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6개월에 들어가는 산모입니다
결혼 3년차지만 아직 한번도 싸워본적은 없어요
남편은 진심진심 좋은 사람입니다
오죽하면 제가 당신은 "결혼형 인간"이라고 칭할 정도입니다 정말 잘해요
맞벌이이긴 하지만
집안일 열심히 해주는 것은 물론이고
제가 집에서 빨래만 한번 돌려놔도
오늘 일 많이 했네~몸도 힘든데~하고 수고를 치하해주는 사람이지요
저는 입덧도 거의 없던 편이고
임신기간 동안 남들보다는 수월하게 지나고 있는 중입니다.
그래서 티비서 나오는 임신했을 때 오밤중에 나 저거 먹고 싶어 하는 일도 거의 없었습니다
그런데 드디어!!!
저도 어젯밤 10시가 넘은시간 갑자기 팥빙수가 먹고 싶은겁니다
"자갸 나 팥빙수가 먹고 싶다."
남편은 아무생각없이 아이패드만 합니다.
"자갸 나 갑자기 팥빙수가 먹고 싶다고요"
남편은 "지금 팥빙수가? 없을걸?"" 하면서 계속 아이패드만 보네요
근데 갑자기 울컥합니다!
사실 임신했을 때 뭐 먹고싶단 말 한 것이 손에 꼽을 정도라
난 당연히 남편이 집 앞 마트정도는 나가볼 줄 알았습니다
뭐 없음 할수없고요
내 맘속에는 임신한 아내를 위해 몇시간을 헤매면서도 아내를 위해 먹고싶은 음식을
득템했을때 기뻐하는 드라마 남주인공의 이미지가 자리잡고 있었나봅니다
갑자기 서럽더라고요 (으잉? 이깟일로? 임산부라 마음이 변덕스럽나?)
고함을 꽥 질렀어오
"아 내 말 듣고 있냐고요! 내가 언제 먹고싶은거 사달란 적 있었냐고!"
남편은 갑작스런 큰소리에
어이없고 기분나쁜 표정으로 아이패드를 툭 던지더니
옷을 챙겨입고 불쾌한 듯한 몸짓으로 팥빙수사러 나가더이다
아 근데 10시 반에 나간 이 남자가 1시간이 넘도록 안오네요
집앞에 이마트는 고작 3분거린데요!
없으면 그냥 오라고 전화를 해봤져 3번이나. 3번다 쌩까십니다
갑자기 알아버렸습니다
아..이게 우리 첫번째 부부싸움이구나.....
소리지른게 그렇게 기분나빴나....설겆이하고 쉬고 있는데 내가 너무 귀찮게 한건가
그렇다고 전화도 쌩까고 안들어오는건 무슨 행탠가.
아니 임신한아내가 뭐 먹고 싶다 할수도 있는거지 내가 그리 잘못했나
요딴 생각들을 하고 있는 사이에 시계는 이미 새벽 1시더군요
원래 11시면 잠자리에 드는 남편인데
새벽 한시까지 소식이 없으니 이젠 걱정이 되더군요
새벽1시는커녕 늦게 들어온게 밥 9시를 넘긴적이 없는 사람이에여
차안에서라도 자고 있는지 찾아봐야겠다하고 방문을 여는 순간 남편이 들어오대요
"이거라도 먹을래 팥빙수 없더라"
하며 손에 내민것은 팥빙수가 아니라 과일빙수였어요
눈물이 나더군요.진짜 걱정이 되던 참이었거든요
"걱정했잖아!!!전화는 왜 안받는데!!!!!!!"
밖이 시끄러워 몰랐다네요.
막 울면서 빙수캡을 따고 있으니까 그거 먹지말랍니다
유통기간이 작는 7월까지인걸 사왔더군요. 못먹는걸 왜 돈주고 사왔냐니까
"그거라도 안사오면 니가 뭐라 할까봐" 랍니다.......
아니......나 그런걸로 뭐라하는 인간 아닌데....순식간에 철딱서니 없는 여푠네가 됐네요
질질울면서 잠자리에 드는 저를 남편이 안아주는데
얼굴과 손이 찹찹합니다.
쌀쌀한 봄 밤에 2시간 반을 헤메고 다녔을 남편을 생각하니
고맙고 속상해서 (그리고 변덕스런 임신 호르몬으로 인해) 눈물이 멈추질 않더군요
남편! 고맙고 사랑하요!
덕분에 앞으로는 먹고싶은게 있대도 말 못하게 생겼네요