 위원들은 공동 텃밭과 논에서 농사를 지을 수 있다.
2. 그들이 벌금을 물린다면 불복종 텃밭 작물로 그것을 막을 것이다. 농사를 지으면 벌금이 나오고 벌금을 내려면 농사를 지어야 하는 시대다.
3. 밭전위원은 자신의 이름을 걸고 농사를 지을 것이다.
두물머리 농성장으로 쓰이고 있는 컨테이너에 우리의 이름을 써 넣을 것이다.상황상 매주 와서 농사를 짓는것을 할 수 없다면, 이름을 적는것만으로도 지지의 의사를 표할수 있다. (그러면 농사지었다고 여러분도 고발당할 기회를 가지게 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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